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노가다 하루에 1주일 몸살 본문

흑림살이 /수처작주隨處..

노가다 하루에 1주일 몸살

숲 지기 2018. 4. 5. 00:11

 

 

마당 담장의 웃자란 나뭇가지를 전지하여 리싸이클링에 부려 놓았다.

 

 

제목을 이렇게 썼으니,

친지들이 읽으시면 마음 꽤나 아프시리라.

그래서 고칠까 하다가도 그냥 둔다.

제목 그대로 사실이니까.

 


 

 

 

 

비교적 시내 외곽에 위치한 곳, 오른 쪽으로 들어가면 카셀 시의 리싸이클링 장소이다.

외곽이라고 해봤댔자 시내 중심지에서 20분 운전거리.

 

 


 

 

 

 

이곳은 카셀 시에서 생산하는 쓰레기들이 집합하는 곳,

가든 쓰레기는 물론이고, 플라스틱, 금속, 가구, 심지어 쓰다 남은 페인트 같은 해독물질도 수집한다.

이번처럼 단순히 나뭇가지를 버릴 때는 공짜이지만,

지난 번 아파트 하나를 통째로 수리했을 때는 그곳에서 나온 낡은 건축자재를 몇 차례 갖다 버리며

그에 상응하는 돈을 적잖게 지불하였다.

쓰레기를 버릴 때 지불하는 가격은 그야말로 그때그때 다르다.

"좋은 아침입니다"부터 시작하여 웃는 얼굴로 수다를 시작하면 가격은 영락없이 낮춰지고,

사무적으로 대하면 쓰레기의 종류와 부피를 아주 상세히 파악하여 가격 책정을 한다.

메트리스 하나에 6유로, 티비 1대에 30유로 등등.....

카셀은 국립공원이 아니니 그나마 싸다.

흑림은 그야말로 부르는 게 쓰레기 값이니.

(어쩌다가 이 방면에 일가견이 있게 되었는지, 일반 사람들이라면 평생 모르고도 살 수 있었던 것을....)

 

이 이야기는 내 블록의 다른 글에서도 여러 번 언급한 적이 있다.

 


 

 

 

 

봄기운 때문인지, 정원일을 한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여기저기 해당 무더기에 싣고 온 것들을 부려놓고 있다. 나는 트레일러가 비좁도록 잔뜩 싣고 온 짐을 달고 기웃기웃 서행을 한다.

 

 


 

 

 

 

굵다란 토막들을 보니 누군가 고목을 작살냈나 보다.

다행히 컨테이너에 담지 않고, 그냥 바닥에만 부려 놓으면 된다.

 


 

 

 

 

여기 차를 대고 짐을 내려놓으려니, 자기들은 회사에서 부려놓는 곳이라면서

개인들은 그 반대 쪽이란다.

그러면서 주차만 해 놓고 기다리란다, 자기들이 얼른 끝내고 도와준다고.

보기에 자그마한 동양여자가 나뭇짐을 제대로 내리기나 할지 의문이 들었던 모양이다.

주차를 하고 나뭇가지를 내리는데, 눈 씻고 봐도 여자는 나 뿐,

여기저기서 바라보는 눈길이 따갑다.

접수처에서도 필요하면 도와주겠다고 제의했던 걸 "고맙지만 직접 합니다"라고 했던 터 였고,

나를 주시하는 이들도 여차하면 달려와서 도와줄 태세라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

이정도 쯤은 그야 말로 식은 죽 먹기.

 

 

 

 

 

 

 

잔뜩 싣고 그 위로 고봉으로 쌓고

운반하는 동안 혹여나 흘러내릴까, 긴 끈으로 단단히 묶었던 나뭇가지들을 모두 부려 놓았다.

트레일러를 말끔하게 비웠다.

 


 

 

 

 

저 나뭇가지들 또한 내가 다 자른 거다.

일을 끝내고 나니

운전대 잡기도 거북할 만큼 팔이 뻑뻑하고 무릎도 휘청거렸다.

이것은 딱 그날부터 1주일간의 몸살이 시작되었다는 신호였다.

그래,

식은 죽 먹기보다는 아주 조금 더 어려웠어.

 


 

 

 

 

앞에 보이는 저런 복장을 한 분들이 이곳의 직원이다.

리싸이클링 회사는 주마다 시마다 다르다 즉, 시에 속할 수도,개인에 속할 수도 있다는 말씀.

 

 


 

 

 

 

텅 빈 트레일러를 달고서 카셀 시내를 달린다.

 


 

 

 

 

 

거리의 고목들은 여전히 잎을 내어줄 기미가 없다.

 

 


 

 

 

 

운전 중에 찍는 사진들의 좋은 예

각도가 제대로일 리가 없지. 이리 눕고 저리 눕고 ㅎㅎ

 


 

 

 

 

카셀 시내 거리도서관.

