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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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과 수직 /'경계'란 없다

백조야 어딜 가니?

숲 지기 2017. 2. 14. 00:26



백조는 백조입니다. 

두발로 걷는다고는 하지만 

백조의 걸음걸음을 서서 물끄러미 지켜보는 인간과는 다릅니다. 


이리저리 걷다보니 그 곳이 건널목이었던 것 같네요. 

길을 건널 때 앞을 가로막는 것은 없습니다 

심지어 차들도 알아서 멈춰주었습니다. 

같은 방향으로 걸었던 무리가 있었지만(저를 포함하여) 

백조의 걸음을 방해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나서서 길 안내를 해주는 이도 없었습니다.






알프(Alb) 개울로부터 에트링엔(Ettlingen) 쪽으로 당당히 걸어오는 한마리의 백조를 보았습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이 개울과 멀어지더라도 

굳이 나서서 제지하지 않는 인간들이 백조로서는 고마울 것 같습니다.

걸음이 뒤뚱거리잖니?

개울에서 멀어지면 무얼 먹고 살건데?

가족도 친구도 없는 엉뚱한 곳으로?

사람도 아닌 백조인 네가? ..... 등등

이 외에도 백조가 뭍으로 걸어갈 때 받을 수 있는 질문은 많습니다.


무심한 듯 스쳐가는 행인들 속에서 

백조를 바라보던 저는 생각이 복잡해졌습니다.






2016년 가을쯤이었습니다. 




목을 약간 숙이고 걷는 백조, 각오가 옅보이지요.

앞만 보고 갑니다.


이 친구에게 뭐라고 한들, 들을 것 같지 않지요.

허긴, 백조에게 사람의 언어가 들릴 리가 없습니다.







참 늠름하게도 걷습니다, 이들 속에서 저도 백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느꼈지요. 




저와 같은 고민을 다른 행인들도 했던 걸까요,

아무도 백조에게 뭐라 하지 않습니다.


백조 또한 사람의 시선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앞만 보고 걷습니다. 

이쯤 되면, 

자신이 백조인 줄 아는 것이지요.







- 에트링엔Ettlingen)의 알프(Alb)개울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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