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독일 흑림 숲도시의 로시니 페스티벌 본문

흑림살이 /동화·신화·재생

독일 흑림 숲도시의 로시니 페스티벌

숲 지기 2018. 7. 24. 20:14

 

 

 

흑림의 작은 온천도시 밧 빌트밧(Bad Wildbad)(*1) 에는 로시니 축제가 열리고 있다.

로시니 생전에 맺었던 인연으로 매년 여름 한철 동안 로시니 팬들이 몰려 와서 수줍게 숨어 있는 숲도시를 깨운다고나 할까.

이 글은 지난 일요일, 밧 빌트밧 휴양공원 속의 제왕적인 극장(Koenigl.Kurtheater, 번역을 하려니 좀 웃긴 이름이다)에서 있었던 <로시니 벨칸토 페스티벌(Belkanto-Festival Rossini in Wildbad 2018)> 공연에 다녀온 이야기이다.

 

 

 

연주장 2층 갤러리 왼쪽 줄 첫자리. 땡(!)잡은 자리이다. 골동품 같은 망원경도 미리 소지했는데, 어찌나 유용하게 썼는지.

 

 

 

 

음악 하나로 세상을 얻었던 로시니(*2), 음악사 전체를 통틀어 보아도 음악을 빌미로 이 만한 영광을 누리며 산 이도 드물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유수 유명 오페라들을 대부분 그의 일생 초년인 20대 즈음에 작곡을 하고, 그 작품들이 연이어 성공하면서 서른살도 되기 전에 이미 슈퍼스타로 우뚝 섰었다.

이렇게 얻었던 초년의 부와 영광을 로시니는 중년과 말년에 걸쳐 느긋하게 그리고 여유롭게 누렸다.

 

 

 

 

 

 

 

 

로시니 페스티벌 휘장, 매년 여름이면 흑림 주변 도시들엔 여러 형태로 눈에 띄게 걸리는데 올해도 변함이 없다.

 

 

 

 

 

 

거리의 로시니 음악제 광고.

 

 

 

 

 

공연장 입구 전경. 왼쪽 아담한 건물이 공연장(이 작은 휴양도시를 구불구불 돌며 흐르는 '엔츠'라는 샛강이 있는데, 다시 건너편에서 찍었다). 생전의 로시니와도 인연이 있고, 규모는 작지만 매우 독특한 형태의 공연장. 물론 문화재 보호 대상이다.

 

 

 

 

 

 

 

 

 

샛강 건너편은 이런 모습.

 

 

 

 

 

공연장 입구

 

 

 

 

 

 

 

 

사진엔 더 비좁게 나왔지만 실제로는 예쁜 보석같은 극장, 망원경을 앞에 둔 저 자리가 내 자리.왼쪽은 내 친구, 오른쪽 까까머리 남정은 전혀 모르는 사람.

 

 

 

 

 

 

 

로시니오페라의 거개가 그렇듯, 노래 뿐만이 아닌 가수들의 우스꽝스런 무대연기도 즐겼던 공연이었다. 

관객들과 공연자들이 마치 함꼐 공연을 하듯 서로 빠져들었던 것 같다.

작은 극장에서 공연하는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고나 할까.

 

 

 

 

 

 

공연은 피아노 반주로만 이루어졌다.

그러니까 목소리 즉 벨칸토 창법의 목소리 실력으로만 가겠다는 기획자의 의도를 읽을 수 있겠더라.

음악 내적인 것은 굳이 더 쓰지 않을 생각이지만 콧대높은 독일 청중들이 커튼콜을 여러 번 부를 만큼 박수에 관대했다.

 

 

 

 

 

 

이런 기립박수도 나오고.

암튼 좋았다.

이만하면 로시니가 살아서 이 산골마을 축제를 찾았어도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을 만큼 .

 

 

 

 

연주가 끝나고 시내 산책을 하는데,  

오래 전의 복장과 머리모양을 한 로시니가 여기 저기서 보인다.

 

 

 

 

 

 

 

방금 무대에 있던 공연지휘자가 스치며 인사를 하였다(앞 중간 센드위치 남자).

구불구불한 이태리 악센트로 작은 대화도 나눴다. 공연 어땠나, 좋았다, 고맙다 어쩌고 하는.......