누구든 필요 없는 책을 갖다 꽂고, 읽고 싶은 책은 가져갈 수 있다.

 


 

 

 

 

신호등 앞에서 기다리며 찍은 것들.

 


 

 

 

 

은색 메르세데스에 트레일러를 달고 카셀 시내를 종횡무진 누비는

쬐끄만 동양여자를 본 적이 있다면,

그게 나다.

 

 


 

 

 

 

 


 

 

 

 

스키장에 다녀오셨지, 아프시겠슴다. 어서 완쾌 하시길......


 

 

 

 

에휴 (하품),

신호등도 참 길~~ 다.

 

 

 

 

 

 

여기서부터는 푸념이니, 읽지들 마시라.

 

혹자는 궁금해 할 것이다,

이토록 축복받은(?) 막노동을 왜 굳이 하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나 외엔 아무도 안 하니까.

회사에 맡겨도 봤지만 집 수리비로 거금을 소비한 지금으로선 그마저도 비싸고....

아무도 안 하고 2년을 버텼더니 마당이 정글이 되어가더라니.

 

독일은 세입자 천국,

공무원인 한 세입자 아저씨는 지난 연말 아랫층 수리하면서 그의 욕실도 함께 손을 봤는데

공사 동안 아래아래 층 비워 둔 아파트 욕실을 두 달 간 쓰라고 했더니(그래서 썼었다),

그 두 달 월세를 한푼도 안 내겠다고 버틴다.  

청개구리나 다름 없는 세입자들,

마당 노가다로 몸살을 앓는 이 와중에도

나와 그들 중 누가 더 철이 없는지 내기라도 하는 것 같다.

  • shinilc2018.04.05 08:51 신고

    독일의 거리를 볼 수 있어서 좋아요...
    독일 사람들은 일상적이라 그저 그렇겠지만,,
    동양사람 눈에는 그저 예쁘기만 합니다..ㅎ
    그나저나 너무 고생하셨는데, 안좋은 몸살까지 덤으로
    받으셨네요..
    다음부터는 도와줄때 도움을 받으시는게..좋겠어요..
    몸조리 잘 하세요~~^^

    답글
    • 숲지기2018.04.07 14:32

      시내 한복판인데도 카셀은 나무가 비교적 많더군요.
      다행이지요.
      독일도 대도시엔 빌딩만 솟고 풀 한포기 없는 곳들도 있던데,
      그런 곳에서는 업무만 보고 얼른 도망칩니다.

      몸살은 덕분에 다 나았습니다.
      그리고 도움은 제가 할 수 있는 한은 '말씀만 들어도 고맙습니다'고 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신일님도 건강하소서.

  • snooker2018.04.05 13:42 신고

    아놔~~
    쉬눅커 찾아왔쩌염.
    네이버에 하두 발을 안 들여놓으셔서
    답답한 자가 우물 파고 있슘니답.

    근디 말이져,
    은제 캇셀로 이사하셨어라?

    립리히77 생각나네여.
    캇셀에서 지휘 공부 했는데... [비밀댓글]

    답글
    • 숲지기2018.04.07 14:35

      카셀엔 일 있을 때만 갑니다.
      요즘은 거의 격주로 가게 되네요.

      립리히님이 지휘자시군요.
      아시다시피(모르실지도..ㅎ) 저는,
      베리에서 슈누커님과만 소통하는디요.
      고추씨 나눔때 30-40분 주소 받아서 보낸 적은 있습니다. [비밀댓글]

  • 노루2018.04.06 06:04 신고

    숲지기님 참 대단하시네요. 놀랬습니다.
    우리 집 뒤뜰 한 구석에 여전히 쌓여있는,
    잘라놓은 나뭇가지들을 생각하면서 더욱
    감탄합니다.

    답글
    • 숲지기2018.04.07 14:40

      아이쿠 노루님 ㅎㅎ 저도 보는 사람 없는 곳엔 몇년이고 쌓아두었습니다.
      숲집이 그렇지요,
      보는 사람이 적어서 시각공해는 거의 저한테만 적용이 됩니다.
      나무 자르는 전기작두를 맘 먹고 샀는데, 창고에서 자리만 차지하고요,
      누운 나무가 많음에도 땔나무는 여전히 사서 씁니다.
      이제 저보고, '알고보니 형편없구나' 라고 말씀하실 차롑니다 하하

  • snooker2018.04.06 13:01 신고

    쓰레기 말고 안쓰레기 얘기입니다.
    미나리 심은지 하루도 안 되어 1 센티나 자랐어요.
    우와~~~~~
    대체 어디 출신인가요? 한국??

