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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3월에 읽는 시 본문
파랑의 감각
/김개미
파란색이 차갑다 생각하지 않아요
드높은 가을 하늘을 보고
차갑다 생각한 적 없어요
어려서 그렇게 배웠다고
커서도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다른 사람에게 들은 말은
내 생각이 아니죠
골목 깊은 곳의 파란 대문은
동네에서 제일 예쁜 파란색
파란 나라 파란 몸 스머프는
내가 제일 아끼는 파란색
파란색은 백 가지도 천 가지도 넘어요
어떤 파란색은 꿈속에만 있고
어떤 파란색은 어떤 사람에게만 있고
어떤 파란색은 저녁에만 있어요
아직 아무도 본 적 없는 파란색도 있어요
얼마나 많은 파란색이 발견될지
누가 발견할지 나는 너무 궁금해요
물감 뚜껑을 닫는 순간
나와 당신의 파란색은
더 이상 같은 색이 아니죠
나는 내 마음속의 파란색을
당신은 당신 마음속의 파란색을 볼 뿐이죠
화가들은 자신만의 파란색을 가지려고
일평생 색깔 속으로 떠나죠
노랑에서도 빨강에서도 초록에서도
파란색을 가지고 나오죠
내게 파란색을 좋아하냐고 묻지 마세요
나는 어쩔 줄 모른답니다
- 계간 '시와 반시' 2024, 겨울호
포도를 쌌던 종이
/유종인
구겨져 버릴 종이를 코에 갖다 대니
새콤 달달한 포도 내음이
향기의 글자로 그윽하니 씌어 있네
황소처럼 코가 벌름거려요
한 움큼 오백원 동전들을 뒤집을 만한
씩씩한 콧김을 나는 부리려 하네
그러나 포도는 없어요
포도의 전생(전생)이 씌어 있지요
휴지통에 버릴 뻔한 초가을 포도밭을
둥그런 종이의 주름살에 누벼 놓았네
그러고 싶어요 어떤 사랑의 무력감도
남은 포도 향기로 어루만져 주려는 것
더듬어 선하게 돋아나는 가을 풀들,
다시 침묵을 예술로 가다듬는 돌멩이
형틀에서 죄인을 푸는 손길
전생에서 현생으로 훌쩍 건너뛴 연애
누가 포도 쌌던 종이로 다솜을 감쌀 생각이면
오래도록 주머니에 넣고
목돈 쓸 궁리처럼 바스락거리네
다디단 어스름 같은 숨내여
쓸쓸한 들판이 필요해요
주먹만 한 포도 쌌던 종이로 귀를 싸매고
걸어보아요 맨발로 하늘에 닿을 듯
계절의 공부는 덧없음과 헤매임
귀를 싸맨 포도 쌌던 종이 하늘로 떨어져 나가요
나는 더 가난을 퍼담을 작정이네
-계간 '시와 편견' 2024. 가을호
꽃의 모성
/정일근
세찬 비바람 속에 피는 꽃 보며
때 이른 삼월에 피는 꽃 보며
꽃 떨어질까 안타까워하지 마라
꽃은 힘이 센 열매의 어머니다
세상의 모든 모성
제 자식 포기하지 않듯
꽃은 열매 맺기 전까지
꼭 잡은 손 놓지 않는
꽃가지의 금강金剛 보살이다
보라, 어금니 꽉 깨문 저 어머니들.
..............
..... 올해도 벌써 3달 째 접어들었다.
내린 눈을 단 한번도 치우지 않고도 한해 겨울이 끝나고 있음에 , 한계절 공짜로 살아 낸 기분이다.
첫눈이 반가웠다면, 봄눈은 더 반갑다.
....중략.......
..... 일부러 찾아간 목련 고목 사진이다.
아직 꽃 필 생각도 없는 듯 푸른 하늘 배경이 휑하다.
해가 길어지고 기온이 오름에
잎도 내지 않은 저 조그맣고 뾰족한 꽃받침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목련의 입장에선 지금이 혁명 전야 같지 않을까.
..... 모셔온 시들, 더러 빼고 또 넣었다.
시인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