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성 마틴 마을 뒷산을 등산하고 본문

흑림살이 /동화·신화·재생

성 마틴 마을 뒷산을 등산하고

숲 지기 2018. 10. 26. 08:19

지인들과 빡센(!) 등산을 했었다.

같은 남독일이지만 흑림에서 먼 팔츠까지 갔었던 원정 등산이었다.

 

 

 

 

길섶, 그러니까 사진의 나무 뒷편은 낭떠러지이다.

계곡이 어찌나 깊은지 밝은 대낮임에도 바로 아래가 껌껌한 회색이다.

침엽수가 많은 흑림에 비해 팔츠의 산엔 활엽수가 주종.

 

 

 

 

 

 

 

언니뻘 되는 분의 부부 팀에 끼였던 터라 일행들 가운데는 처음 본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니까

험난했던 산을 오르내림에도 '아-' 소리도 못하고......

집에 와보니 발가락에 물집이 여럿 생겼다.

(뿐만 아니라 며칠간 근육통으로 엉금엉금 기어다녔었다) 

 

 

 

 

 

 

 

사진에 성 마틴(St.Martin)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독일 전국의 예쁜 마을 경연대회에서 1등을 한 적도 있는 작고 예쁘장한 시골마을이다.

 

 

 

 

Wappen der Ortsgemeinde Sankt Martin

성 마틴 마을의 마을깃발

 

 

아주 옛날 중세시대에 마틴(316 - 397, St. Martinus Turonensis)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원래는 군인이었다가 훗날 주교가 되어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성인으로까지 등재된 실제 인물.

성 마틴이 한 일 가운데 유별난 것은 눈 내린 추운 겨울날 헐벗은 걸인에게

자신의 외투를 벗어서 반을 잘라서 준 것이다.

단지 이 일을 했을 뿐인데, 그날밤 꿈 속에서 예수를 만났다.

바로 자신의 반쪽 외투를 받은 걸인이었다. 그 후 그는 무수한 좋은 일을 많이 하게 되었다.

 

 

 

엘 그레코 El Greco가 그린 성 마틴과 걸인(1597–1599)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지만

'성 마틴의 외투'이야기는 매년 성 마틴의 날에 독일의 모든 유치원과 초등학교에서 회자된다.

소위 '성 마틴의 행렬(St. Martins Umzug)'이란 이름 하에 가장행렬을 곁들인 행사가 그것이다.

작은 등불을 든 군중들 사이로 로마병정 차림의 빛나는 휘장을 걸친 성 마틴이 말을 타고 등장한다.

그는 저만치에 옷을 벗고 구걸하는 걸인을 발견하고 말에서 내려 입고 있던 자신의 외투를 북북 반반 찢어서

걸인과 나눈다.

일련의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군중들은 성 마틴과 관련된 동요를 부른다.

아이들은 따끈하고 달달한 과일차에 브레첼을 나눠먹는가 하면 어른들은 뜨거운 와인 등을 나눠마시며

등불을 들고 골목을 돌며 성마틴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른다......

(노래는 ....https://www.youtube.com/watch?v=6cV1o_JlgWY)

이것이 성 마틴의 날 저녁 등을 든 로마병정 차림의 꼬마들이 골목마다 눈에 띄는 이유이다. 

 

 

Wappen der Ortsgemeinde Sankt Martin

 

 

성 마틴 이야기를 너무 길게 썼나?

여튼, 등산 이야기로 돌아 와서랑.....

 


 

 

 

 

 

 

 

 

 

 

 

등산 그룹을 훌륭히 지휘했던 지인의 남편분이 소지했던 지도.

우리는 형광펜으로 칠한 13km를 그날 등산했다.

 

 


 

 

 

 


 

 

 

 

 


 

 

 

 

 

조그만 계곡,

그 위에 나무판을 덮어 걷는 이들(산악자전거 주자도 있더라 참)을 도왔다.

 

 

 

 

 

 

등산 중 점심식사를 했던 의 오두막식당 옆이었다.

성 마틴 마을이여서, 숲속 군데군데 조랑말도 보인다.

아참, 팔츠 주의 향토음식은 정말 맛있다.

도시락을 싸는 대신 미리 예약을 해두고 오두막에 가면 편히 앉아서

(예약없이 가면 줄을 서서 오래 기다려야 함) 식사할 수 있다.

