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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4월에 읽는 시 본문
만월 滿月 단청丹靑
/정일근
산은 하늘 주인이 내려와 사는 천황산인데
남루하여 새 단청 입지 못하는 산절이 있다
사월 보름달 새벽에 찾아오시면, 절은
벌떡 일어나 제 남루한 알몸 천천히 돌려 가며
한 홉 한 작 남김없이 꼼꼼하게 색을 받는다
달빛이 비단 금비단을 짜서 툭, 던져 놓고
어허 꽃이로다 꽃! 제 이마 탁, 치는 밤에
우주의 별이 일제히 눈을 감는다
천하절색이라는 말 이 절색에서 나왔으리
한 달에 한 번 찾아오는 만월의 단청불사인데
달이 돌아가실 때 절이 오체투지로 올리는 사례는
만개한 때죽나무 꽃내음이 전부다.
또 다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최영미
불꺼진 방마다 머뭇거리며, 거울은 주름살 새로 만들고
멀리 있어도 비릿한, 냄새를 맡는다
기지개 켜는 정충들 발아하는 새싹의 비명
무덤가의 흙들도 어깨 들썩이고
춤추며 절뚝거리며 4월은 깨어난다
더러워도 물이라고, 한강은 아침해 맞받아 반짝이고
요한 슈트라우스 왈츠가 짧게 울려퍼진 다음
9시 뉴스에선 넥타이를 맨 신사들이 침통한 얼굴로 귀엣말을 나누고
청년들은 하나 둘 머리띠를 묶는다
그때였지
저 혼자 돌아다니다 지친 바람 하나
만나는 가슴마다 들쑤시며 거리는 초저녁부터 술렁였지
발기한 눈알들로 술집은 거품 일듯
부글부글 취기가 욕망으로 발효하는 시간
밤공기 더 축축해졌지
너도 나도 건배다!
딱 한잔만
그러나 아무도 끝까지 듣지 않는 노래는 겁없이 쌓이고
화장실 갔다 올 때마다 허리띠 새로 고쳐맸건만
그럴듯한 음모 하나 못 꾸민 채 낙태된 우리들의
사랑과 분노, 어디 버릴 데 없어
부추기며 삭이며 서로의 중년을 염탐하던 밤
새벽이 오기 전에 술꾼들은 제각기 무릎을 세워 일어났다
택시이! 부르는 손들만 하얗게, 텅 빈 거리를 지키던 밤
4월은 비틀거리며 우리 곁을 스쳐갔다
해마다 맞는 봄이건만 언제나 새로운 건
그래도 벗이여, 추억이라는 건가
- 최영미,서른, 잔치는 끝났다 ,창작과비평사, 1994
혼잣말 가게
/ 길상호
눈발을 피해 들어가 보니
거기 손님은 하나도 없고
혼잣말들만 옹기종기 모여 있었네
말문을 닫아건 채 가게는
어떤 환대도 하지 않았네
실어증을 앓고 있는 주인은
고갯짓으로 주문을 받고
드르륵 바람에 떠는 문도
삐걱삐걱 다리가 아픈 의자도
피ㅡ익 난로 위의 주전자까지
모두 혼잣말의 고수들이었네
선반 위의 TV는 자꾸 말을 바꾸며
어떤 대화에도 응하지 않았네
후루룩 국수를 다 먹을 때까지
나도 혼잣말이 되고 말았네
눈빛으로 계산을 하고 나왔는데
언제 날이 환하게 갰는지
모든 말발들은 사르르 녹아
천천히 하수구로 흘러들었네
- 길상호 ,눈의 심장을 받았네 ,실천문학사, 2010
.............
,,,,, 환한 목련 봄날, 사진 찍는 순간
핸드폰을 자세히 보지 않고 그냥 퍽퍽 찍었다
이유는 눈이 너무 부셔서.
이런 환한 날이 또 올까,
저들 목련이 피기를 고대하며 저 나무 밑을 서성일까 다시....
,,,,, 이 글을 올릴 즈음 나는
나의 꿈엔들 잊지 못할, 내 나라에 발 디딜 것이고
그 감격을 눈에 귀에 부지런히 담고 있을 것이다.
,,,,, 시인분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