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볼프하겐, 중세도시로의 여행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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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하겐, 중세도시로의 여행

숲 지기 2018. 10. 6. 00:10

 

 

볼프하겐* 을 뒷짐지고 다녀왔다.

사전 정보의 오류로 인하여 딱히 원하던 것을 본 게 아니라

엉뚱하게 오래된 거리와 가옥들, 옛날 생각이나 하고 왔다.

 

 

 

 

중세때 갖춰진 도시 형태. 집이 모여있고 가장자리에 나직한 성벽이 둘려져 있다.

띄엄띄엄 성문이 있는데, 들고 나는 지킴이 엄했다 한다.

성 안엔 선택된 사람들만 살았고, 성문의 열고 닫는 시간도 정해져 있었다.

 

 

 

 

 

마을의 중심지인 교회앞, 내가 찍은 사진이고

아래는 중세때 누가 그렸던 그림.

비교해서 보는 것도 재미있다.

 

 

 

 

 

 

 

 

 

 

 

 

이곳에서 가장 먼저 들렀던 곳 박물관이다.

방문자는 커녕 임시직으로 여고생이 사무실을 지켰는데

유일한 방문객이었던 나를 위해 일부러 불도 켜주고 이어폰도 이것저것 맞는 것으로 챙겨주곤 하였다.

 

 

 

 

 

 

 

 

 

 

 

 

 

선사시대, 즉 문자가 없어서 이렇다 할 기록도 없던 시절의 유물들이다.

돌창, 돌칼 , 돌도끼....... 그 외엔 자세히 보지 않았다.

 

 

 

 

 

 

선사시대 무덤을 덮었던 돌, 둥글게 구멍을 뚫은 게 영혼이 빠져나가도록 배려한 것이란다.

전문가의 말씀이라니 믿을 수 밖에.

 

 

 

 

 

 

주술적인 풍습일까,

항아리가 무덤이었단다. 뭘 묻었다는 것인지 이 조그만 질그릇에.

손톱? 머리카락 몇 올?

뭔가 상징적인 것이었을텐데, 인간의 몸 가운데 무엇을 담았을까?

 

 

 

 

 

 

 

 

 

 

 

 

시대를 많이 지나서,

내가 본 신기한 것의 하나이다. 중세때의 수도관이다.

나무에 구멍을 뚫어서 물을 공급하였다. 대략 1600년대

볼프하겐의 성 안에 이런 수도시설을 갖추고, 그때부터 세금 징수도 막 올려서 했단다.

 

 

 

 

 

 

 

 

 

 

 

 

 

 

 

족쇄,

죄를 지었을 때 손발을 묶는데 성 안에서는 주로 좀도둑을 이렇게 잡아두었단다. 흔히 말하면 경범죄인들.

 

 

 

 

 

 

 

이 족쇄는 좀 무거운 죄인들.

목에 걸어서 중형을 받을 때다.

 

 

 

 

 

 

중세때의 양동이, 가죽과 철을 재료로 만들었다.

물이 안 샐 것 같아 튼튼해서.

 

 

 

 

 

 

중세때부터 대를 이어 온 신발 기술자의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왔단다.

그 외에도 박물관에 농삿일, 직물짜기, 도자기 등등 잡다하게 많았지만

그걸 다 어떻게 올리누 .........

 

(그 외에 공룡 자료들도 있었지만, 나의 관심사가 아니어서 근처도 안 갔으니 양해를....)

 

 

 

 

 

 

 

이 바람머리 아저씨때문이었다.

볼프하겐까지 굳이 가서 일탈을 해 보고자 했던 이유가.

동화수집가 그림형제(야콥 그림, 루드비히 그림)의 발자취를 찾다가

도시(카셀)가 아닌 시골로 볼프하겐이 눈에 들어 왔었다.

그런데 볼프하겐의 그림형제는 그들 동화수집가들의 다른 형제, 루드비히 에밀 그림이었다.

그가 살았던 곳 주소가 적혀 있다.

 

 

 

 

 

박물관의 별체에 중세때 지어진 이곳 파흐베르크하우스 Fachwerkhaus 라는 나무로 짓는 전통가옥 형태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짓는 법은 물론 재료와 공법까지 다양하게 안내되어 있다.

