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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창가의 새 생명들
씨앗을 심었더니, 저마다의 생명계획표대로 싹이 났다. 소록소록 돋는 싹들을 보는 일은 호머의 서사시를 읽을 때 만큼 드라마틱하다. 씨앗으로부터 나왔을 때, 흙속을 헤집으며 더듬더듬 뻗으면 뿌리가 되고, 태양을 향해 돌진을 하면 새싹이다. 고생했어, 마음으로 쓰다듬는다. 고로, 내가 싹들을 돌보기 보다는 싹들이 나를 돌본다는 게 옳다. 쑥쑥 솟아 오르는 싹들을 보며 얼마간 우울했던 머릿속을 깔끔하게 청소했으니 말이다. 내 집에서 태어나 준 초록식구들을 축하하며 음악을 들려주었다. 그래서 물방앗간 아가씨(빌헬름 밀러 시/슈베르트 곡)를 들려주었지. 수줍은 총각이 물방앗간 아가씨를 남몰래 연민하는 노래....... 그러게, 짝사랑 만큼 비인간적인 게 세상에 또 있을까. 씨앗들은 이렇게 먼저 한 곳에서 한웅큼씩..
촌부일기/한포기생명
2018. 4. 2. 2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