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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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서랍/Y, 입실론 이야기

익숙해 진다는 것, 이 슬픈 ......

숲 지기 2019. 5. 25. 00:11

 

 

 

 

무무*와 찰옥수수*,

오늘도 꼭 붙어서 햇볕을 즐기는이들의

숙명적인 우정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니 목부터 마른다.

(그래서 커피 한 모금 들이키고 ..... )

 

위로 쭉 뻗은 푸른 옥수수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본적은 대한민국 강원도 어느 농장인 것으로 추측되며

한톨의 낱알일 때 이미 태평양 건너고 또 대서양까지 비행해서 나에게로 온 

어마어마하게 용맹무쌍한 싹이시다.

이른 봄 어느 그믐에 경건한 마음으로 작은 화분 속에 심었더니

1주일여 뒤에 보란 듯이 싹이 났다.

 

세상에 처음 나온 쌀알보다 작은 초록이를 무무가 바로 알아보았지 싶다.

아니다, 무무는 그 싹이 옥수수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좋아서 마냥 바라보았을 것이다. 

성격이 과묵하고 또한 신실한 무무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옥수수싹 옆을 지켜주었다.

사진에 보이는 저 얼굴 저 자세로 ...... 

 

 

 

 

 

 

 

이 둘을 창가에 두고 조금 길다 싶은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옥수수는 그 사이 한뼘이나 자라 있었다.

춥고 어두운 나날들을 마실 물도 없는 상황에서

어떤 대화로 이들은 서로를 지켜주었을까?

생각하면 때떄로 가슴이 먹먹하다.

 

 

봄볕에 참 잘 자라는 옥수수, 

그 때문인지 위기가 더 일찍 다가왔다.

옥수수에게는 싹을 낸 저 작은 도자기 화분이 이제 턱없이 작아졌다는 것이다.

더 깊고 융숭한 흙 속에 뿌리를 내려야 할 때가 왔기 때문이다.

오늘이나 내일 시간을 봐서 밭으로 옮길까 하는데

내 의중을 이미 알아챘는지

무무의 표정이 오늘따라 심상치 않아.

 

오~~

너희들에게 내가 무슨 짓을 한 거니 ㅠㅠㅠ

 

 

 

 

.......................................

 

 

*무무-나의 반려견, 이름은 은비님께서 지어주셨다.

*찰옥수수-미국의 사슴님으로부터 씨앗을 받았었다.

 

 

 

  • 사슴시녀2019.05.25 08:06 신고

    무무 고마워!
    옥수수가 무무와 동무되서 외롭지 않았지 싶습니다!^^
    사람한테 맡기고 간 옥수수보다 훨 건강해 보이네요!
    제 옥수수 어린싹은 여행에서 돌아와보니 누런 노끈처럼 말라서
    대부분 버리고 그중하나 살아서 완소하게 키우고 있습니다.
    닭응가 영양되라고 좀 주었더니 얼마후 바로 원기를 찿더라구여!
    강원도 정선에서 왔답니다.^^

    답글
    • 숲지기2019.05.25 11:12

      하하 닭응가가 뭔지 5초동안 생각했습니다 ㅎㅎ
      그렇죠, 사람한테 맡긴 것보다 훨 낫고요 ㅋㅋㅋ

      이제 저 아이를 밭으로 옮겨심어야 하는데
      그렇지요, 무무가 혼자 남지요.
      태생조차 다른 이들 사이에 어쩌면 모종의 약속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나중에 하나씩 꼬셔서 물어볼까 생각 중이고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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