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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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과 수직 /'경계'란 없다

리히텐슈타인의 수도 파두츠(in Vaduz, Liechtenstein)

숲 지기 2017. 2. 3. 22:43

 

 

그래, 리히텐슈타인에 가보자.

비록 단 하루 허락된 일정일망정 여행이란 이름으로 떠나보고 싶었습니다.

 

독일과 인접한 스위스 국경도시에 볼 일이 있었던 터였고요.

리히텐슈타인과는 전혀 다른 쪽이었지만 같은 스위스 속에 있다는 점에서  

용기를 내어 다녀왔습니다.

 

리히텐슈타인은 인구 4만명이 안되는 아주 작은 나라입니다.

그곳에서 제일 높은 사람 한스 아담(Hans Adam)2세는 퓌어스텐(Fuersten)이라고 칭하는데, 

우리말로는 백작? 그런 정도가 됩니다.

모나코의 알베르트(Albert von Monaco) 백작도 같은 호칭으로 불리니까요. 

참고로 룩셈부르크의 앙리(Henri de Luxembourg)는 흔히 공작(Herzog)이라 하여 퓌어스텐보다 한단계 위입니다.

모두 쬐깐한 나라이지만 뒤에 붙는 호칭에 따라서 그 나라 위상도 달라지는 격이지요.

복잡합니다.

독일은 이런 구습을 벗어나서 다행입니다.

물론 폰(von),쭈(zu) 등등의 흔적을 이름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긴 합니다.

저에게도 그레핀(Graefin 여자백작) 친구가 있는데, 힘들게 살아요. 

언젠가 그 얘기를 이곳 블록에도  쓰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서둘러 볼일을 보고,

리히텐슈타인의 수도 파두츠를 네비게이션에 입력을 한 뒤 

일러주는대로 달려갑니다.

이른 아침 독일은 안개가 자욱하니, 참 운전할 맛이 나지 않았는데,

스위스 국경을 넘으면서 훤칠한 스위스의 원경도 보이고 하더군요.

뿐만 아니라, 햇볕까지 훤히 내리쬐니,특유의 눈 덮힌 스위스 산들이 눈부셨습니다.

"그래 이맛이야!"

바로 그런 기분 좋은 느낌으로 급히 썬그라스를 끼고 스위스 고속도로를 달렸습니다.

 

리히텐슈타인에 이르도록 스위스의 길은 양호했습니다.

널찍한 독일 아우토반 운전에 길들여진 저를 

알프스의 산골마을로 이리저리 안내하는 통에 

얼마간 혼란을 맞기도 했지만요.

맞아요, 심심한 저를 위해서 네비게이션이 가끔은 이렇게 장난을 칩니다.

 

 

 

 

 

 

 

 

 

 

파두츠에 도착하자마자 정차를 한 곳입니다.

저 위에 보이는, 요새같이 생긴 저 건물은 

이곳을 대표하는 백작이 거주하는 곳이랍니다.

산 중턱에 있어서, 라인강과 인접한 아랫동네를 훤히 내려다 보는 격이 되더군요.

 

도시 어디를 가나 성이 올려다보였어요.

 

 

 

 

 

 

 

 

놀랍더군요, 이 작은 나라에 포도밭이 있다니.....

대단히 목가적이지요

 

 

 

 

 

 

 

날씨도 흑림보다 따뜻하고요,

눈이 녹아서 질척질척.....

나물캐러 가기 딱 좋을 듯 합니다 ㅎ 

 

 

 

 

 

 

 

 

포도밭 주변의 집들도 여유롭습니다. 

포도 밭 가장자리엔 식당이 있었는데, 점심시간이 지나서 휴식 중이더군요.

종업원들, 해맑고 친절합니다. 

(시골사람 산사람들을 모조건 순하게 보는 습관이 있습니다 저는 ㅎㅎ.)

 

 

 

 

 

 

 

 

 

 

 

 

 

 

 

 

여기서 고민을 했습니다.

시내로 들어갈까? 

사실 시내도 크지 않아서 이리저리 산책을 한다해도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았지요.

아래 시내쪽으로 운전을 하는데, 훌쩍 진입로를 벗어나는 거예요.

하는 수 없이 수도가 아닌 다른 데로 가 보자 하고 가는데,

용케도 성을 지나서 가는 오르막길이네요.

 

 

 

 

 

 

 

 

 

 

 

 

 

보세요, 성 옆으로 난 길이 잖아요.

그런데 저 꼬불꼬불한 길에 차 세울 곳이 정말 없습니다. 

겨우 찾아낸 곳이 벤치 두개가 놓인 성 뒷편의 한적한 주차장입니다.

 

 

 

 

 

 

 

 

 

멀리에서 볼 때나

 

 

 

 

 

 

 

 

 

 

 

가까이에서 볼 때나,

우리가 아는 성의 개념과는 좀 다릅니다.

네, 군사요새의 그것이지요.

 

중세 아니 그 이전부터 성주는 이렇게 높은 곳에서 아래 자기네 백성들을 내려다보고 

견제해야 했던 적들의 동향도 미리미리 알 수가 있었겠지요.

따지고 보면 긍정적인 기운만 담은 건물은 아닌 거예요.

무지막지한 역사가 저 성에 얼마나 스려 있을지 말입니다.

잠시 상념에 젖습니다.

 

 

 

 

 

 

 

사진을 앞부분으로 당겨 찍었습니다.

