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뜨개질, 숲 겨울의 마약같은 중독 본문

수평과 수직 /이 순간

뜨개질, 숲 겨울의 마약같은 중독

숲 지기 2022. 2. 8. 23:56

 

 

 

가끔 질문을 받는다,  진눈깨비와 폭풍이 몰아치는 숲마을 겨울이 지겹지 않냐고.

'하하 그럴 리가요! '

산골엔 한번 빠지면 몇 주간 헤어나지 못할 일이 꽤 있는데 

그 하나가 뜨개질이다.

 

작년까진 대바늘뜨기를 하다가

정초에 거의 충동적으로 잡아 본 코바늘에 

몇 주간 푹 빠져 지냈다.

 

 

 

 

 

부족한 듯하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코바늘과 실, 

그들을 만지작거리며  이리저리 궁리하는 나만 있으면 있으면 된다.

 

 

 

 

 

 

실이 많기도 하고 또 비교적 적고

가격 또한 싸지도 또한 비싸지도 않다.

꼭 필요한 것이라면 비싼 것이 아니고

무용지물이면 단 1유로도 비싼 것일테니. 

 

그러나 폭풍에 눈발이 휘날리고 올 사람도 갈 곳도 딱히 없는 날 

무심코 열어 본 장농 속에서 실뭉치를 발견하면

참 반갑다.  

 

 

 

 

 

 

카드지갑이다.

무늬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참고했다.

만드는데 소요시간은 이틀,

자주 해서 익숙한 사람에게는 문제가 없을 테지만 

내 경우는 콧수가 자주 늘거나 줄어서 

뜨던 것을 풀어 처음부터 여러 번 다시 시작했야 했었다.

 

 

 

 

색상이 특히 유명 브랜드 비슷하다.

 

 

 

 

 

이 것은 별무늬 핸드폰 가방이다.

저 쬐그만 것도 며칠이 걸렸는데, 만들면서

뜨개질을 가르쳐 주셨던 여중 여고시절 가사선생님들께 감사를 드렸다 . 

 

 

 

 

 

 

이 엄지장갑들은 완성 후 바로 주인들을 찾아 보냈다.

양털실로 짠 덕분인지 따뜻하고 어쩌고 하다며 여러 번 인사를 들어서 

내 것도 한쌍 후딱 마련했다.

장갑의 오른 쪽은 특히 벗지 않고도 손가락을 꺼냈다가 넣었다 있도록

손 안 쪽을 열고 덮개를 만들었다. 

 

 

 

 

 

 

 

 

  • Chris2022.02.08 19:35 신고

    창조 작업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고 합니다.
    저는 눈도 어리어리하고 작은 것 만지면 재글재글해서 뜨게질 못합니다.
    한코 한코 정교하게 뜨시는 것을 보니 아직 청춘이신 모양입니다.
    숲지기 천직이십니다. ㅎ

    답글
    • 숲지기2022.02.08 21:23

      재글재글하십니까 크리스님? ㅎㅎ
      이런 멋진 의태어? 의성어?를 알고 계시다니요!
      뿐만 아니라 적제 적소에 활용하시고요!!!
      놀라우십니다!

      워낙 집순이이기 때문에요,
      누가 건들지만 않으면 자기만족으로 몇년이고 잘 삽니다.
      숲지기가 천직이라 하셔서 감사해요 ㅎㅎ

  • 이쁜준서2022.02.08 23:58 신고

    카드 지갑, 핸드폰 가방 색상이 좋고,
    특히 핸드폰 가방의 무늬가 좋습니다.
    다 알았는데 이제 관심 없이 지낸 세월이 너무 긴지
    코바늘 뜨기도 잊었습니다.
    겨울 혼자서 좋은 동무를 만나셨습니다.

    답글
    • 숲지기2022.02.09 22:50

      코바늘동무가 아니어도 이쁜준서님께는
      도타우신 친구님들이 많으시잖아요.
      아주 오랫만에 시도를 해서
      여러 번 풀었다가 뜨기를 반복했습니다.
      사실은 손가락도 아프고요,
      어깨도 목도 뻐근합니다요 ㅠㅠ

      고생은 했지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파란편지2022.02.09 00:53 신고

    딱 보면서 '아하, 깔끔한 성격이 드러나는구나' 했습니다.
    (딱 보면 압니다.)
    '다 같은 실, 다 같은 바늘인데?' 하지만 다 같은 카메라, 다 같은 컴퓨터로도 그렇거든요.
    (깔끔한 성격이란 말이죠? 음...)

    뜨개질 하는 모습, 책 고르는 모습...
    저는 그런 모습을 가볍게 다가갈 수 없는 모습이라고
    아주 단단하게 새겨놓았습니다.

    답글
    • 숲지기2022.02.09 22:59

      우리나라 학교 교육의 강점입니다요.
      학교에서 별 걸 다 배운 것 같아요.
      그리고 저를 깔끔할 것이라 하셨습니다.
      잘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깔끔한 것을 좋아는 하는데,
      혼자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어서
      불만이 많습니다.

      책을 읽는 대신 종이 신문을 읽습니다.
      일간지 펼쳐들면 커피 몇 잔 쯤은 문제가 없죠.
      뜨개질은요, 명상시간과 비슷합니다.
      아니 거의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 style esther2022.02.09 15:59 신고

    뜨개바늘, 나무 손잡이
    편리해보여요.
    완성품을 보며 얼마나 뿌듯하실까요.
    구경꾼도 이리 마음이 따쓰해지니까요.
    저도 중학교 가사선생님께 배웠는데
    그때 끈달린 얇은 목도리 떴던 기억이 납니다.
    선생님 한 분 얼굴까지 떠오르는 신기한 경험~
    한봉순 선생님,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덕분에...



    답글
    • 숲지기2022.02.09 23:14

      아무래도 저보다는 에스더님께 더 어울리는 작업이죠. 인정합니다.
      중학교때 만드셨다는 끈 달린 목도리,
      참 보고싶답니다.
      한봉순선생님, 에스더님의 가사선생님께선 참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셨습니다 .
      저의 가사선생님들도 옥자, 옥경 등 에스더님의 은사님 못지 않으셨죠.
      근데 제자가 별롭니다 하하

      완성품을 마주할 때는
      자뻑이라 하나요?
      맞습니다,스스로 뿌듯했습니다.
      비결이 있다면요, 소품이어서
      쉽게 완성을 보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 노루2022.02.10 19:20 신고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작품을 직접 손으로
    만들어내시네요. 그 내내 창조적인 일의 기쁨에
    젖으시겠지요. 솜씨에 놀랍니다.

    한국에서 2017-18 겨울을 지내면서, 종로 2가
    지하 상가에서 산 털장갑 덕을 톡톡히 본 생각이
    납니다. 테니스 칠 때도 그렇고, 가죽장갑보다
    따뚯하더라고요.

    답글
    • 숲지기2022.02.12 13:14

      종로2가 지하상가, 저도 기억납니다.
      종각 근처였고요.
      뭘 산 경험은 없지만, 자주 지나다녔습니다.

      요즘은 어떤 것의 가치가 '마음 씀'의 정도로 매겨지는 것 같아서요.
      이렇게 몇 개 마련해 두고서 지인들 생일과 명절에 대비합니다.
      잘 봐주셔서 감사해요 노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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