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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창가의 새 생명들 본문
씨앗을 심었더니, 저마다의 생명계획표대로 싹이 났다.
소록소록 돋는 싹들을 보는 일은 호머의 서사시를 읽을 때 만큼 드라마틱하다.
씨앗으로부터 나왔을 때,
흙속을 헤집으며 더듬더듬 뻗으면 뿌리가 되고,
태양을 향해 돌진을 하면 새싹이다.
고생했어,
마음으로 쓰다듬는다.
고로, 내가 싹들을 돌보기 보다는 싹들이 나를 돌본다는 게 옳다.
쑥쑥 솟아 오르는 싹들을 보며
얼마간 우울했던 머릿속을 깔끔하게 청소했으니 말이다.
내 집에서 태어나 준 초록식구들을 축하하며
음악을 들려주었다.
그래서 물방앗간 아가씨(빌헬름 밀러 시/슈베르트 곡)를 들려주었지.
수줍은 총각이 물방앗간 아가씨를 남몰래 연민하는 노래.......
그러게, 짝사랑 만큼 비인간적인 게 세상에 또 있을까.
씨앗들은 이렇게 먼저 한 곳에서 한웅큼씩 싹을 틔운다.
보기에 얼마 되지 않지만, 이들이 맘 먹고 성장을 하면
밭뙤기 몇 개에 다 펼치고도 남는다.
물론 밭의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모종을 밭으로 옮기기 전의 과정이 있다.
싹을 틔운 초록이들은 우선 이렇게 칸막이를 한 모판에 옮겨 심는데 이 과정을 피키어렌(pikieren) 이라고 한다. 어원은 프랑스어 piquer 이지만, 독일에서도 통용되는 단어.
어린 싹들에게 햇볕을 더 쬐게 하려고, 화분꽃들이 (자발적으로) 한발씩 뒤로 물러서 준다.
모판에서 자라는 싹들은 토마토 4종류, 고추 4종류, 그 외에 각종 꽃나무들이다.
사진을 참 많이도 찍었다.
햇볕이 들어온 운 좋은 휴일 오전에 카메라 단추를 사정없이 눌렀었다.
햇볕을 즐기는 어린 초록이들을 보노라니,
제 논에 물들여 놓는 농부의 마음을 알겠다.
안 먹어도 배부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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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새싹 키우는 재미가 느껴지네요~
답글
이제 여름 되면, 속속 수확도 하시겠어요..
아침마다 고추밭에가서 고추따는 재미도..
깨끗히 씻어서 밥상에 놓고 고추장 찍어 먹는,
재미도..기대되는 군요..ㅎ
생명을 키우고 다룬다는 것만으로도 삶과 정신에
힐링이 되는것 같습니다..
잘 키우시고, 농부의 보람도 알려 주세요~^^-
숲지기2018.04.04 14:19
맞아요, 풋고추를 따서 된장에 찍어먹는 게 호화스런 일이라는 것을
오랜 해외생활을 통해 알아버렸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매년 여름 그것 만큼은 하고 살자 했지요.
제가 저들을 키우는 게 아니고 저들이 저를 키워주고 지켜주지요.
네, 커가는 동안의 모습도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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