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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눈 속의 3남자 본문
오랜만에 바덴바덴에 갔고,
그보다 더 오랜만에 연극관람을 하였다.
바덴바덴 야경, 오른쪽 겨울 고목 뒷편에 그 유명한 카지노가 있다(이제는 역사가 되었지만 사마란치 올림픽 위원장이 88올림픽 결정을 선언하던 바로 그 장소).
바로 앞 잘 생긴 건물이 극장.
이 주변엔 늘 개울물 소리가 들린다. 흑림 골짜기로부터 와서 라인강으로 향하는 물줄기이다.
마음 같아선 산책을 더 하고 싶었지만 날이 너무 춥다 ㅠㅠ 앞에 걷고 있는 친구, 어서 극장 안으로 들자고 한다.
영하의 꽁꽁 언 주말, 그러니까 어젯밤 빙판길을 마다않고 이웃도시 바덴바덴으로 갔다.
작년부터 티켓을 준비하고 초대해준 친구에게 고마워하며 빙판길 일기에보에도 기꺼이 가겠다 했던 것.
연극은 에리히 캐스터너*의 '눈 속의 세 남자' , 극의 군데군데 눈발이 내리는 연출을 했고
무엇보다 출연한 배우들이 모두 스케이트를 타면서 연기하고 춤추면 또 가끔 노래하는 것이 독특했다.
극의 줄거리는 토블러라는 억만장자가 슐츠라는 이름으로 신분까지 속이고
자신의 회사에서 진행한 스위스유명호텔에서 스키휴가를 즐기 행운권추첨에 응모하여 2등에 당첨이 된다.
토블러 즉 슐츠는 하인과 동행하고 하인에게는 선박부자의 역할을 준다.
특별한 직업이 없는 1등 당첨자 하게돈 박사와 부자로 가장한 하인은 호텔 측의 큰 환대를 받는 한편
실제 억만장자인 토블러 즉 슐츠는 차별대우를 받으며 일어나는 여러 에피소드가 웃음을 자아내는 극이다.
이 단순한 이야기를 3시간 씩이나 끌며 이어가지만 지루한 줄 몰랐고,
딱딱한 독일관객들의 박수인심도 비교적 후했다.
극장문을 열고 빨리 들어오라며 기다리는 친구
극장 안 로비, 가벼운 음료로 목을 축이며 담소하는 풍경.
우리 자린 2층이어서 계단을 올라야 한다.
계단 오르며 했던 우리들 대화 목소리가 크다고 직원이 손가락질하며 뭐라했는데,
그걸 또 친구가 따끔하게 경고한다.왼쪽 친구, 오른쪽 직원
'당신들 친절이 상징 아니냐, 그런데 손가락질까지 하며 지적하다니!!'
이렇게 말한 내 친구, 기꺼이 정중한 사과를 받아냈다.
'오늘 이 층엔 나 한사람(동료들이 다 몸살이어서) 뿐이어서....' 라고 변명했지만 친구의 단호함은 끝나지 않았다.
미안하다고 조아리는 직원에게 교육을 단단히 시키는데, 내가 민망할 지경 ㅎㅎ
친구 뒤에 우리 자리로 향하는 문이 있고, 안으로 들기 전의 통로에 우리만 사용할 개인 옷걸이와 붉은 카펫장식의 소파가 따로 있다.
극이 진행 중엔 사진찍기가 그렇고, 아마 휴식이 시작된 시간이었던 것 같다.
윗층 즉 우리식의 3층에 올라 보았다.
화려한 천정벽화가 더 가까이 보이고, 금장 여신 조각들이 기둥처럼 받치고 있다.
윗층에서 바라본 무대와 내 자리(중간 발코니층에 비어 있는 자리)
발코니 층에 있는 휴식방
잠깐 사이 이렇게 꽉 찼다.
여기에는 독일 음악/문학계의 대가 4인의 흉상이 있는데, 베토벤 모차르트 쉴러 괴테가 그들이다.
이들 가운데 생전의 괴테는 이곳 바덴바덴에 올 계획으로 마차에 올랐지만,
그날따라 마차의 바퀴가 부러지는 바람에 오던 길을 되돌아 갔다 한다.
그 후에도 근처를 지나면서까지 이 곳엔 한번도 들러지 않았다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독일인들의 미신은 그 위력이 대단하다.
마차 바퀴 부러지는 일이 뭐 대단한 거라고.... 괴테도 참....
친구와 나,
나이들고 보니 우리는 참 많은 것을 함께하고 있구나.
짧게 만나 기꺼이 공유한 이 시간을 추억이라 하겠지.
못내 아쉬웠는지 자정이 코앞임에도 '아마데우스'에서 한잔 하자는 친구,
새벽출근을 이유로 거절하였다.
방향이 서로 다른 아우토반으로 귀가할 우리는 또 언제 만나게 될지.....
연극이 끝난 쓸쓸함을 계곡 물소리가 채워주네,
배우들 연기며 의상 연출에 대해 몇마디를 나눈 우리들은
혹여나 빙판에 넘어질라 손을 맞잡고 주차장까지 걷기로 했다.
하이고 추워 소리가 절로 나는 순간.
비도 눈도 오지 않는데, 숲동네의 습기로만 빙판이 되고 있는 길바닥.
아래는 주차장으로 향하는 쓸쓸한 바덴바덴 시가지.
*에리히 캐스터너(Erich Kästner, 1899-1974)는 가장 잘 알려진 독일 아동 도서 작가 중 한 명이다.
그의 가장 잘 알려진 소설 "에밀과 형사들", "퓌크첸과 안톤", "로첸의 삶"은 10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일부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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