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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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힘을 믿는다는 말

숲 지기 2019. 6. 3. 08:11

 

 

땅힘만 믿고 뿌리를 묻은 상추들 , 맨 위는 저절로 난 코스모스들

 

 

세상 일들이 땅에 채소 심는 일처럼 쉽다면 좋겠어.

그렇다고 채소 심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을 한번 말로 해보라면

글쎄 단번에 떠올릴 단어가 있긴 한가 ?

 

내가 믿고 맡긴 그대로

땅은 저 나약한 풀들의 뿌리를 안아주었어.

 

 

 

 

 

토마토와 물그릇을 함께 심었다. 물이 뿌리에 빨리 닿는 농법이다.

 

 

밑이 뚫린 화분에게 물그릇 역할을 맡겼다.

보기만 놀이 비슷할 뿐, 

단 한번 사는 저 생명을 두고 어찌 놀이를 할 수 있겠어.

저 물그릇을 통해 마시는 물로써 토마토가 주렁주렁 열릴 거야.

 

 

 

 

 

소낙비 내린 후의 토마토밭

 

 

나의 여름 한 철은

순한 풀들에게 

여러 종류의 이기적인 나를 심고

여러 방향으로 돌진하는 나를 보는 일

 

 

 

 

 

 

 

"내가 과연 사랑을 할 수 있기나 한지 모르겠어.

나는 타인을 원해서 찾아나설 수도,

메아리(되돌아오는)를 들을 수도

거울(나를 반사한)을 요구할 수도,

사랑이라고 보이는 모든 것을 할 수도 있어."*

-헤세

 

 

 

 

*

Ich weiß nicht, ob ich überhaupt lieben kann.

Ich kann begehren und kann mich in andern Menschen suchen,

nach Echo aushorchen,

nach einem Spiegel verlangen,

und alles das kann wie Liebe aussehen.

– Hermann Hesse, Klingsors letzter Sommer

 

  • 이쁜준서2019.06.03 03:25 신고

    땅 힘을 믿으셔도 된다 싶어 하는 사람입니다.
    땅은 이렇게 새 생명을 키워 달라고 맡길 때가 제일 좋을 겁니다.
    이제 농사 본격적인 시작이다. 하시고 저 아이들과 저도 함께 홧팅!!!

    답글
    • 숲지기2019.06.03 14:24

      이쁜준서님께선 땅을 너무도 잘 아시니까,
      하시는 말씀도 신뢰가 갑니다. 이제 농사 시작이라서 저는 설렙니다.

      혼자 뭘 하기엔 작물은 많고 땅은 넓습니다.
      '힘들게 왜 그러고 있냐'고 지인들은 염려 반 핀잔 반으로 말합니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 걸요,
      다른 재주도 없고요 ㅎ

  •  
      •  
  • 파란편지2019.06.04 15:29 신고

    가슴이 쿵쿵거렸는데,
    아, 이거 정말이지 싶어 하며 내려왔는데,
    거짓말처럼 " "와 헤세가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저 위의 4연은 숲지기님 것이고
    아래 한 연은 헤세의 것이군요.
    그래도 그렇습니다.
    충분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쿵쿵거릴 만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오늘 와 보길 잘했습니다.

    답글
    • 숲지기2019.06.05 13:47

      흙일을 평생 했었던 헤세를
      평생 선생님이신 교장선생님께서 알아보시는 군요.
      고교시절에 헤세를 좋아해서 읽었고 그 이후엔 싱거웠습니다.
      그러다가
      이렇게 그의 고향에 살게 되면서 그를 좀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번역하는 분들, 물론 최선을 다 하고 계시지만.....
      헤세의 독일어 문장은 기가 막힙니다.

    • 파란편지2019.06.05 14:23 신고

      그렇겠지요?
      괜히 헤세가 아닐테니까요.
      제 눈에는 숲지기님도 기가 막힙니다!

    • 숲지기2019.06.05 16:17

      헤세의 문장을 읽을 때
      독일어도 이렇게 향기로울 수가 있구나 싶습니다.
      사람들 가운데는 제 가진 몸속 에너지를 닳도록 쓰며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헤세가 그런 사람이고 몸 속에 깊은 샘 하나를 가지고 산 사람이었다고요.
      이곳 숲동네에서 난 사람이니......

      그리고 황송합니다.
      저는 답답하고 갑갑하기로 참 기가 막히지 싶습니다 ㅎ

    • 파란편지2019.06.05 16:29 신고

      아니요~(심각하게)
      저 위로 올라가서 세 군데에 써놓으신 글을 다시 읽고 왔습니다.
      숲지기님은 지금 숲지기님께서
      어떤 글을 쓰셨는지 잘 모르시는 것이 분명합니다.(심각하게)
      헤세가 살아 있다면 숲지기님 글 한 번 읽어보라고 해도 좋을텐데
      그게 참 아쉽습니다.(심각하게)

    • 숲지기2019.06.06 12:22

      헤세가 생존했다면 좀 따지고 싶은 게 몇가지 됩니다.
      어지간한 외골수라는 게 비슷해서
      친절히 응수해 주리라 생각합니다.

      3번씩이나 심각하신 교장선생님 ㅋㅋㅋ
      재미있어서 몇 번 반복하여 읽었습니다.
      아이들과 오래 함께 하셨던 그 동심이
      어디 가겠습니까요,
      감히 귀여우시다는 말씀 드려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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