 

 

 

 

 

 

 

중세때부터 대량 생산된 기와들

 

 

 

 

 

 

 

목수들은 못을 쓰지 않고 이렇게 방망이를 가지고 다니며 나무들을 끼워맞춰서 집을 짓는다.

여러 형태의 오래된 방망이들

 

 

 

 

 

 

 

 

 

전쟁통에 무너진 성의 모형. 야외에는 부분적으로 남아 있는 유적을 볼 수 있었다.

 

 

 

 

 

 

 

 

선사시대, 아니 그 이전인 공룡시대때부터이니 역사도 있고 보존도 잘 되어 있는데

도시가 텅텅 비었다.

관광객이라곤 내가 유일한가?

 

 

 

 

 

드물게 사람구경을 한다, 자전거 탄 앞쪽 아이 이름이 로렌초, 이탈리아 아버지를 둔 5학년 학생이다.

시골아이들이라 동양여자인 나를 신기해 하는 듯 하여 한국, 특히 남한에서 왔다고 일러 주었다.

"아 한국 "그런다. 다시 한번 물었다,"내가 어디에서 왔다고?"

"한국, 그것도 남한!"

"잘 했어, 니네들 똑똑하구나 아주 멋져!"

 

 

 

 

 

 

등짐지고 기웃기웃, 돌바닥 골목길을 오간다.

한쪽 성벽에서 다른 쪽까지 20분이나 걸릴까

 

 

 

 

 

 

어딜 가도 사람이 없긴 마찬가지

 

 

 

 

 

 

 

이 집은 1684년에 지었단다. 관리가 허술해보여 마음이 아프다.

문화재보호 Denkmalschutz 보호대상이 되고도 남는 건물일텐데

이런 경우 수리도 엄청 까다롭다. 예를 들어 맘대로 바꿔선 안되니 관련 문화재청과 사이가 좋아야 한다.

 

 

 

 

 

 

 이 건물은 167년에 지었다 하네. 자세히 보면 나무도 창문도 조금씩 삐뚤삐뚤하다.

 

 

 

 

 

 

 

 

 

 

 

 

 

 

 

 

동네산책 마치고, 귀가하는 차 안에서 찍었다.

 

 

 

 

 

 

 

저 민둥산에서 많고 많은 유적이 발견되었다는 거다.

믿거나 말거나 저 곳에서 화산이 뿜어져 나와서 공룡을 덥쳤다는데.

아래 꺼먼 그림자 속에 운전하며 카메라를 퍽퍽 누르는 내가 있다.

 

 

 

 

* Wolfhagen

지리적으로는 헤센 북쪽에 위치하고,

인구 1만 3천의 고대/중세 도시, 특히 선사시대와 공룡의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노루2018.10.05 18:13 신고

    ㅎ ㅎ 숲지기님 찍은 사진보다 더 아름다운 풍경도
    있네요. 중세 때의 저 그림!

    독일 전통 가옥 모형에 관심이 가는데요.
    통나무 수도관도 흥미롭고요.
    좁은 골목을 사이로 거의 붙어있다시피한
    집들은 역시 답답해요.

    작은 박물관이라 조용하고 찬찬히 볼 수 있어서
    좋은데요. 덕분에 나도 찬찬히 ...

    답글
    • 숲지기2018.10.06 00:49

      그림형제를 찾아서 생각하기에 제일 시골스러운 곳을 골랐습니다. 그런데
      글쎄 그 형제 중 한명은 맞는데 엉뚱한 화가형제였습니다.
      출장 중에 딱 하루 일탈을 계획한 건데
      아까워서 마을 골목을 쏘다녔습니다.

      저 중세 교회앞 그림을 박물관에서 찍었는데,
      우연히도 저도 같은 곳을 찍었습니다.
      사진을 올리면서 그 사실을 알고
      기쁨에 약간 흥분했습니다.

