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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5월에 읽는 시 본문
독일 어느 동네 한복판에 세워진 오월의 나무*
지금은 어떤 음악 속에
/ 문태준
오늘은 밝고 고요한 흰 빛이 내리시니
화분에 물을 부어주고
멀리 가 있는 딸의 빈방을 들여다본다
일곱살 딸이 작은 방에서
피아노 건반을 누르고 있다
그래, 지금은 어떤 음악 속에 있다
뒷숲에는 잎들이 지고
거실에는 어제의 식구들이 수런거리고
탁자 위 돌, 조개껍질, 인형은 눈을 감고
나는 씌어지지 않은 백지를,
백지의 빛을 책상 위에 가만히 펼친다
문장이 백지 위에 어리고 움직인다
희미하고 물렁물렁한 감정을 갖고서
내 옆에는 한 컵의 투명한 물이 있고
그 옆에는 허물어진 그림자가 있고
노랗게 익은 모과는 향기를 풀어내고
때때로 떨어진 잎들의 흐느낌이 들려온다
누군가 문밖에서 나를 불러
흰 빛 속에 잠시 나를 들어올린다
- '아침은 생각한다' 창비 2022
4월 마지막 날 저녁, 오월의 나무를 세운 뒤 마을회관 앞에서 동네 축제가 시작된다. 나 빼곤 모두 이 동네 사람들
꽃이 무거운 꽃나무여
/ 장석남
꽃나무는 심어놓고
잊었더니만
어느날
꽃이 무거워 가지가 휘는 작은 꽃나무여
첫 꽃 핀 꽃사과여
그 꽃의 중량을 가늠해보니
세상에 와서 처음 업어보는 연인의 무게만 하겠네
상기된 미소, 그 무게만 하겠네
숨이 막히도록 무거운 피어남들
꽃이 무거워 가지가 휘는 작은 꽃나무여
꽃 떨구고 하늘로 솟을라나?
혼이 난 김에 아주 솟아 갈라나?
숭굴숭굴한 진자줏빛 무게여
꽃의 무게로 일생이 휘는 일이여
- '내가 사랑한 거짓말' 창비 2025
이날 새로 알게 된 지인들. 내가 초대 받은 곳은 주말농장 그룹의 테이블, 리타가 속해있는 모임이다. 리타는 절친 유타의 또 다른 절친. 리타는 이 동네 방앗간집 맏며느리.
착한 밤
/ 전윤호
아무도 거짓말하지 않는 착한 밤입니다
지하주차장 가득 찬 겨울
노숙하는 자동차 위로 불꺼진 창들
아무도 울지 않는 착한 밤입니다
어둠이 두려워 노래 부르며 걷습니다
늙은 권투선수처럼
이번에 넘어지면서 다시 못 일어나겠지요
왜 추울수록 별이 더 잘 보일까요
북한강은 점점 더 깊어집니다
아직도 끝까지 가보지 못했습니다
자작나무숲 지나 어디쯤에선가
길 잃고 동해를 만나지요
마지막 잔은 남기고 외투 걸치는 사람 위해
갑자기 안개 깨어나고
실패가 두렵지 않은 착한 밤입니다
- 슬픔도 깊으면 힘이 세진다, 북인 2020
오른쪽 왼쪽 앞에 보이는 건물까지, 지방 보호 유산으로 지정된 리타 시아버지의 방앗간
초승달이 올려진 건물 역시 중세 때 건축되어 대를 이어 지금도 사용 중인 방앗간 부속건물 중 하나이다.
한해 두어 번 씩 외부에 공개하는 날, ... 그 뭐라나.... 갑자기 단어 생각 안남....
방앗간의 역사와 기술적 변천을 설명해주는데....
여러 번 초대를 받았지만 그때마다 일이 있어서 아쉬워 하다가 '오월의 나무 세우는 날' 을 계기로
겨우 방문을 하게 되었다.
..... 제주도에서 돌아온지 보름이나 되었지만
여전히 그곳의 풍경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
..... 그래 지난 2주간, 네 번의 생일잔치가 있었고 두 번의 장례식이 있었다.
누구에게나 정확히 같은 단위로 주어지는 촘촘히 짜내려가는 직조와 같다고 여겼던 생에 대해
생각을 수정해야 할 것 같다.
..... 사진은 오월의 나무를 세운 날 전경이다.
17세기 즈음 시작된 '오월의 나무( 세우기)' 는 곡식의 싹이 잘 나서 건강히 성장하고 풍요를 기원하며
마을 사람들이 협동하여 울긋부긋 장식을 한 오월의 나무를 세우고
그 주변에서 춤을 추는* 남쪽 독일의 오랜 전통이다.
퇴근을 하고 서둘러 갔지만 오월의 나무가 세워지는 의식이 다 끝난 뒤였다.
..... 하루에 한번도 블로그에 들어 오지 않은 나날이 늘어간다.
이러다가 아주 안(못) 올 수도 있겠다 싶다.
찾아주신 분들과 시 써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오월의 나무 Maibaum
*오월의 춤 Tanz in den M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