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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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과 수직 /'경계'란 없다

지구살이

숲 지기 2020. 6. 20. 04:13

지구살이

/이영광

 

어머니 아들 못하면 내가 집을 떠나고
선생 노릇 안 되면 학교에서 쫓겨나고
‘미투’에 연루되면 문단에서 퇴출돼도
아무나 날 지구에서 내쫓을 순 없네
안 맞아 이 별은 나하고 너무 안 맞아
그럴 기회가 있을까만, 민족을 배신하고
나라를 팔아먹으면 나라를 떠나 아무도
없는 곳, 국기도 국경선도 없는 먼 곳에
벌레처럼 구르고 풀꽃처럼 깜박여도
누구도 날 완전히는 쫓아낼 수 없네
잘 맞아 이 별은 나하고 너무 잘 맞아
내가 달리다가 걷다가는 엎드려 흐느끼고
날벼락처럼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려
앓는 돌멩이로 죽어가도, 주인 없는 지구의
가축인 내 영혼, 누가 해방시킬 수 있으랴?

 

 

ㅡ시산맥 2020, 여름호

 

 

 

...................

 

시를 축약하면,

끝 부분 "주인없는 지구의 가축인 내 영혼" 이라는 구절이이거나

더 짧게 정리한다면 맨 마지막의 부호 "?(물음표)"이지 싶다.

전 지구인이 한 주제로 공감하는 마치 희극무대 같은 나날,

시련의 코로나 시대를 작품으로 옮긴 시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이제 시작을 하였으니 봇물을 튼 듯 ,

구 시대의 마감과 함께 창작세계에 일대의 새 사조가 일지 않을까.

 

 

'코로나에 대한 전 세계적인 공포'라는 제목이 붙은 그림은

평생을 암울한 가운데 살았던 화가 뭉크의 '절규'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뭉크의 '절규' 원작

 

 

 

 

 

  • 파란편지2020.06.20 02:17 신고

    생각해보니까 그렇네요!
    아무리 해도 여길 떠날 수 없을 것 같던 이승에서의 끈이 아주 쉽게 풀어질 것 같은 나날이니요.
    이영광 시인의 곁에 있는 느낌입니다.
    시인은 어떻게 단 몇 문장으로 사람을 사로잡는 것인지............

    답글
    • 숲지기2020.06.20 14:41

      시를 이영광씨가 쓰고,
      누군가 그림 '절규'에 마스크를 씌웠습니다.
      저의 숲블로그에서 그들이 극적으로만났죠.
      만남은 즉흥적으로 성사시켰지만 불수록 기가 막힙니다요 ㅎㅎ

  • 노루2020.06.20 03:19 신고

    "주인 없는 지구의 가축," 재밌는 표현이네요.

    '주인 없는 지구'의 가축이든, 지구의 주인 없는
    가축이든, 주인 없는 지구의 주인 없는 가축이든,
    불쌍한 ... 하지만 지구를 폭파시키며 자폭할
    능력도 갖춘 ....

    답글
    • 숲지기2020.06.20 14:49

      아, 그렇군요.
      '주인 없는'이라는 형용어가 '지구'일 수도, 가축일 수도 있고 또 둘 다 일 수 있네요.
      소유자가 없으니 자폭하여도 되고 , 누군가 폭파해도 되겠습니다.

      비문학적이지만, 오늘날 '폭파'의 상징은 '정은씨'지요.
      '가축처럼' 연명한다는 말,
      자학적입니다.

  • 안나2020.06.21 08:38 신고

    들어오니 숲지기님 방이 시커메요~
    지난번 대문 사진과 배열이 좋았는데, 맑고 숲지기님 분위기와 어울리고...
    너무 전위적으로 바뀌었는데요~
    시 이야기는 빼고 엉뚱한 이야기를 해요~ [비밀댓글]

    답글
    • 숲지기2020.06.21 14:04

      주신 댓글보고 블로그에 와보니,
      그야말로 새까맣게 되어 있었습니다.
      잠 깬 새벽에 스맛폰 보며 이리저리 스킨변경 누르다가 아마 새까만 화면에 '적용'을 클릭한 것 같습니다.
      조언 감사해요,
      천만 다행으로 교체를 했고요,
      황금휴일에 몇 시간째 블로그에 붙어이러고있습니다.
      낯선 블로그, 적응하기 너무 어렵습니다.

  • 산골통신2020.06.23 15:05 신고

    제 폰 배경화면이 우주에서 찍은 지구 사진입니다...
    마음 다스리기용으로 수시로 딜다보고 있지요 ㅎㅎ

    지구살이... 세상 소풍 끝나면 뜰 수 있으려나...
    아니면 끝없는 윤회 소용돌이에 묻히려나...
    뭐 그러거나말거나 오늘 하루 사는것만 열심히 해야죠...
    모르니까요... 내일이 올지...

    답글
    • 숲지기2020.06.25 10:06

      맞습니다,
      제 아무리 낯선 곳을 가도 발 닿는 곳은 그 어디가도 지구 안입니다.
      우주에서 지구를 보면 공만 하지요?
      지구를 아름다운 별이라고들 하는데,
      요즘 보면 어쩔 수 없이 살아내는 별 같아요.
      그렇죠 오늘 하루 열심히...

  • shinilc2020.06.25 06:04 신고

    지구살이가 녹록치만은 않군요...
    요즘 코로나, 이젠 일상이 된듯이 경각심이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주인없는 삶은 외롭고 고달프지요..ㅎ
    어딘가 의지하고 기댈수있는 주인곁에 있는 가축이 되면 좋을 텐데..
    어서 코로나가 종식되서 해방의 기쁨이 찿아오면 좋겠습니다.

    답글
    • 숲지기2020.06.25 10:12

      신일님께서는 이 지구의 행운아,
      그토록 행복한 가정을 가지시구선요.
      책임감 강하고 아리따운 부인에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것 같은 너무나 예쁘고 건강한 아이들에,
      자신의 취미와 스포츠를 즐기는
      참 행복한 젊은이가 신일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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