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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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과 수직 /이 순간

보리밟기, 저 여린 초록을 밟았을까?

숲 지기 2025. 1. 27. 06:26

 

 

 

고향집 내 유년의 창 밖엔 너른 들판이 겨울내내 저렇게 펼쳐있었다.

오늘 본 유럽 한복판의 밀밭 들판이 고향의 것과 닮아도 참 닮았네.

 

겨우내 초록으로 버티던 보리싹들을 밟았던가? 

은행 일을 보고 샛길에 일부러 차를 세워

이 친근하거나 낯선 들판 흙길을 조금 걷는다.

고향에서라면 까치가 소란스러웠겠지만

아쉬운대로 까마귀 몇 마리 엄숙하게 이겨울을 쪼아댄다.

 

보리싹을 밟은 기억이 없다.

농일에 늘 뒷전이던 허약한 아이,

대가족 속에서 존재감 또한 미미했던 게 이유였을까.

저 초록들 짓밟은 기억을 찾아

이 보리, 아니 밀밭 주변을 손이 시릴 때까지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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