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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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림살이 /동화·신화·재생

참 맹랑한 아이의 물컵쟁탈 비화

숲 지기 2018. 1. 25. 00:03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그럼에도 참 맹랑한 아이가 있다.

이 글을 읽게 되실 분들 가운데

'이거다!'싶은 이름으로 아이에게 맞는 작명을 해주신다면

섭섭하지 않게 후사를 하리라.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숱한 일화를 만들어 온 녀석인데 우선,

그 심심한(?) 일상 하나를 그림으로 소개한다.

 

 

 

 

 

 

 

내가 마시려고 둔 생수 주변을 오후 내내 얼쩡거린다.

평소엔 물 근처도 안가는 녀석이 말이다.

 

 

 

 

 


 

 

컵 안의 물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이내 한 걸음 다가가더니


 

 

 

 

 

 

 

냄새도 맡아 보고

 


 

 

 

 

 

하이고,

엉겁결에 앞다리로 컵을 딛고 올라섰다.

낑낑

 


 

 

 

 

 

딴은 조마조마하게 바들바들 떨기까지 하며

다리 하나를 툭, 내리더니,

 

 


 

 

 

 

 

이번엔 머리째 컵 속으로 들이밀었다가

텨나온 주둥이가 걸려서 겨우 뺀다.

 

 


 

 

 

 

 

녀석의 일거수일투족은 무언극처럼 보고 있자니,

이번에는 컵 언저리를 연인처럼 부여잡과

몸 한켠을 기대었다.

 

 


 

 

 

 

 

녀석의 동작이 느슨해졌나 싶을 때

나른한 겨울 햇살 덕분에 나도 깜박 잠이 들었던 것 같다.

얼마나 지났을까,

오후의 정적을 깨고 예의 풀빵이 터지는 굉음이 들려왔다.

푸-륵- 푸--,

녀석이 코를 골기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장면에 이런 효과음이라니,

갑자기 든 풀빵 생각에 팥 넣은 앙꼬까지 상상의 맛은 참 거침도 없이 이어진다

꿈이라도 꿔봤으면, 풀빵을 앞에 둔 꿈....쩝....... 

 

 

 

 

 

 

 

억지로 불러 본 풀빵꿈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카메라를 들고 그래서 사진이나 찍었다.

그러니까 딱, 위의 사진까지 찍고 나자

이번엔예상치 못했던, 아니 예상했던 자연재해가 일어났는데

물컵이 기우뚱 누워버린 것이다.

 

탁자 위로 쏟아진 물이 거실 마룻바닥으로 흘러 내렸다. 

곁에 있던 책도 공책도 안경도 연필도 간만에 집단으로 거나하게 폭음을 하셨다.  

 

웃기는 건,

이 와중에도 녀석은 다리 네개를 뻗고 누워

풀빵 소나타를 열연 중이었다.

 

 

 

 

 

 

 

 

 

 

  • eunbee2018.01.24 23:38 신고

    물 마시고 싶어 애쓰다가 그냥 잠든 순둥이로 생긴 녀석,
    쏟긴 물이라도 한모금 마실 것이지. 가엾어라..ㅎㅎ

    듬직한 다리, 순한 얼굴, 다정한 눈...
    참 좋은 친구예요.
    장난스러워도 수다가 없으니 더욱 맘에 들어요.
    늘 조용조용~ 가만가만~

    그런데 저애는 남자같은데요?
    숙녀를 지켜주는 순정한 성격의, 남자.ㅎ

    독일어를 안다면 독일 이름으로 작명하고픈데..ㅠ
    작명은 정성이 깃들어야하니 곰곰~ 고민하며
    멋진 이름 생각해낼께요. 어디보자~ 작명책도 뒤적이고...ㅎㅎ

    답글
    • 숲지기2018.01.24 23:56

      은비님,
      작명에 재능이 있으신 은비님께서 노력하시니 미리 감사드립니다.

      제 아인 입이 텨나온 독일견 슈나우체의 일종일 거라고 짐작합니다.
      짐작만 할 뿐, 물어보진 않았고요.
      친구에게 저 사진들을 메일로 보냈더니
      태오(Teo)가 어떠냐고 하더군요.
      이태오는 제 곰이니까 그럴 수는 없다고 답을 했습니다.

      아, 왜냐고 물으신다면 제가 이가입니다 ㅎ

    • 숲지기2018.01.25 00:05

      아참, 중요한 걸 잊었습니다.
      저 아인 사내가 맞습니다.
      요즘 사춘기를 겪는지 안 하던 짓도 하고요,
      하지만 아직 단 한번도 암캉아지를 만난 적이 없는
      숫총각입니다.

      그래서 말씀인데요 은비님,
      소녀강아지에게도 듬직한 순둥이 남자가 되어줄지는 저도 모릅니다.ㅎ

    • eunbee2018.01.25 02:09 신고

      ㅎㅎ~~~ 고마워요. 신상정보 ^^
      작명에 도움되겠 어요.

      저는 잠시후 바닷가 마을에 있는
      사찰로 2박 3일 마음 공부^^하러 떠납니다.
      다녀와서 인사드릴게요.

    • 숲지기2018.01.25 13:40

      어머나, 겨울바다를 보시겠습니다.
      바다는 습관처럼 아드리아해변을 떠올리는데,
      우리나란 훨씬 근사한 곳이 많겠지요.
      어릴 때 봐서 성숙한(?) 어른 단어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동해 서해 남해, 그 어디를 가시든
      귀한 휴식을 비옵니다.

  • 기다림2018.01.27 00:58 신고

    물컵안에비친물체가 뱀인줄알았어요 ㅎ
    예쁜강아지인형과 물컵 마치 작가분같으시네요 ㅎ

    답글
    • 숲지기2018.01.27 18:15

      아, 알아보셨군요 ㅎㅎ
      저 아인 따로 산책을 안 시켜도 되고, 굳이 미장원에 안 가도 됩니다.
      강아지와 함께 살 때의 장점만 가지고 있는 아이지요.
      기다리님께서도 입양을 한번 해보셔요.
      반갑습니다.

  • mstiger2018.06.22 03:30 신고

    숲지기님은 스토리 텔러시네요.
    저는 첫사진을 보고 정말 강아지인 줄 알았네요.
    그 다음 사진을 보고서야 아!...
    제가 좀 멍청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거든요.ㅋ

    답글
    • 숲지기2018.06.22 20:58

      하하 그러셨군요.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 아이 이름이 '무무'입니다. 고맙게도 은비님께서 지어주셨습니다.
      보채는 일도 없고요,
      배탈이 나는 일도 없는 정말 놀라운 아입니다.

      하하 제가 써 놓고도 웃음이 나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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