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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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명절·풍습 /성탄Weihnachten

코로나 시대의 성탄손님 초대

숲 지기 2020. 12. 7. 14:29

 

 

 

성탄이 가까와진 12월에 손님을 초대하였다.

코로나가 창궐하여 감염수치가 날로 치솟는 중인지라

독일에는 최대 두 가족의 5명까지만 모임을 허락한다는 강령이 내려졌다.

그나마 전면 금지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대단한 절친이 아닌 이상 적당히 건너뛰어도 크게 결례도 아니고

요즘처럼 바쁜 나날에 되려 잘 된 듯도 하고

그래서 좀 전에 있었던 미니 성탄 파티에는 나를 포함한 4명 만의 만찬이 되었던 셈.

 

사진과 같이 차려서 먹고 마시고,

만나지 못한 그간의 회포를 푸는 오랜 대화를 한 뒤,

왔던 손님들이 웃으며 돌아간 뒤,

그들의 빈 접시며 내려 앉은 먼지까지도 말끔히 치운 뒤에

홀가분하게 노트북을 마주하고 앉았다. 

 

 

 

 

불과 몇 시간 전의 엉성한 식탁 풍경이지만,

정겨운 이들과 

마주 앉아서 나눴던 대화들이 벌써 그립다.

몇달 마스크를 쓰고 인위적인 간격을 두고 보니 

사람 사이의 '정'이 대단한 것인 줄 더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음식얘기를 좀 하자면, 이번엔 독일식이었다.

윗사진에 보이는 국 즉 수프는

토마토와 지중해허브들과 넬케(Nelke) 진(진토닉 원료)를 넣고 끓여 분쇄한 후

식탁에 내기 직전에는 구운 호박씨를 얹고 크림을 둘러주었다.

아 그리고, 밭에 농사 지은 고추 하나도 넣었었는데

알싸하고 시원(?)한 맛만으로도 먹을만 했다.  

 

 

 

 

 

윗접시는 누가 보아도 독일음식.

소고기롤라덴(얇고 넓게 저민 소고기에 각종 채소와 양념을 넣어 김밥처럼 둘둘 만 것을

뜨겁게 한번 볶았다가 열을 낮춘 자작한 소스에 오래 뭉근하게 끓여내는 요리) 국수,자주색 배추,감자크로켓에 기본 샐러드.

쉬운 듯 하지만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요리들이다.

물론 다 만들어진 것을 사서 데우거나 굽기만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차릴 바엔 일부러 초대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요는, 

정육점에 날짜 맞춰서 미리 친환경 고기를 예약하고,

또 며칠 전부터 국수 만들어 말리고 자주색배추도 썰어 익히고.

수프와 롤라덴에 들어가는 허브들은 거의 내 텃밭에서 얻고, 부득이한 것은 자연환경재배를 고집하며 구입하였었다.   

 

오늘 상차림을 우리말로 풀어 쓰자니 자꾸 비교를 하게 되는데,

아무리 차려도 한식 상차림의 절반도 안 되는 노동에

시장을 본 가격은 더더욱 비교도 안 되게 저렴하였다.

이유를 생각해 보니,

메인과 에피타이저 요리에 등에 딱 한 가지씩만 하고 음식의 양도 딱 먹을 만큼만 해서이지 싶다.

 

 

 

 

 

작은 창문가의 성탄장식,

집에 노는 심심한 화분에 리본만 달아 주었다.

 

 

 

이건 세면대 위.

 

 

 

 

식탁을 차리는 중에 찍은 사진.

지난 여름 휴가 뒤론 카메라를 이삿짐에 넣어버린 터라,

손전화로만 찍었는데 결과물이 참 그렇다.

더구나 음식 앞에,더구나 손님까지 앞에 두고 사진을 찍는 일도 어지간히 어색했고....

그나마 몇컷 찍은 것들도 촛점이 다 도망가버린 격이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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