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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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의 설거지, 절대로 적응이 안 되는 그 무엇!

숲 지기 2021. 7. 7. 20:07

 

 

독일 생활이 이미 20년도 훨씬 더 되었지만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 게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설거지이다.

그 동안 벌써 여러 번 글로 써 볼까 했지만 여태껏 꾹꾹 참았던 것은 

마치 고자질이라도 하는 듯한 일말의 캥기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일전에 집으로 초대했던 지인들이 

딴엔 나를 도와준다고 큰 접시를 손세척했고, 어떤 접시는 그릇장에까지 넣어 놓았다.

이 일로 인해 나는 망설이며 만하루를 넘긴 뒤, 접시들을 몽땅 다시 꺼내서 재세척을 하였다.

이렇게까지 하는 나를 독일식으로 보면 쓸 데없이 과민한 비정상이요

우리나라 식으로 보자면 너무나 당연한 정상이지 싶다.

 

 

 

 

 

서론을 이 정도로 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고자질을 할 차례.

 

위 사진은 전형적인 독일식 설거지 광경인데

우리식 설거지를 한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저 풍경에 의아해 할 것이다.

왼쪽의 부글부글 세척제를 푼 물에 접시를 씻은 뒤

오른 쪽의 행주로 닦아 말리는데

예를 들어 세젯물에서 건져낸 세제거품이 흥건한 사진 속 식칼 두자루도

행주로 거품만 훔쳐닦으면 세척이 완료된다.

뭐가 빠졌을까?

 

 

 

 

 

 

여기 2인조 설거지의 실례를 다시 보자.

세젯물에 씻은(담았던) 그릇을 남편이 건내면

아내는 행주로 닦아 말려서 설거지를 마무리 한다. 

초단순 절약형인 이 설거지 시스템의 놀라움을 아직도 알아차리지 못한 이가 있을까?

 

 

 

 

 

 

 

 

다시 한번 총정리,

위에 거품이 부글부글한 저 접시는 

행주로 닦아 말려서 접시장으로 바로 직행한다는 말이다.

 

설거지법을 도저히 따라할 수 없어서

독일정착 초기엔 욕도 많이 먹었다, 이유는 물낭비가 심하다나.

다행히 내 경험은 아니지만 독일로 시집을 온 많은 한국 며느리들이

독일인 시어머니들로부터 시집살이를 하는 거의 유일한 이유도

이 놀라운 설거지법이라고 듣고 있다.

 

아, 뽀드득뽀드득 행구면 얼마나 좋아! 

 

 

.................

 

*

독일인들은 이 설거지 방법은

물을 엄청나게 절약(?)하고 
세제로 마무리한 코팅효과로 더러움이 덜 타며
위생에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 이쁜준서2021.07.07 21:04 신고

    그들 나름으로 맞다 싶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저렇게 할 수는 없겠지요.
    맑은 물에 수세미로 문대어 행구어 내는데, 이해가 안갑니다.

    선진국이란 말에서 참 부러웠지요.
    이젠 세계화가 되어서 실상들이 알려지면,
    우리나라도 선진국 못지 않게 생활환경, 가전, 먹는 것까지
    선진국이다 싶습니다.

    사고방식의 후진은 아직까지지만요.

    답글
    • 숲지기2021.07.08 00:10

      워낙 문화가 달라서 비교자체가 불가능할 때가 많지만
      부엌설거지만 볼 땐 참 그렇습니다.

      우리나란 행구는 것도 여러 번씩 깨끗한 물로 갈아가면서 하지요.

