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꽃으로 바구니를 꾸미며

 

숲만 보며 여러 날을 살았다.

 

그러면서도 어둠이 올 때까지 부지런히 몸일을 했고,

덕분에 이른 봄부터 씨뿌려 키운 모종들의 대부분이 밭으로 이사를 갔다.

밭으로 떠나보내는 이별을 하고도 전혀 슬프지 않은 것은

이 경우 뿐이지 않을까.

 

그렇지 오늘은 꽃꽂이 사진을 올리는 중이지.

 

 

 

 

 

질경이 망초꽃 엉겅퀴 장미 오레가노꽃 수선화잎 무화과잎 심지어 잔디의 씨앗대까지

내 마당에서 수확한 것들만을 모아서 꽃았다.

사진들은 그 때의 기록들,

세상의 플로리스트들 중 내 이 순간만큼의 기쁨을 가진 이가 있을까.

(자화자찬!, 자뻑이라 하던가 ㅋ)

 

 

 

 

돌보지 못했지만 

필요한 만큼의 꽃을 늘 피워주는 장미,

몇 그루 둘러보면 자연 속에서 잘 자란 예닐곱 송이 꽃을 거두는 것 쯤은 문제가 없다.

 

 

 

 

준비물은 이게 전부,

너무 부실하다고?

나에겐 감사하리만큼 풍족할 뿐이다.

(이 또한 자뻑일까 하하)

 

 

 

 

 

꽂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고,

정신을 차리니 하하 벌써 남은 꽃이 하나도 없다.

바구니를 채우다가 부족하면 보기에 살랑살랑한 잔딧대와 질경이꽃대를 잘라 보충하고

 

 

 

 

 

 

 

 

 

 

 

 

 

 

 

그래도 엉성하여 망초꽃까지  ㅎㅎ

 

 

 

 

 

 

드디어 완성! 

 

플로리스트앞치마 선물이 배달되었다.

차에서 소포를 풀어보고.....

다음엔 이걸 입고 꽃꽂이를 해야지

댓글 10

• 이쁜준서2021.06.26 01:44 신고

  정말로 쓸쓸하고 억울하고, 그런 맘 털어 놓고,
  이야기 하시지 못 했을 것이고,
  한동안 맘이 힘이 들었는데, 그 시공간을
  모종을 밭에 내다 심고 몸이 힘들고,
  그런그런 시간에서 조금 벗어나셨을까?
  어쩌면 저 꽃꽂이는 가신 친구분 드리는 것이였을까?
  
  저가 숲지기님을 생각하면 맘이 쨘~~ 합니다.
  건강하게 지내세요. [비밀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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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숲지기2021.06.26 11:53

    고맙습니다.
    마음이 허한 덕분에 피부가 새까맣게 탈 만큼 마당일을 했습니다. 땀 흘리일만큼 상한 마음을 돕는 게 또 있을까 싶습니다.
    식물의 진실됨을 이쁜준서님 누구보다도 잘 아시지 싶습니다.
    
    네, 묘소에 놓아주었습니다.
    님께서도 건강하십시오.
    [비밀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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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편지2021.06.26 02:23 신고

  맨처음 꽃꽂이를 한 사람은 숲지기님처럼 했을 것 같아요.
  숲지기님처럼?
  일본인들처럼 하지 않았다는 뜻이죠. 하기야 지금은 거의 다 그렇게 하지만.
  뭐랄까요, 공간 감각을 살려서 멋들어지게 꾸미는 방법?
  전 그게 정말 싫어서요. 바라보고 감탄하기는 하지만.
  꽃은 꽃다워야 하는 거잖아요.
  그걸 가지고 제멋대로 배치해서... 아무래도 설명할 수가 없네요.
  한 마디만 보태면 기형아를 만든다고나 할까요?
  누가 꽃꽂이를 해준다면 숲지기님처럼 해달라고 할 것 같아요.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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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숲지기2021.06.26 11:58

    교장선생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꽃이라고 다 같은 꽃이겠습니까.
    제 마당의 제맘대로 뻗고 또 피고싶을 때 폈다가 지치면 쉬었다가 또 꽃 맺고 하는 것과
    꽃 공장에서 규격에 맞게 일률적으로 큰 아이들이 같을 리가 없지요.
    
    그런데도 사람의 눈은 그것을 구분하지 못합니다.
    코는, 아주 휼륭한 코를 가진 사람들은 알아냅니다.
    
    교장선생님 제 옆집으로 오시면 매일 꽃 꽂아 드립니다.
    매일은 안 되겠습니다 매주.... 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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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란편지2021.06.26 12:48 신고

    헉!
    생각만으로도 '감격'입니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뜻밖의 충만감, 행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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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숲지기2021.06.26 13:18

    오 교장선생님,
    정말 제 마을로 오십니까?
    오시면 저는 영광이죠.
    다만 독일은 너무나 재미없는 곳이니 숙고하십시오.
    저도 몰랐고요, 지금은 알면서도 이러고 있습니다요 ㅎㅎ
    
    (농담을 진담으로 읽고 있죠. 이게 독일살이의 부작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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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령2021.06.27 17:05 신고

  숲지기님을 위한 꽃바구니네요.
  꽃바구니를 채울만한 꽃들이 있다니 부자십니다.
  요새 이곳은 겨울이다보니 마당에 꽃이 없어서 너무 쓸쓸하네요.
  하긴 여름이었어도 꽃이 별로 없지만서도요. 요새는 제랴륨도 추운지 꽃을 안 피우네요.
  저는 지난주에 아스트라제너커 백신을 1차 맞았는데 아무런 부작용없이 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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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숲지기2021.06.27 20:12

    우령님 계시는 호주는 겨울이겠네요.
    하하 몇달 전 이곳이 겨울일 때 우령님 화단보며 많이 부러워 했었는데
    지금 딱 반대입니다요.
    
    마당꽃은 제가 크게 공을 들이지 않아서
    딱 바루니 하나 만들만큼만 됩니다.
    감사하죠.
    
    부작용없이 마치셨다니 다행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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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ris2022.01.28 05:39 신고

  제가 보기에는 참 잘 만드신 것 같은데.
  누굴 주시려나?
  본인이 보고 즐기는 것도 좋겠지요.
  잡안에 들여놓으면
  집안이 확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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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숲지기2022.01.31 16:48

    먼저 간 좋은 분께 드렸습니다.
    꽃바구니를 만들어 차에 싣고 가서
    또 한참을 걸어야 하는 곳에
    저 꽃을 놓고 왔습니다.
    
    마당에 다시 꽃이 피면 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