음식 사진은 눈치껏 안 찍었다. 

 

 

 

 

 

 

 

 

 

 

 

 


 

 

 

포렐레(Forelle,숲물고기)가 살 법도 한 계곡연못

 

 

 

 

 

하산 중에 포도밭 풍경이 좋아서 잠시 멈췄다.

 

 

 

 

 

잎에 붉은 기운이 돌면 레드와인, 노랗기만 하면 화이트와인의 포도가 달린다.


 


 

 

 

 이 장소에 서 있던 이정표와 교통표지판(아래)

 

 

 

 

 

 

 

 

 

 


 

 

 

지인의 차 뒷좌석에서 찍은 성 마틴 마을의 풍경

 


 

 

 

 

*St.Martin 마을

인구 1천 7백여 명이 사는 독일의 남서쪽 팔츠 주의 중세 마을.

성 마틴 이야기로도 잘 알려진 유명 와인 생산지. 

 

  • eunbee2018.10.26 09:16 신고

    아니? 13km의 산행을 하셨다구요?
    와~ 환호와 함께 힘찬 박수를...ㅎ ㅎ
    가을 산행, 잘 하셨네요.
    숲도 계곡도 마을도 모두 예쁜데 특히
    포도밭의 가을빛이 참 좋으네요.
    조랑말들도 윤기나며 사랑스럽고요.

    뭉친 다리 근육은 풀리셨나요?

    답글
    • 숲지기2018.10.26 13:10

      지난 일요일에 있었던 등산입니다,
      한 이틀 불편했던 근육도 이제 좋아졌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은비님.

      저 쌍뜨 마틴 마을은 주인이 여러 번 바꼈습니다.
      중세 로마군 주둔을 거쳐 나폴레옹 치하 , 오스트리아 제정 하ㅇㅔ,
      바이에른 소속을 거쳐 지금 독일 팔츠 주에 들어갔습니다.
      국경지대들에 대부분 그렇듯, 비옥한 땅의 풍경도 아름답습니다.
      저는 저 곳에 와인 사러 자주 갔었고요
      등산은 처음이었습니다.

  • 전 언저리에 사는데, 숲지기 님은 정말 검은 숲 깊이 사시나 보네요.
    반갑습니다. ^(^

    답글
    • 숲지기2018.10.26 13:11

      언저리라면 어디쯤이세요?
      반갑습니다.

      (비공개로 수정합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비밀댓글]

    • 3개의 칼 (Carl)로 유명한 도시를 저는 늘 검은 숲 언저리라 표현합니다.
      성 사진 보니 가까이 사시는 듯 합니다. ^(^

    • 숲지기2018.10.26 13:45

      'C'로 시작하는 카알, 알 듯합니다.
      여튼 몹시 반갑습니다.
      (비공개로 수정합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비밀댓글]

    • 숲지기2018.10.26 13:48

      어쩐지 느낌이 , 우리 아는 사이 맞지 싶습니다.
      반갑습니다,
      주변에 아는 사람 없다고 혼자 공갈치고 했는데
      앞으론 안 통할 것 같습니다요.

      암은 너무너무 반갑습니다. [비밀댓글]

  • 오래 일에 정신없어서 아는 사람들만 보는 터라...
    이렇게 블로그 하실 분이 누구인지 감이 안잡히네요.
    아마 숲지기님도 제가 누구인지 글을 샅샅이 보기 전에는 감이 안잡힐...
    물론 <브레히트> 따라 가면 당장 제가 누구인지는 알겠지만..
    오랜 블친인 은비님도 제가 바덴 바덴 정도에 사는 가보다 하는 정도... ^(^ [비밀댓글]

    답글
    • 숲지기2018.10.26 14:26

      그러시군요
      은비님을 저도 참 좋아합니다.