      가옥에 대해 아주 자세하게 형태별로 모형을 만들고,
      건축법도 설명해 두었습니다. 나무 뼈대 사이 공간에 갈대잎? 짚?
      등등을 흙과 섞어 넣은 벽도 보여주고요.
      저의 집도 이런 식으로 지었던 것이라서 수리를 하면서 저도 세미나 가서 배웠습니다.
      수도관이 저도 많이 신기했습니다. 저런 과정을 거쳐서 오늘날의 수도가 되었구나 했습니다.
      박물관에 다른 것도 많은데, 제 관심사만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 eunbee2018.10.06 02:33 신고

    유럽 여러나라를 여행하는 즐거움 중 으뜸은
    제 경우 작은 중세 마을의 골목길을 걷는 거예요.
    오랜세월에 마모된 돌길, 낡아 부스러져가는 기둥,
    수많은 이야기가 새어나올듯한 작은 창문들,
    뉜가가 곧 삐걱~ 대문을 밀고 나와주지나 않을까
    궁금하게 기다려지는 정다운 집들....
    좁은 골목에서 느끼는 그 사람냄새의 향수어린 그리움..

    방금 파리로 다시 떠난 작은사위를 배웅하고 돌아와
    비내리는 창밖을 멀거니 쓸쓸한 심사로 바라보던 제게
    숲지기님은 위안의 선물을 주셨네요.
    내가 그리도 좋아하는 중세 마을 풍경과 이야기를 들려주시다니...

    답글
    • 숲지기2018.10.08 14:39

      아, 사위님 떠나보내실 때 마음도 한 덩이 뚝 떼어 보내셨겠지요.
      은비님 마음을 제가 이해한다고 하면 외람된 표현이지 싶습니다만
      그래도 저는 이해할 것 같습니다.
      한 10년보다 훨씬 전에 제 고향에 들러 익숙한 들숲을 걸을 때
      이곳 라인강이 막 그리운 거예요.
      참 이상하다 하였습니다.

      중세 골목의 네모진 바닥돌들, 그 돌을 걸으면 금방 피곤해 집니다.
      발 마사지가 더 될까요?
      하하
      제가 자주 가는 에트링엔도 시내가 모두 네모돌입니다.
      불편합니다요 걸을 때 넘어질 고비도 자주 있고요.
      그런가 하면 자동차는 타이어가 금방 마모됩니다.
      이제 분위기 좀 깨드렸습니까요 은비님? ㅎ

  • 사슴시녀2018.10.06 07:02 신고

    오밀 조밀 중세마을 유럽 아름다움의 대명사지요!
    골목 골목 돌아가며 집안팍 들여다 보는 재미 최고죠.
    미국 사람들이 유럽을 좋아하는 이유가 중세마을의
    매력도 하나로 손꼽을수 있을꺼예요.
    2차 대전을 무섭게 치루고 난후에도 이렇게 남아 있는
    유물들을보면 신기해요.

    못안박고 풀로 붙혀서 각으로 끼운 가구
    저런나무 망치로 두드리는것 봤어요.
    이곳에선 Dove tail 용법이라 하는데 왜 비둘기 꼬리인지는 몰라요! ^^
    재작년 일할때는 하두 독일을 자주가서
    정말 지겹다고 동양쪽으로 일가려고 안간힘을... ㅎㅎㅎ
    지금은 많이 그리운 독일입니다! 다행히 숲지기님이
    제친구셔서 이렇게 고맙게
    구경 하지요!^^

    답글
    • 숲지기2018.10.08 14:47

      전쟁때 거의 복구가 불가능하다 할 만큼 파괴되었습니다.
      많은 도시들이 그때의 사진들을 보관하고 있는데,
      참혹합니다.

      아마 볼프하겐은 그런 전쟁폭격이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주변에 뭐 이렇다 할 시설이 없이 마을만 덩그렇게 있으니까요.
      말을 들어 보면 공중폭격하던 연합군의 당시 조종사들이 세계 문화유산들을
      봐가며 폭격을 삼가했다고들 합니다.
      근데 그건 어디까지나 전하는 이야기일 뿐,
      하이델베르그 성을 보세요, 얼마나 무참하게 무너뜨렸는가 말이지요.
      물론 그걸 교훈 삼으라고 일부러 보수를 안 하기도 하지요.

      이곳에 살고 있어도 이곳 사람들이 대단하긴 합니다.
      망치로 두드리는 건축법, 아마 사슴시녀님 보신 게 같은 기법일 겁니다.
      다만 영어로 쓰겠지요 ㅎㅎ
      독일 안 오려고 애쓰셨다는 말씀, 잘 이해합니다.
      여기 사는 저도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면 나다니지 않으려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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