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독일 흑림, 블랙포러스트가 울상이다 본문

흑림살이 /수처작주隨處..

독일 흑림, 블랙포러스트가 울상이다

숲 지기 2020. 6. 9. 19:14

 

 

산골 이웃들의 맘 아픈, 나무쌓인 풍경이다.

내 이웃들에게 있어서 숲은 한해의 농사이고,

또 한 세대의 과업이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시작된 세기적인 가뭄으로 숲이 말라가니

여기저기 숲길을 막고 벌목을 하느라 한창이다.

거의 한해걸러씩 찾아오는 폭풍피해로 쓰러진 나무를 거두는 일은 낯선 광경은 아니다.

이번엔 그러나 규모가 좀 크다.

거의 흑림 전 지대에서 벌목 채목이 진행되고 있으니.

 

 

 

 

 

가뭄 만큼은 아니지만,숲의 적은 또 있다.

근래들어 급작스레 증가한 야생들이다.

눈이라도 와야 그래도 다녀간 흔적이라도 보는,

이름도 모르는 야생동물들,

그 중 어떤 녀석들은 나무 밑둥의 껍데기를 갈기갈기 벋겨 놓는다.

환경보호 차원에서 사냥을 제재한 결과라며,

골짜기의 청년들은 일전에 뒷산꼭대기의 자연보호센터 앞에서 데모를 했단다.

데모라는 게 웃겼다.

사냥복장에 사냥총 메고 가서 잡은 토끼나 매 등등을 하나씩 들고

그 앞에서 고함을 질렀다나 뭐라나.

 

내 마당의 고목도 긁힌 흔적이 있고,

미라벨레 과일수는 이 때문에 아예 잃을 뻔 하였다.

(재작년에 껍질손상으로 나무째로 말랐는데, 작년에 뿌리에서 다시 작은 가지가 나왔다

숲살이에서는 이런 게 최강의 감동)

 

 

 

이제 막 피기 시작한 마당의 홀룬더.

 

숲사람들은 그러니까 두가지로 울상이다.

하나는 숲이 마르는 자연재해이고

다른 하나는 작금의 강력한 환경정책이 그것이다.

순종할 수 밖에 없는 자연재해야 어쩔수 없더라도,

인간이 하는 정책에는 할 말이 많다.

참고로 독일 흑림지대는 몇년동안 녹색당이 집권 중이다.

 

  • 파란편지2020.06.10 05:46 신고

    사냥을 제재하는 것도 환경보호 차원이니까
    '제3자'인 저로서는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정말로 할 말이 거의 없습니다.
    멧돼지나 뭐나 잡아버리면 그 또한 피해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여기 멀리 떨어져서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입장이 편리하기 짝이 없지만
    그 시위에는 저도 참여해보고 싶어서 가슴이 좀 울렁거렸습니다.
    사냥총은 없지만 빌리든지 할 수 있고 고함을 지르는 거야 잘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답글
    • 숲지기2020.06.10 14:55

      한때 독일은, 아니 지금도요
      사냥을 멋진 스포츠로 여깁니다.
      산야를 가진 통치자들도 사냥을권장했습니다.
      야생으로 인해 농사와 인명까지도 피해가 왔으니까요.
      요즘은 그런데 유행처럼 환경보호가 마치 신흥종교처럼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기면 막대한 벌칙이 주어집니다.

      임야를 터전으로 대대로 살아온 사람들에게 나무농사가 저 모양이니 ....
      이웃들 가만 보면 다른 수익이 없습니다.

      궁금해서 방금 확인했습니다.
      제 사는곳 여긴 1평방킬로미터당 77명이 산다고 나옵니다. 서울의 17.000명에 비해 여러가지로 다릅니다.


    • 파란편지2020.06.11 15:17 신고

      정치지리학에서는 인구 수가 강국의 주요조건 중 한 가지라고 했습니다.
      저는 "아들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키우자" 나아가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부럽지 않다"든지, 하여간 수없는 표어에 압도되어선지
      그 강국의 조건을 배우며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장 그걸 인정했고요.
      그렇지만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은, 인구밀도가 낮은 곳에서는 사람이 사람 대접을 받는 경향이라는 것이었습니다.
      77명이라니........
      일단 부럽습니다.

  • shinilc2020.06.10 05:47 신고

    "지구가 아프데요" 라는 어느 광고 문구가 생각나네요..
    지구의 곳곳에서 이런 기현상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죠..
    결국의 가장 큰 원인은 사람이겠죠..
    흑림의 나무들이 점점 죽어가니 안타깝습니다..
    장기집권당인 녹색당의 이름이 모순적이기도 하군요..ㅎ

    답글
    • 숲지기2020.06.10 15:06

      지구변화와 함께 이번 바이러스는 극복하는 것이 아닌 변화하고 적응해야한다는 말을 신뢰합니다.
      임야, 그 아래 물길이 변하고 있다 하지요.

      녹색당의 횡포라고 합니다.
      이게 이권과 맞물리고 특히 생활과 대립관계에 있게 되면,
      우리마을 사람들처럼 '환경대책 반대!' 이런구호를 집앞에 내겁니다.
      뒷산 꼭대기에 환경및자연보호 본부 건물을 몇년째 짓는중입니다.
      골짜기 사람들이 협조를 안하니 공사기간이 늘어나고, 그 만큼 비용도 부풀어지지요.
      사실은 골짜기사람들만큼 자연을 경건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는데 말입니다.

  • 이쁜준서2020.06.10 12:15 신고

    저는 코로나 19의 하루 확진자가 몇백명씩 나올 때, 그러면서 병원에서 확진자도
    자가 격리를 시키고 병원 문 앞에서 사망하기도 할 때에,
    신께서 이렇게 세상을 정리 하시는구나 하면서도, 희망을 봄이 시작하는 계절이라
    봄의 힘은 막대할 것인데, 아무리 흉흉해도 잡히겠지로 생각을 했습니다.

    독일의 흑림에서 가뭄으로 나무를 벌채 할 수 밖에 없어서 우선은 손해라고 나무 벌채를 하고 있고,
    그 빈자리가 주는 환경 영향이 지대 할 것인데, 신께서는 또 이렇게 정리 하시는구나라 싶어지면서
    그 다음은 많고도 많겠구나라 겁이 납니다.

    다 사람들이 잘 못한 것이 결과적으로 이렇게 오네요.

    답글
    • 숲지기2020.06.10 13:38

      가뭄이나 전염병도 자연의 섭리 가운데 두십니다.
      그렇게 세상의 변화에 숙연하신 모습이
      깊은 구도자의 모습만 같으시고요.

      폭풍이 닥쳐서 숲이, 그야말로 한 골짜기, 한 지대의 거목들이 쓰러지는 걸 이곳에서는 자주 봅니다.
      그런 자연재해가 있게 되면 마치 일개미와도 같은 사람들이 벌렁 누운 큰 나무들을 자르고 주변을정리하여 어린 나무가 자라도록준비해 줍니다.
      자연의 법칙은 참 단호합니다.
      절대로 봐주는법이 없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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