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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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도전기

숲 지기 2019. 5. 15. 18:10

 

아이* 와 민들레,

짧은 사진이야기

 

 

 

 

뭐 재미있는 게 없을까,

아이의 눈에 들어 온 것은

씨앗을 붕붕 띄운 민들레 줄기 하나.

 

 

 

 

 

 

허리를 굽히고 

원하는 것을 조그만 손아귀에 넣어 잡아 당겼다. 

 

 

 

 

 

어? 되네 ㅎㅎ

아이는 잠시나마 기뻐했을까

 

그런데 시작은 지금부터야.

 

 

 

 

 

아이는 질문하듯 한쪽을 바라보았고,

아빠가 그 곳에서 입에 공기를 머금었다가 부는 입시늉을 해보였다.

 

 

 

 

 

 

 

 

 

아빠처럼 해보는 거야,

입에 공기를 잔뜩 물고

푸우~우~

 

 

 

 

 

민들레를 조준하여-

더 - 쎄게-

뿌우우~

 

 

 

 

 

 

 

 

굉음(?)을 내며 입속의 공기가 다 사라졌음에도 

민들레 씨앗은 

한톨도 날아가지 않았네?

 

 

 

 

 

그래도 아이는

불고,

또 불었다.

 

 

 

 

 

 

이렇게 불기만 하던 아이였던지라

몸에 힘이 다 빠졌다.

 

그제서야 다른 한쪽 손에 든 빵으로 눈길이 갔다.

 

 

 

 

 

그렇지, 힘을 충전해야지.

 

 

 

 

 

빵을 먹고 기운을 차린 후

다시 도전하리라

 

 

 

 

 

아이가 이제

어떻게 했을까?

두말 하면 잔소리다, 재도전을 하였다.

입 속에 공기를 다시 모아 또 힘껏 부는데 

이번엔 민들레 씨앗이 폴폴 날았을까?

 

아아- ,

아이의 입 안엔 씹다만 빵이 있었다. 

 

 

 

 

 

공기 대신 빵이 차지한 입으로 부니

꽃대에 얹힌 씨앗이 움직일 리가 없다.

 

 

 

 

 

허리를 굽혀 몇 번을 더 불었지만

상황은 마찬가지.

 

씨앗들은 꿈쩍도 안한다.  

 

 

 

 

 

 

아이는 결국 꽃대를 내동댕이쳤다

오물오물 빵을 씹는 저 얼굴로.

힘껏 던져버린 그때서야,

사방으로 민들레 꽃씨가 퍼졌다.

 

 

 

.........................

 

*아이의 이름은 리녹스,

이 사진을 찍기 전 아이 아빠로부터 허락을 받고 이름을 물어보았었다.

장소는 카셀 궁전 잔디밭

 

  • 노루2019.05.15 17:08 신고

    흥미 진진
    귀여운 주인공
    아이는 해냈다!

    답글
    • 숲지기2019.05.15 17:19

      오자투성이였네요 노루님 ㅎㅎ
      저의 컴 'ㄹ' 자 밑에 뭔가 들어간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 사슴시녀2019.05.16 00:04 신고

    관찰력이 대단하신 숲지기님! 저라면..
    아니 대부분 사람들은 아~ 아기가 호기심이 많구나 라고
    잠깐 스치는 생각외엔 더이상의 관심은 없었을것 같아요!
    요즘처럼 모든게 뚝딱 처리되서 뇌에 까진 미칠 짬도 안주는 세상에 살다보니..
    깊게 사물 보는 눈과 그속에서 느껴지는 점들과
    또 내생각들을 표현 하는법...
    숲지기님 통해 배우고 있습니다!
    고맙 습니다!^^

    답글
    • 숲지기2019.05.19 12:43

      아주 짧은 순간에 찍었습니다.
      카메라가 손에 있었고, 앞에 놓치면 후회할 듯한 아이와 풍경이 있었고요
      물론 그 전에 아이 아빠로부터 허락을 받았습니다.

      마음이 순하신 사슴님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 shinilc2019.05.16 04:38 신고

    ㅎㅎ 아이들은 늘 귀여워요..

    답글
    • 숲지기2019.05.19 12:44

      아이쿠 이게 누구십니까?
      달콤한 잼이 먹고싶을 때 생각나는 분 신일님이시네요.
      지나잼, 가깝다면 매일 먹고싶네요.
      사업 잘 되시길 기원드립니다.

  • 파란편지2019.05.16 15:42 신고

    잠시 영화 한 편을 감상했습니다.
    무성영화.

    새삼스럽게 그림연극을 본 기억도 떠오릅니다.
    육십 년 조금 더 된 날들의 그림연극입니다.
    우리는 비오는 체육시간에 담임선생님을 졸라서
    그걸 보고 또 보았는데
    비가 내리는 체육시간이 되면 또 보았습니다.
    그런 날들 우리는 세상에 동화책이나 만화책 같은 게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림연극은 아무리 봐도 싫지 않았습니다.

    답글
    • 숲지기2019.05.19 12:50

      그림연극, 동화책을 자주 봅니다.
      쉽게 쓰인 문장이 있거나 없거나 한 그림이 저도 좋습니다.
      처음 독일어를 배울 때부터 이곳 동화를 읽었고요.
      아시다시피 어떤 동화는 어른들이 읽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의 삶은 매일이 무성영화 같죠.
      저는 거울에 비친 저를 보며 그런 생각을 가끔합니다.
      대화하지 않으니 무성이 맞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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