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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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과 수직 /'경계'란 없다

몸에 새긴 그림

숲 지기 2020. 8. 23. 23:32

내가 탈 열차가 도착하기 3분 여를 남겨두고 만났다. 

헐렁한 바지를 입은 무성영화시대 대희극인이

특유의 촘촘 걸음으로 금방이라도 걸어 나올 듯한 그림,

눈에 익은 그장면이 그려진 곳은 다름 아닌 한 젊은이의 미끈한 팔뚝.

 

 

 

 

숲사람인 나는 그림을 보자마자 그 특이함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름이 피온이라고 밝히는 팔뚝 주인에게 허락을 받고

스맛폰 사진 몇 컷 찍을 기회도 가졌다.

 

젊은이가 새긴 그림은 모두 3개,

맨 위의 채플린 그림은 런던에서,  두번째와 세번째는 뮌헨에서 새겼단다.

실례를 무릅쓰고 그림을 새기는데 소요된 시간을 물어보니  무려 36시간이었고

시술 가격은 200유로였단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궁금한 하나를 더 불어보았다, 아팠냐고.

대답은 통증이 심했다며

문신을 새기고 6시간이 지나서 몸의 그 어떤 부위도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하였다.

 

 

 

IMG_20200819_121951_2.jpg
0.10MB

 

워낙 시간이 없어서 질문에 간략히 답을 해준 대화가 끝났을 때 

이번엔 젊은이가 말을 건냈다. 

런던 혹은 뮌헨의 타투 스튜디오 연락처가 필요하지 않냐고.

잠시 대답을 망설이는 나를 대신하여 그가 재차 물었다

당신도 타투를 하고싶지 않냐고.

 

네 팔뚝 그림에 놀라워 하는 것과

내 팔뚝에 그뭔가를 새겨 넣는 것은 전혀 다른 두가지라는 말을 끝내고

아직은 아니라고 말 하려는 순간에 내가 타야 할 열차가 왔다.

 

채플린 왈,

삶이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다 희극이라 했다는 말,

그 말을 그 젊은이에게 해주었어야 했을까 

나이 한참 더 먹은 내가?

 

아마 일생 중 다시는 조우할 일이 없을 것 같은 젊은이  

 

 

  • 파란편지2020.08.24 06:28 신고

    놀라웠습니다.
    우선 그림이 놀랍지만, 그걸 보고 통성명을 하시고 질문도 하시고.......... 숲지기님 용기가 대단하시구나 싶었습니다.
    샤워장에 가면 등이나 팔에 가득 그림을 그린 사람을 만나는데 그런 사람이 의외로 마음이 약한 걸 보고 희한하다 싶었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그렇게 구체적인 사항을 문의해보지는 못했는데...........
    그림이 세 가지라고 하셨는데, 한 가지는 어느 것인가 했고요.

    답글
      •  
  • 추풍령2020.08.24 20:51 신고

    처음 문신을 색일 때는 무슨 모양이나 글씨를 그려 넣더니만
    이제는 아예 그림을 그려 놓는군요. 신이 주신 그 아름답고 매끈한 피부에
    이처럼 얼룩 달룩한 색칠을 하다니---, 여성의 육체는 하느님이 하사하신
    "美의 상징"인데 그걸 이렇게 망가 트리는 군요.
    그리스 시대부터 전래되어 온 그 아름다운 상징이 훼손되는게
    안타깝습니다.

    답글
    • 숲지기2020.08.25 13:24

      자연 그대로가 제일 아름답다는 것을 알기에는
      너무들 젊은 것 같습니다.
      더구나 '신체발부 수지부모' 를 익숙하게 여기는 우리의 유교문화와도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고요.
      귀걸이를 위한 구멍도 귀에 뚫어본 적이 없는 겁쟁이인 저인지라,
      몸에까지 타인의 이름을 새기고 명언을 새기고 하는 문화가 생경합니다.
      얼마나 절실 했으면 저러 할까싶기도 하죠.

  • 추풍령2020.08.25 15:02 신고

    예, 공자님 말씀 현대 동.서양 젊은이들이 되색여 보았으면 합니다.

    답글
    • 숲지기2020.08.26 05:21

      연세 지긋한 분들도요 글씨나 그림을 몸에 그린 분들이 꽤 계세요.
      어떤 선배 언니가 만난 어떤 노인환자분은
      딱 정맥주사 맞는 부위에 여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더래요.
      농담 삼아 물었답니다,이 여자는 잘 있냐고요.
      그랬더니 노인은 쓴웃음을 지으며
      아주 아주 오래전 이야기라고 했답니다.
      한때 절실한 마음으로 이름까지 몸에 새겨 넣었던 애인이었지만 ,사람의 인연이 그렇듯
      이미 세월 속에 묻혀 진 사람이 되었다는 겁니다.
      그러니 자신의 팔뚝에 새긴,
      이미 오래전에 잊혀져야 할 이름을 날마다 봐야 하는 심정은 어떨까 싶습니다.

  • 사슴시녀2021.02.12 03:38 신고

    전 찰리 차플린은 좋아하는데
    문신은 이해되질 않아요
    저희 애들 대학보내고 근심초사 였답니다
    혹시 어느날 문신을 새기고 나타나면 어쩌지?
    그런데 다행이도 제 아이들은 문신을 어리석은짖이라고 생각한다는 대답을해서 어찌나 반갑던지요!!☺

    예전에 제가 MRI를 찍은적이 있는데
    테크니션이 제일 먼저한 질문이 "몸에 문신 있어요? 없지만 왜 묻느냐고 받아 물으니
    문신 잉크에 메탈릭이 있어서 화상을 입을수 있다고.. ㅠㅠ

    답글
    • 숲지기2021.02.13 12:23

      아, 문신 시에 사용하는 물감이 금속성인가봅니다.
      그러게요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이겠지만
      문신시술 시에도 끔찍하게 아프다고 들었습니다.

      한 유튜버의 손 안 쪽에 글자가 새겨져 있어서
      구독자들이 물었습니다 무슨 의미냐고요.
      첫 이성친구의 이름이랍니다.
      지금은 기억에도 아련한 사람이지만
      몸에 이름까지 새겨 넣어서 볼 때마다
      얼마나 후회스러울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 사슴시녀2021.02.15 00:36 신고

      ㅎㅎㅎㅎ.
      첯사랑의 이름을 피부에
      영원히......
      어리석고
      어른스럽지 못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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