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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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일기/한포기생명

아프면서 커야 하는 나무

숲 지기 2018. 4. 17. 00:11

카셀 시내 중심가 미니 공원이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어야 했던 며칠 간

'뻐근뻐근, 찌끈찌끈'

무릎과 여타 근육들로부터 신경을 좀 써 달라는 신호를 보내왔었기에

잠시나마 짬을 내어 공원을 걷는다.

계절이 바뀌면서 공원 길섶에는  바지런한 봄꽃들이 나직나직 나와 피었다.

 

 

 

 

 

 

 

느릿느릿 거닐던 중, 등나무 가지들에 시선이 갔다.

어디 자세히 보자.

 

 

 

 

 

 

 

성장할 나무를 철심으로 뼈대를 가둬서,

나무는 마치 절심과 한 몸인 듯 커 버렸다.

나무는 나무이고 철은 철이어서 둘 사이엔 절대로 교감이 없음에도 말이다.

견고한 철의 폭력을 연한 나무가 당할 재간이 없지!  

 

 

 

 

 

 

 

 

등나무의 거의 모든 가지들이 무언의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아프겠다......

 

끝내 나는 물었다.

나랑 숲으로 갈래?

나무는 대답대신 여기저기 철심에 휘둘린 속살만 보여 주었다. 

 

 

 

 

 

 

 

 

 

 

 

 

 

 

이러한 등나무들은 모여서 그늘을 만들고, 그 아래서 사람들이 휴식을 한다.

그러니까 등나무들의 아픈 성장이 인간의 휴식을........ 

 

 

 

 

 

 

 

 

 

 

 

 

 

 

 

 

 

 

 

 

 

공원 벤치에 앉았다가 일어서는 노부부.

노신사는 불편한 아내를 위해 손을 꼭 잡아 일으켜 주었다.  

당연한 일상일테지만, 눈물이 핑 돌았다....

 

 

 

 

  • snooker2018.04.16 21:31 신고

    Vergiss meine Nichte~!
    Sonst wirst du also..... ㅋㅋㅋㅋㅋ

    답글
  • 장수인생2018.04.17 03:54 신고

    포스팅만보아도
    마음이 따스한분이시군요
    즐감하고 갑니다
    오늘도 좋은날보내세요^^

    답글
    • 숲지기2018.04.17 15:31

      고맙습니다 ,
      님께도 아름다운 보ㅁ날 기원드릴께요.

  • Helen of Troy2018.04.17 04:35 신고

    독일의 공원은 그래도 푸른 잔디와 봄꽃이 솟아나서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껴지네요.
    지금 울 동네에는 또 눈이 날리는데
    기상청에서 올해가 가장 긴 겨울이라는 공식적인 발표가 없어도
    누구 다 알고 있지요.

    Kassel에 사시나 봐요.
    올해 6월 초에 또 독일을 거쳐서 오스트리아를 갈 예정입니다.

    답글
    • 숲지기2018.04.17 15:42

      맞습니다, 지난 겨울은 참 지리했습니다.
      캐나다에도 어서 봄이 오기를 바랍니다.

      여긴 완연한 봄이예요 천만 다행이지요.
      그래서 마당과 농장 등등에 잡초가 제 세상을 만나서 기고만장합니다.

      카셀에 자주 가야만 할 뿐, 사는 곳은 흑림 블랙포러스트입니다.
      제 형편엔 이곳 만한 데가 없습니다 ㅎㅎ

      와우 6월에 이곳을 오시는 군요

  • 김영래2018.04.17 12:52 신고

    오늘도 수고 하셨습니다
    편안한밤 되시고 좋은꿈 꾸세요
    수고 하신 덕분에 잘 보고 갑니다

    답글
  • 아리랑2018.04.17 13:28 신고

    안녕하세요,
    먼곳에서 아름답고 어여쁜 꽃님이들을 만나고 들어와 님과의
    만남의 시간을 갖어보는 기쁨으로 머무는 작품에 감사를
    드리며 수고로움에 깊은 감사를 드리고 가면서 감기조심
    하시라는 인사를 드립니다.

    답글
    • 숲지기2018.04.18 23:39

      요 며칠 햇볕이 좋아서
      피부가 검어지든 말든 무조건 그 아래를 걷거나 밭일을 하거나 합니다.
      그래서인지 감기하고는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님께도 건강을 빌어드립니다.

  • 아침향기2018.04.18 10:50 신고

    등나무의 고통?으로 쉼을 얻는 저희는 늘 고마운마음을 잊지 말아야겠군요

    노부부의 따뜻한 온정이 느껴집니다

    숲지기님의 깊은 마음도 느끼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답글
    • 숲지기2018.04.18 23:45

      함께 느껴주셔서 고마워요.
      아침향기님의 느낌을 저 나무에게 전해줄께요.
      다음 주에 다시 저 나무를 만나게 될 거예요.
      등나무와 함께
      감사드립니다.

  • 추풍령2018.04.18 17:48 신고

    철심과 등나무의 묶음은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와도 같고
    부모와 자식과의 보살핌 같기도 합니다.
    시적 감각이 탁월한 숲지기님의 눈에는 공원의 나뭇가지,
    노부부의 손잡이 하나 하나가 모두 자연의 경이, 사랑의 충만처럼 보이는듯 합니다.

    답글
    • 숲지기2018.04.18 23:54

      지배자와 피지배자,
      역시 국제정치 전문가의 시각이시군요.
      저는 저의 사진을 시의 조경담당자에게 보내려 합니다.
      그로써 달라질 것이 없을 수도 있지만,
      나무의 아픔에 동조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지요.

      고맙습니다.

  • 노루2018.04.19 03:03 신고

    저런 철 구조물 대신 아래 모양의 나무 기둥이면 등나무가
    타고 올라가면서 어떤 친근감을 느끼지 않을까 싶네요.




    답글
    • 숲지기2018.04.19 14:09

      나무기둥, 졸은 생각이십니다.
      저들을 저렇게 만든 곳이라고 생각되는 곳에 편지를 쓸 때
      노루님 아이디어를 말해줄 겁니다.

      그리고
      'ㅓ


      ㅏ' 이 모음들이 무슨 뜻인지요 노루님?

    • 노루2018.04.21 03:42 신고

      그냥 나무 기둥이 아니라 등나무가 타고
      올라가기 쉽도록 손잡이가 있는 나무 기둥
      모양을 나타내느라고요. ㅎ

    • 숲지기2018.04.21 21:30

      이를테면 상형문자 같은 것이군요.
      기발하십니다 ㅎㅎ

  • 제시카알바2018.04.20 06:27 신고

    정말 아프면서 성장하네요
    행복한 금요일되세요~~

    답글
    • 숲지기2018.04.20 14:50

      볼수록 마음이 짠해요.
      가면 다시 보고 위로를 해 줄 겁니다.
      님께도 행운의 주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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