 

 

 

 

 

 

 

 

 

거리 화단에도 수 많은 로시니 사진들이 ㅋㅋ

 

 

 

 

 

 

 

온천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늙은 로시니가 온천탕에 들어가는 동상이 서 있다.

이 작은 조형물에는 이 도시가 드러내고픈 상징이 다 들어 있는데

로마시대 온천탕과 로시니를 절묘하게 섞은 셈.

 

뒷 건물은 로시니가 이곳에 휴양을 와서 묵었던 곳, 역시 보호대상 건물로 지정되어 있다.

 

 

 

 

 

 

 

 

 

 

그가 이곳을 찾았을 때는 이미 그의 생에 말년에 속할 때, 뽀록 나온 배와 허전한 머릿발 ㅋ

온천으로 묘사된 물에 손을 넣어 보니, 뭐 뜨겁진 않고 실온이다.

 

 

 

 

 

 

*1

밧 빌트밧(Bad Wildbad)

독일 흑림지역의 북쪽에 위치한 인구 약 1만명(9.849명,2016년 현재)이 거주하는 숲도시.

헷세의 고향 칼브(Calw)에서 약 20km 떨어져 있으며 행정상 칼브에 속한다.

 

*2

로시니

조아키노 안토니오 로시니(Gioacchino Antonio Rossini, 1792년 2월 29일 ~ 1868년 11월 13일)는 가에타노 도니체티, 빈첸초 벨리니와 더불어 19세기 전반의 이탈리아 오페라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하며 벨칸토 낭만주의의 빛나는 예술성을 꽃피웠다. 그리고 멜로디의 구성에서는 그 누구도 쉽게 비교되기 어려울 정도의 뛰어난 천재성을 선보였다.

 

-위키페디아(https://ko.wikipedia.org/wiki/%EC%A1%B0%EC%95%84%ED%82%A4%EB%85%B8_%EB%A1%9C%EC%8B%9C%EB%8B%88)

 

 

  • shinilc2018.07.24 16:14 신고

    안녕하세요~~
    무더운 여름 폭염으로 많이 고생하시죠~~
    한 여름의 로시니 축제라..음악과의 좋은 시간을 보내셨네요..
    저도 나중에 한번 로시니 오페라를 들어봐야 겠네요..
    흑림의 거리가 너무 예쁘고 아기자기하네요..
    자연 속의 동화나라 같습니다..
    극장도 있고 성당도 있고..
    과거와 현재가 살아 있는 느낌입니다.

    답글
    • 숲지기2018.07.24 23:21

      중세때부터 온천으로 알려졌던 숲도시입니다.
      그 인연으로 중년의 로시니가 휴양을 왔던 모양이고요.
      신일님도 노래를 하시니 잘 아실 것입니다.
      목소리 예술이 참 어렵잖습니까,

      대중적이고 드라마틱한 베르디 혹은 푸치니가 아닌
      로시니 혹은 벨리니 ..... 아주 독특했습니다.
      사실 저토록 작은 공연장에 엄선한 고급 연주자들이 공연을 했다는 것 자체도 놀라웠고요.
      티켓은 이미 반년 전에 다 팔리는 걸로 압니다.
      청중이나 연주자나 다 복 받은 느낌,
      아시지 싶네요 신일님.

      음악인이나 비음악인들에게 꼭 추천드리고 싶은 공연입니다.
      올해 티켓은 이젠 없고요, 내년에나 그 후년에나 말이지요.






  • 노루2018.07.25 01:09 신고

    '보석같은 극장'만이 아니라 숲지기님네 동네나
    그 주변 지역의 소도시들이 다 보석같이 아름답네요.
    저기 저 엔츠강도 흐르고요.

    일 년 기다려 가는 음악회라 더 황홀하겠지요? ㅎ

    답글
    • 숲지기2018.07.25 13:52

      흑림 여러 곳의 샘에서 흘러내린 도랑물이 샛강 Enz를 이룹니다.
      헤세의 고향 Calw를 흐르는 Nagold도 엔츠로 흐르고요.
      엔츠는 다시 Necker와 만나서 Donau에 이르고요,
      도나우는 흑해까지 쭈욱 흐릅니다.

