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겨울호수 뭄멜제(Mummelsee) 본문

흑림살이 /동화·신화·재생

겨울호수 뭄멜제(Mummelsee)

숲 지기 2018. 1. 24. 00:44

 

 

 

겨울에 살면서도 때론 겨울이 그립다.

썰매를 꺼낼까 고만하다가 훌쩍,

뒷산 꼭대기 뭄멜제 호숫길에나 오른다.

 

 

 

 

 

 

 

호수에는 늘 붐비던 관광객은 단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오붓하게 호수와 나,

그리고 우리를 지켜보는 수많은 나무들,

그 뿐이다.

 

 

 

 

 

 

 

 

 


 

 

 

 

 

 

겨우내 내렸던 눈이 쌓이면서,

호숫가에 난 좁은 오솔길을 지웠다.  

 

 

 


 

 

 

 

 

 

시야에는 온통 눈 내린 풍경이어서,

걷다가 혹여 호수에 첨벙 빠져들면 어쩌나.

저 속에는 금발을 길~게 땋은 호수요정이 산다는데......

(겁쟁이)

 

 


 

 

 

 

 

어디서부터 숲인지,

어디서부터 호수인지.......

 


 

 

 

 

 

외나무다리에는 짐승들의 발자취 뿐.

왼쪽 아래 호수로 떨어질까봐

다리를 건너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나무둥치 하나가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치듯 물었다,

"너 괜찮니?" 라고.

 

대답 대신 고개 한번 끄덕여 주었다.

 

 

 


 

 

 

 

 

 

다음엔 커피를 담아서 와야지.

그땐 호수와 제대로 된 긴 대화를 할거야.

 

 

 

 

 

 

  • 나2018.01.24 09:23 신고

    왠 눈이 저리도 왔는지요
    여긴 이상하게 올겨울 눈이 적어요..이럼 올여름
    날씨가 또 안좋을텐데요
    어마어마한 눈을 보니 이곳의 눈풍경 같아요
    혼자서 호숫가는 가지 마세요.. 저도 겁나요
    요정이 친구 하잘까봐요 [비밀댓글]

    답글
    • 숲지기2018.01.24 16:07

      눈 안 오는 겨울, 좀 그렇지요 ㅎㅎ
      저희도 아랫동넨 응달에만 눈이 좀 쌓였고, 거의 다 녹았습니다.
      올핸 눈 치우기가 예년에 비해 수월합니다.

      요정이 그러게요. 제 아이들 어릴 때 저 이야기를 철석같이 믿었었지요 ㅎㅎ
      여긴 오늘 날씨, 간만에 해가 났습니다.
      지금도 기분 좋게 햇살을 받고 있습니다. [비밀댓글]

  • eunbee2018.01.24 23:19 신고

    나무와
    숨어버린 호수와
    시린 공기와
    그리고 이쁜 동화를 쓰시는
    아름다운 여인과....

    아,
    그곳에는 지금 숲의 요정들이
    겨울 요정과 만나
    겨울속에 있어도 겨울이 그리운
    노래를 부르고 있네요.

    이렇게 아름답다니....

    답글
    • 숲지기2018.01.25 01:14

      아랫동네에서 먼산들을 볼 땐 저 호수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래서 일부러 올라 보면 너무 혼자인 거예요.
      하다못해 짐승들마저도 발자국만 찍어놓고 다 가버린 거 있죠.

      저 호수에 사는 닉세(Nixe)라는 요정은 금발의 머릴 치렁치렁하게 땋아 늘어뜨리고 있습니다.
      이 호수입구에 식당도 있습니다. 십수년 전에 들어가 본 적이 있지요 저도.
      은비님 오시면 뫼시고 가볼까 싶습니다.

  • eunbee2018.01.25 02:05 신고

    숲지기님도 뵙고
    금발요정 닉세도 보고... 그럴날을
    만들어 볼게요.^^

    답글
    • 숲지기2018.01.25 13:31

      그러십시오 기대합니다 은비님.
      숲을 잘 이해하시는 은비님 오시면
      아마 저 나무들이 꽤나 기뻐할 겁니다.

  • 노루2018.01.25 05:55 신고

    숲지기님은 내려가시느라 잘 못 들었는지 모르지만
    저 나무가 큰 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걸 들었는데요,
    "벌써 가요~ 곧 다시 봐요!" 하고요.

    닉세 말고 또 다른 요정이 다녀간 빈 호수만 자꾸 보고 있습니다. ㅎ

    답글
    • 숲지기2018.01.25 13:33

      노루교수님께선
      귀도 참 밝으시지요 ㅎㅎ

      오늘도 책 읽고 계시겠지요? 저도 시간이 이제 나서 책 고르고 있습니다.
      얼마만의 여유인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도 쭈욱 영향받고 싶습니다.

  • Helen of Troy2018.01.26 06:10 신고

    독일의 숲은 여름에도 좋지만,
    겨울에도 울동네 산 풍경에 비해서
    참 포근하고 정겨워 보여요.

    답글
    • 숲지기2018.01.27 00:23

      아무렴은 캐나다에 비하겠습니까..ㅎ
      블랙포러스트(흑림)은 아담합니다. 산들도 나직나직하고요.
      맞아요, 저는 이곳의 사계절이 다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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