네, 두더지들의 평화로운 놀이터이더군요.

앞에 진한 갈색의 봉우리들은 두더지들이 부지런히 일궈놓은 흙입니다.

눈이 녹자마자 일찌감치 세상구경을 하러 땅 위로 나왔었나 봅니다.

 

이쯤에서 

가던 길을 다시 올라 갑니다.

 

 

 

 

 

 

 

 

 

길이 점점 좁아집니다.

어떤 지점엔 차 한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절벽이어서 반대편에 차가 오면 

눈치껏 비켜서야 합니다.

 

 

 

 

 

 

 

 

 

 

몇 번 이렇게 가는 중에 덜컥 겁이 났습니다,

이곳이 낯선 나라이고 저는 혼자였고요 

비좁고 비켜서기도 아찔한 이 절벽에서 여차하면...........여차하겠구나....ㅠㅠ

(저 원래 겁장이랍니다)

 

 

 

 

 

 

 

 

 

 

 

사진은 못 찍었지만,

절벽 어느 적당한 곳에서 저는 가던 길을 되돌아 내려 옵니다.

아쉬웠지만 다음에 가기로 하지요. 

 

 

 

 

 

 

 

 

 

 

성 옆길을 다시 내려 옵니다.

길은 꼬불꼬불, 

여전히 차 세울 곳도 없고 변변하게 사진 한장 못 찍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만난 빨간집입니다.

태양을 마주하고 만난 집입니다.

이 집도 파두츠에서는 꽤나 알려진 집이었던 것 같은데, 

내용은 모릅니다.

다음에 다시 가게 되기 전까지 저는 찾아보지 않을 것이고요.

 

 

 

 

 

 

 

 

 

이런이런,,,

내려오다 보니 다시 그 포도농장입니다.

ㅎㅎ 아무리 작은 나라라도 그렇지, 어떻게 저는 포도농장에서 포도농장으로만 뱅뱅 돌까요 ㅎㅎ

 

이 때 시계를 보니, 해가 지기까지는 얼추 1시간도 안 남았지 뭡니까.

또 고민을 합니다.

시내 들어가서 커피라도 한잔 마시고 가나

아니면 그냥 귀가를 할까.....

 

 

 

 

 

 

 

 

 

시내에서 올려다 본 성입니다.

여기 잠시 정차를 하고 고민을 하고 주차자리를 찾기 위해 이 조그만 교차로를 몇 바퀴 돕니다.

그리고 여기 저기 기웃거렸음에도 

못 찾습니다.

 

남은 방법은 한가지,

 

 

 

 

 

 

네, 

"집에 가자"입니다.

서둘러 귀갓길에 오릅니다.

 

파두츠를 빠져나오는 도롯가에 잠시 정차했습니다.

세계에서 국민 소득이 가장 높다는 소국 리히텐슈타인,

수도 파두츠는 우리가 아는 수도의 위상과는 거리가 멉니다.

눈에 띄게 높은 건물 하나 안보이고요, 

다만 먼산 중턱에 소박한 성 하나가 보일 뿐이지요.

저 성에는 이 나라 백성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성주가 살고 있답니다.

 

아래 사진은 같은 장소에서 반대편을 찍은 것입니다.

 

 

 

 

 

 

 

 

 

 

 

 

 

리히텐슈타인 진입로입니다.

저는 곧 저 길로 저 곳을 떠날 예정이었고요. 

소박한 어느 스위스 목장입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디를 보아도 자연을 거스르지 않은 모습입니다, 

적어도 제 눈에는 그렇게 보였습니다.

 

 

 

 

 

 

 

리히텐슈타인에 속한 고속도로 휴게소입니다.

통용되는 돈은 스위스 프랑이고, 둘러 보니 뭐든 좀 비싸긴 했어요.

 

어리고 볼이 발그스름한 판매원 아가씨의 알프스억양이 인상깊었습니다. 

마치 알프스 숲 깊은 곳에서나 울리는 요들처럼 들렸고요,

우리가 아는 동화 속의 하이디도 아마 그 비슷한 어투를 가졌지 않았을까요.

 

생각하니 그립네요,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가야지....

 

  • 노루2017.03.22 02:08 신고

    인터라켄에서 융프라 올라가는 기차 타고 가다가,
    그러고 싶어서, 도중에 내려 풀밭에 에델바이스 꽃풀들
    사이에 앉아서 하이디처럼 빵과 치즈로 점심을 먹으며
    융프라 올려다 보던 생각이 납니다. 저 동네 사람들은
    아예 그런 데서 살고 있으니! 사진만 보는데도 가슴이
    뛰네요.

    멋진, 특히 다른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울, 포스트입니다.
    제 <즐겨찾기: 유럽>에 연결시켜 놓았습니다.

    답글
    • 숲지기2017.03.22 13:08

      고맙습니다 노루님.
      저도 님의 블로그에서 안내해 주신 한국문학 특히 시부분에 들어가서
      한 나절 읽고 나왔는 걸요.

      스위스치즈 맛있지요? 사람들도 친절하고요.. ㅎㅎ
      스위스의 저런 설경들을 저는 거의 운전 중에 만났습니다. 주로 이태리를 가는 도중이었는데, 힐끔힐끔 바라보거나 고숙도로 휴게소에서 넋을 잃고 바라 볼 때가 있었습니다. 맞아요, 뛰는 가슴을 하고 말입니다.
      저곳 리히텐슈타인은 자주 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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