    답글
    • 숲지기2018.04.07 14:51

      안쓰레기 ㅎㅎ
      바흐를 늘 연상케 하시는 슈누커님,
      어감도 좋고 기발하세요...ㅎ

      미나리는 약 10년 전에 프랑크푸르트 옆 타우누스의 노소설가님께서
      금지옥엽처럼 기르시던 것을 몇 포기 얻어왔습니다.
      아마 우리나라 출신이 맞을 겁니다.

  • 추풍령2018.04.06 18:38 신고

    봄날에 나무가지치기에 수고가 많으십니다. 남자들이 할일을 손수 다 하시네요.
    사시는 곳이 Kassel이시군요. 저는 독일엔 가보지 않았어도 Hannover와 Frankfurt
    사이에 있는 꽤 큰도시로 알고 있읍니다. 저의 전쟁사 이야기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답글
    • 숲지기2018.04.07 14:59

      추풍령님의 전쟁사를 읽으며 그 시대 국제정세를 알뜰히 공부를 해볼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문장을 놀랍도록 쉽게 쓰신 덕분에 저 같은 문외한도 도전을 하지 싶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독일의 남부 블랙 포러스트(흑림 Black Forest, Schwarzwald)이고요, 카셀은 중부/북부로 출장가는 김에 들러서 막노동하고 옵니다.
      하긴 출장일도 다 막노동이나 다름 없으니, 일복은 터졌습니다요 ㅎㅎ

      귀한 저술을 읽게 해주셔서 이 기회에 감사드립니다.

    • 추풍령2018.04.08 02:33 신고

      사시는 곳은 남쪽 Black Forest이시고 Kassel은 출장 오신곳이군요?
      그런데 출장와서 머무는 곳에서 웬 나무가지 치기 작업을? 그것도 몸살나도록....

    • 숲지기2018.04.09 02:50

      그러게 말입니다요 ㅎㅎ
      내일 일찍 다시 윗쪽으로 갑니다.
      이번엔 Weimar를 꼭 들러보리라 계획을 세웠습니다.
      바이마르 헌법, 네 그 바이마르입니다.
      세계대전 전에는 수 많은 문학 예술인들로 번성했던 곳인데,
      저는 다른 무엇보다도 괴테의 봄 정원이 정말 보고싶기 때문입니다.

  • 수고하셨어요.
    나이 들면 단독주택에 살고 싶은데
    이런 일을 할 생각을 하면 주저하게 된답니다.
    길거리 도서관이 참 아름다워요.

    답글
    • 숲지기2018.04.07 15:08

      가든일을 일이라고 생각하면 참 번거롭습니다.
      저는 가드닝이 취미이기도 해서 즐길 때가 많지만요.
      저 길거리 도서관,
      렌즈로 보는 세상님께서 담으셨다면 훨씬 근사한 사진이 되었지 싶습니다.
      지나다 보면 사람들이 책을 고르기도 하고 옆에 간이 의자에 앉아서 읽기도 하던데,
      그 모습이 좋았습니다.

  • snooker2018.04.07 15:07 신고

    립리히는 현재 자기 모교에서 교수실 차지하고 있으며,
    중급 오케스트라 맡아서 맹활약중입니다.
    성격이 워낙 좋아서, 따르는 제자들이 참 많습니다.
    담배도 안 피우고...

    -------------

    건 그렇고...
    저도 다음 블로그에선 라인님이 유일한 제 이웃입니다.
    원래 닫아놓은 블로그였걸랑요.

    며칠 전 록인 하려 하니,
    너무 오래 방치해서 좀 기다렸다가 끄적여야 된다고... 흑흑
    그래서 기둘렸슴다. 우아~~ 지루했어염.^^

    이젠 이웃도 생겼응게 간혹 드나들며 글씨 연습 좀 해야겠어요.
    또다시 막히는 일 없도록... 휴면계좌인지 뭔지... [비밀댓글]

    답글
    • 숲지기2018.04.07 15:12

      그러셨군요.
      저는 다음이 꼭 친정집 같고 네이버가 시댁 같아요.
      휴면, 얼마나 안 오셨으면 ㅎㅎ

      립리히님 재주꾼이시군요.
      마음으로 축하드립니다.
      그 많던 베리 글꾼들은 다 어딜 갔는지 말입니다.
      요즘도 베리는 규칙적으로 들러보는데
      옛날 같지 않습니다.
      다들 잘 사시겠지요. [비밀댓글]

  • 외로운 외국 생활 활기차게 극복하시고,,
    ]멋진 성공을 기대 합니다,
    , 힘내라,,,

    답글
    • 숲지기2018.04.09 02:53

      고마움에 눈물이 핑 돕니다ㅠ
      성공은 이미 못하고 있고요,
      좀 덜 외로웠으면 합니다.
      박종식님도 튼튼하시고 힘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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