      브레히트를 따라가는 게 열쇠군요,
      블록의 제목으로 목사님이실 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좀 전에 저의 생활의 양식으로 삼고 싶은 기도도 읽고 왔습니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겠습니다.
      가능한한 천천히 알아가고 싶습니다.
      물론 기회가 주어진다면 말입니다. [비밀댓글]

  • 외양보고 사람 판단 하면 실수하지요?!
    요즘 같은 세상에....
    목사같이 생긴 도적도 있고, 도적같이 생긴 목사도 있으니.. ^(^

    요즘은 브레히트 글도 올리고 하는데,
    전에는 생판 매일매일 올라가는 편지 밖에 없어서
    그렇게 생각하고 전혀 댓글 안달고 그랬지요?
    댓글 안달아서 편하긴 했지만.... ^(^

    [비밀댓글]

    답글
    • 숲지기2018.10.27 12:55

      목사같이 생긴 도적을 만나고 싶네요 하하

      브레히트를 공부하고 싶다 생각을 했었는데,
      자주 가서 읽고 배울 생각입니다.
      고맙습니다. [비밀댓글]

  • 나무2018.10.27 03:32 신고

    .. 어머나 세인트 마틴 마을이랑 슾길 나 걸었는데!
    이름만 보고 덥썩 반가워했지요.
    안녕하세요 숲지기님.
    근데 사진이 제 기억과 좀 다른 것 같고 내가 간 곳은 흑림 남쪽이지 않았나 싶은 생각에 앨범 확인해보니 하하 거긴 St. Märgen이었슴다!
    세상 믿을 나 없지요 후후
    긴 등반 할 수 있는 숲지기님, 많이 부럽습니다.
    아름다운 가을 흑림 사진 볼때는 아이패드로 천천히..
    감상 시간을 갖지요. 고맙습니다 숲지기님~ [비밀댓글]

    답글
    • 숲지기2018.10.27 13:09

      어머나, 저도 찾아보았습니다 쌍뜨 메르겐은 티티제 근처군요.
      나무님, 예까지 오셨었다니요.
      넓지 않은 흑림인데, 굳이 따지자면 저는 그곳보다는 좀 북쪽에 있습니다.
      와 보셨으니 이곳 느낌을 잘 아시지 싶습니다.
      나무만 빼곡하지요.
      하긴 이곳에 사는 저도 이곳이 거의 늘 좋습니다.

      얼마나 계셨었는지, 언제 또 오실지 궁금합니다.
      [비밀댓글]

  • 노루2018.10.27 14:41 신고

    등산 즐거우셨겟어요.
    조랑말도 보이는 숲 속 오두막 식당에서의 점심이라니요!
    독일의 작은 마을들은 다 예쁜 마을일 텐데 그래도 또
    경연대회가 있군요. 성 마틴 마을의 포도밭이 산비탈이
    아니라 너른 벌판처럼 보이는 것도 좋으네요.

    답글
    • 숲지기2018.10.28 15:42

      테니스와 함께 등산은 노루님께서 즐겨 하시는 것이지요?
      흑림지역과 다르게 팔츠의 등산로에는 지역특성을 살린 향토음식을 만드는 오두막들이 있습니다. 주로 와인 재배지역과 겹칩니다.
      저 지역들 와인이 참 맛있고요, 무엇보다 가격이 아주아주 저렴합니다.
      노루님께서 오셔도 마음에 쏙 드실 겁니다.

  • 멋스런 가을 풍광에
    마을의 역사성까지 더하니
    인문학이 따로 없군요.
    더하여
    와인 산지라고 하시니
    풍미까지 보태져
    품격이 돋보이는 곳인듯 합니다.
    존중합니다
    감사합니다
    축복합니다

    답글
    • 숲지기2018.10.30 12:38

      숲을 잘 아시는 분이시니,
      저 풍경을 보심에 남 다르시겠지요.
      저렇게 등산을 한 날은 숲을 찬찬히 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일행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려 많이 애 썼던 것 같습니다.
      네, 제가 낯을 좀 가려서요.

      쌍뜨 마틴에 다시 가면 좀 더 멋지게 써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님께도 축복 가득 하시길 빕니다.

  • 파란편지2018.11.08 14:44 신고

    물집이 생길 정도로 따라다니셨다는 얘기를 읽으며
    불현듯 예전의 일들이 그리워지고 있었습니다.
    싫어도 참여한 일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때는 그게 왜 그렇게 싫었는지........
    그런 일이라면 지금도 싫겠지요.
    지금도 한 달에 한두 번은 나가고 있지만 예전처럼은 아닙니다.
    그대신 포도밭 풍경 같은 '그림'을 가져오셨으니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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