  • 파란편지2021.07.08 12:21 신고

    초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로부터 독일 사람들의 절약정신에 대한 얘기를 많이도 들었습니다.
    물론 아주 단편적이어서 가령 성냥 한 개비에 불을 붙이면 네댓 사람이 담배에 불을 붙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로니 그릇까지 씼다가 만다는 건 참 어처구니없는 짓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세재를 다음 식사 때 먹게 된다는 건데, 아무래도 게름직합니다.
    위생도 위생이고 건강에도 좋지 않을 것은 당연합니다.
    물은 절약해야 하겠지요. 그렇지만 어느 정도여서 순환에 지장이 없다면 굳이 그렇게 아껴서 뭘 하나 싶은 것이
    물이나 공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참 희한한 사람들입니다.

    답글
    • 숲지기2021.07.09 12:37

      저도 교장선생님과 생각이 같아서
      여태 어디 가서 뭘 먹을 때 생각을 가끔 합니다.
      우리식으로 보면 이들의 습관이 참 독특하죠.
      요리법 또한 우리만큼 다양하지 않고,
      그러니 자잘한 종지나 접시가 필요하지도 않고요.
      이런 이유에선지 독일 지인들의 부엌은 외관상 정말 깔끔합니다.
      마치 모델하우스나 부엌광고 속의 풍경 같지요.
      요즘 미니멀이 유행인데,
      우리식 부엌엔 한계가 있습니다.

  •  
      •  
  • 사슴시녀2021.08.13 18:42 신고

    미국사람들도 똑같아요! ㅎㅎ
    제가 일주일에 한두번은 높은열로 세척기를 돌립니다 돌리기전 우선 대강 닦는데
    그걸 볼때마다 남편이 잔소리 한마디씩 합니다
    왜 몇번씩 닦냐고 세척기에 그냥 넣으면 다 알아서 할텐데..
    문제는 남편 말데로 하다면 세척기가 손으로 딲는것 처럼 깨끗히 안닦힌다는거죠, 세척기에 넣은 이유는 고온 열처리 이점 때문에 넣구요.
    미국주부들 거품 뭍어있는채로 마른 행주로 닦고 넣는데 제가 아는 미국사는 한국 주부님들 아무리 미국에 오래 살았어도 단 한분도 미국식 설겆이 하는분은 아직 못봤어요!
    저도 고자질! ㅎㅎㅎ

    답글
    • 숲지기2021.08.14 11:38

      하하 안심입니다.
      이 글 올리고 조마조마했고, 혹시나 독일인들이 읽으면 어쩌나 했으니까요.
      우리나라 세척문화가 별난 것인지,
      이곳 분들이 게으른 것인지 잘 모르지만
      우린 무조건 우리식으로 씻어야 합니다.

      아마 설거지에 관한한은 자부심을 가지시지 싶습니다.
      일단 개운하니까요.
      하하 고자질 ㅋㅋ 사슴님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Chris2022.01.08 21:47 신고

    캐나다식 설겆이가 조금 낫네.
    중간에 아주 간략하지만 거품 행궈내는 린즈 과정은 거치던데.
    독일인은 세제 무해론을 신봉하는 듯.

    이해안되는 부분.
    비지니스상 상업용 dish washer 많이 사용해 봤는데
    린즈->세제 세척 ->린즈->고열건조
    과정은 한결 같던데.
    헬스 인스팩터들이 고열건조 후 행주로 다시 닦지 말라고 신신당부하고.
    재감염 우려.

    식기 세척 방법 만큼은
    독일식을 따를 수 없음. ㅎ

    답글
    • 숲지기2022.01.13 01:21

      하하 어떻게 아셨죠?
      처음엔 설거지 제대로 해야한다고 제의를 했었는데
      돌아오는 답이 '세재 무해론'이었습니다.
      마른 수건으로 습기를 다 닦으니
      괜찮다고도 했고요.

      행주로 말리는 게 크리스님 글보니 수긍이 갑니다,
      그렇죠 위생에 더 해롭겠죠.
      저는 세척기를 거의 쓰지 않습니다.
      혼자쓰니 설거지양이 적어서 세척기 채우는 게 여러 날 걸립니다.
      그렇다고 접시 몇 개 넣고 매번 버튼 누를수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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