      샛강이 여행하는 길을 따라 상상해보는 일도 기분이 좋습니다.
      흑림 도랑물은 지금 같은 한여름에도 맑고 아주 차가운데,
      이곳에 살아온 사람들의 인성과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연주는,
      작년 연말에 티켓예매를 했었습니다.
      약 2백여명 만이 관람할 수 있는 아주 작고 예쁜 건물에서 있었는데,
      음악인이나 청중이나 더 바랄 게 없는 공연이었습니다.

      저는 원래 Gala공연(여러 작곡가들 여러 오페라 작품들이 훌 섞인)별로인데,
      이번 로시니는 달랐습니다.

  • 이쁜준서2018.07.25 06:38 신고

    영화 속에서 나오는 장면처럼 느껴지는 사진들은 실제 관람하신 것으로
    영화보다 더 생생한 장면이다 싶습니다.
    사진을 보면서 설명글 읽으면서 끝에 느낀 것은
    이런 문화생활도 하시니 전원생활은 더 값진 것이 된다 싶습니다.

    답글
    • 숲지기2018.07.25 14:07

      오,
      좋았습니다.
      아직도 그 감동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아리아들은 사실 매우 대중적이었지만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 다르게 와 닿지 않습니까.
      저는 성악적 기본 발성에 철저한 학구적인 가수를 선호하는데,
      이게 말이 쉽지요
      사실은 매우 어려운 주문이지요 하하.

      목소리예술은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 딱 맞아야 감동이라는 결실을 얻는데 말입니다.
      이 날은 연주장의 이미지까지 마음에 들어서
      오래 굶주렸던 사자가 오랫만의 만찬에서 포식하듯
      그렇게 즐겼습니다
      (비유가 지나친 것도 같고요 ㅎ).

  • eunbee2018.07.25 14:10 신고

    예쁜 작은 마을에 넉넉하게 품위갖춘 극장도 있으니
    역시 문화귀족 독일이에요.ㅎ
    멋진 드레스 떨쳐입으시고 우아하게 나들이한 숲지기님의
    모습이 저곳에선 더욱 빛나셨겠어요.
    오페라그라스 대용품의 품위도 장소와 어울려요.ㅎ

    마을이 어쩜 저리도 예쁠까요. 로시니에게보다 그 마을에게
    부라보~~^^ 기립박수.

    답글
    • 숲지기2018.07.25 14:56

      이웃 숲마을끼리 마치 경쟁을 하는 듯 하지요.
      칼브에 헷세가 있다면 밧 빌트밧엔 로시니가 있다, 뭐 그렇게요.
      그렇죠, 좀 작은 게 흠이긴 합니다.
      엄선한 고급청중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니까요.
      저처럼 가난한 청중은요
      하는 수 없이 먹을 거 안 먹고요, 입을 거 안 입고요
      그러고 아껴모아서
      반년 전에 예매를 한 뒤에 한번 볼 수 있는 공연이었습니다요 하하

      숲도시를 뚫고 흐르는 샛강은 예쁩니다.
      그 사진도 몇 찍었지만 너무 많아서 생략했는데
      다음 기회에 보여드리겠습니다.
      "부라보"를 해주신 은비님의 심미안도 그야말로 부라보!!

    • 왕립 요양 극장이라... ^(^
      빌드 바드가 로시니와 관련 있는 건 몰랐네요. ^(^

  • 추풍령2018.07.26 01:44 신고

    작고 오붓한 산골마을에서 열린 로시니 오페라 축제-신선하고 아늑한 문화환경입니다. 마을이 티없이 깨끗하고 맑은 시냇물 소리가 귓전에 들릴듯한 아름다운 산골이네요. 로얄박스 같은 숲지기님의 일등좌석도 좋았고요 거기에 놓인 금박 망원경까지..
    숲속 왕녀의 행차같았읍니다. 거기 앉아 로시니의 오페라까지 감상하셨다니
    프로이센 왕국의 황후나 바바라공국의 공주와 같은 폼 이셨으리라.

