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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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명절·풍습 /사육제Fasching

카니발에 한국여인으로

숲 지기 2018. 2. 7. 00:11

 

가장행렬이 거리마다 넘실거린다.

신호등 앞에서 무리지어 신호를 기다리거나 골목을 쓸려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아주 잠깐이지만 지금 이곳이 오페라의 무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도시 전체가 무엇에 홀려버린 듯한 지금은 카니발 주간.

 

 

 

 

이게 얼마만인가 이렇게 흥청망청 노니는게........

몇년 간 자발적인 고립생활을 하면서 복장도 늘 수도사의 그것처럼 입고 살았었다.

이제 때가 되어 속세로 복귀하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요청해 오는 친구들의 초대에 대부분 응하자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하루 건너씩 친구들을 만나는 셈.

 

친구 K의 생일회식은 엘사스의 와인마을 뷔셈부륵크 근처 식당에서 있었다.

K의 어머니가 나의 어르신친구셨다.

2년 전 가셨는데 그녀의 생애 마지막 몇년은 지병인 치매가 깊어서 나를 깡그리 못 알아보셨었다.

그녀의 외동아들인 K 또한 나보다는 훨씬 연배이고 성격도 까칠한 편이어서 

이럭저럭 명절때만 안부 묻는 정도로 지낸다.

 

눈 쌓인  2월 늦은 오후의 포도능선을 따라 운전하는데,  

같은 길을 수없이 오갔던 여름포도밭을 상상해 보려 애썼다.

상상력이 고갈되었는지, 아름다웠을 여름의 포도밭 풍경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집에 가서 지난 사진첩이라도 들춰 봐야지.

날씨 만큼이나 마음도 얼어버릴 듯한 프랑스 국경마을에서 우리는  8명이 모였었다.

아프리카 봉사를 갔거나 독감을 앓는 친구가 빠졌다.

 

8명 가운데는 K의 전부인이자 내 친구인 이리스도 있었다.뿐만 아니라 이리스의 현 남편인 롤프,일찍 자리를 떠서 얘기를 별로 나누지 못한 외과의 알버트, K의 죽마고우인 혈액연구원 유르겐, K의 한때 여친이었던 잉그리드(보기에는 꽤나 복잡한 듯 하지만 평화롭기 그지 없는 이들은 일로써도 매우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를 유지한다),

그리고 이런 쪽엔 거미줄 한올도 연결되지 않은 온전한 한국여자 내가 있었다.

 

초대에 응할지 의사를 묻는 K의 전화에 되물었었다.

"나, 무슨 분장을 해서 갈까 혹시 원하는 게 있니?"

"글쎄, 한국여자로 오면 어떨까?"

그래서 온전한 한국여자로만 갔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들 중 그 누구도 카니발 복장을 하지 않았었다.

다들 자신의 평소 얼굴로만 온 셈이어서, 요상한 옷차림으로 식당이 떠나갈 듯 괴성을 지르던 옆 테이블들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사실 몇몇 다른(?) 부류의 사람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독일인들은 카니발과 아무런 상관없이 살아가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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