    답글
    • 숲지기2018.07.26 12:25

      아름다운 허드슨 강가의 추풍령님 잘 지내시지요?
      세계사를 꿰뚫어 보시는 분께서 듣는 말씀이라, 더 감사합니다.
      이곳의 옛사람들도 아마 비슷한 분위기에서 저런 쌩음악을 즐겼으리라고,
      저 곳에 있으면서도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죠, 금박에 자개가 박힌 예쁜 망원경입니다.
      요즘 것보다 많이 무겁고 성능도 낫지 않지만 여전히 쓰임새가 있는 골동품입니다.
      사실은 팔이 아플만큼 무거웠지요.

  • kyk2018.07.27 15:27 신고

    숲지기님, 저희는 한국 휴가를 마치고 다시 마드라스로
    돌아가기 위해 인천공항에 와 있습니다.
    로시니 축제는 즐거우셨나요?

    답글
    • 숲지기2018.07.27 22:32

      오,,,
      만감이 교차됨을 경험하시겠습니다.
      지금은 어디를 경유하여 마드라스까지 가실지 모르겠습니다.
      옛날엔 방콕까지 타이에어라인으로, 방콕에서 봄베이까지 에어인디아, 봄베이에서 마드라스까진 도메스틱으로 갔었지요.

      일이 우선이셨을 KYK님,
      님보다도 특히 아름아다우신 아내님을 더 생각하게 되네요.
      마드라스와 이별을 앞두신 두분, 서로 많이 위로해 주세요.
      인도는 평생을 두고 그리워해도 좋을 참 매력을 지닌 곳입니다.

      네, 로시니 축제는 의미심장했습니다.
      독일의 숲도시에서 벨칸토 이태리 오페라 음악을 감상한 것이
      매우매우 특별했습니다.

  • 사슴시녀2018.07.28 06:42 신고

    은비님 말씀 “문하귀족” 에 동감하며 작은마을에서도 문화귀족이 될수있는
    독일인들의 여유로운 정서가 많이 부럽 습니다!
    공연장은 어쩌면 이렇게 예쁜지요, 숲지기님이 설명을 잘해주셔서
    흡사 저도 공연장에 들어가본것같은 멋진 착각에 잠시 빠졌습니다!

    제가 묶고 있는 RV park 저희 바로옆에 독일인과 미국인 부부가 묶고 있어서
    독일에 대한 그리움을 많이 얘기하며 옛추억에 즐거웠답니다.
    제가 자주 가던 Morbac 근처 Hahn이 고향이셔서 옛친구 만난듯 했어요! ^^

    답글
    • 숲지기2018.07.28 11:16

      바로크와 로코코식 양식으로 추정됩니다.
      연주장을 현대식 개조에 제약을 많이 받았지 싶습니다.
      조명기구가 앞 객석까지 튀어나오게 달았더군요.
      저 곳의 로마시대 온천장이 있는데 추천드리고 싶답니다.

      같은 고향,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친해지는 게 당연한 것 같습니다.
      또한 축복이고요.
      새로운 정착지에서 건강하고 멋진 미래를 펼치시기를
      사슴시녀님께 기원드립니다.

  • 파란편지2018.08.09 16:02 신고

    언젠가 국민소득이 낮은 중앙아시아의 어느 나라를 낮추어 얘기하는 걸 듣고 제가 "그래도 그 나라는 전통이 깊고 유물도 많아서 문화수준은 매우 높으니 우리 식으로 말하면 양반들"이라고 얘기한 것이 생각납니다.
    로시니 페스티벌 얘기를 읽으며 생각났습니다.
    로시니의 저 동상은 너무나 재미있습니다. 부럽습니다.

    답글
    • 숲지기2018.08.22 00:33

      저도 저 동상을 보고 웃었습니다.
      너무 사실적이어서였지요.
      수건으로 가린 부분도 아주 적절했고요,
      가리지 못한 뚱뚱배도 인간적이었습니다.

      문화의 향유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어떤 문화는 그 향유를 위해 학습이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또 어떤 경우엔 그 학습이 되려 독이 되기도 하고요.
      교육의 대가이신 교장선생님께 참 건방진 답글을 달고 있구나 생각합니다.
      블로그에 오랫만에 오니, 먼지가 저의 생각 속에도 쌓였었구나 싶습니다.

    • 파란편지2018.08.22 00:43 신고

      학습이 되려 독이 되기도 한다는 말씀이 참으로 다가옵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멋진 문화 속에 계신 숲지기님이 부럽습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