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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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림살이 /수처작주隨處..

숲사람들에겐 숲시계가 있어

숲 지기 2018. 5. 13. 00:11

 

 

풍경은 놀라우리만치 작년과 흡사하다.

그럼에도 신선할 뿐이다, 마치 처음 겪는 봄처럼.

누가 취미가 무엇인지 물으면 이제는 할 말이 있다

"밭매기요".

 

 

 

 

진짜 농부님들이 들으면 혀를 찰 일이지만

나에게 밭매기는 온몸운동을 겸한 명상이다.

이 명상은

머릿속이 복잡할수록 요긴하고 또한 효과도 크다.

 

 

 

 

라일락은 마당에 두고 오가며 한번씩 쳐다보는 게 제일이다.

꺾어서 책상 앞에 데려오면 특유의 향이 편두통을 일으키기 일쑤.

어젠 감자를 심으려고 일찍부터 라일락꽃 그늘에 이것저것 훌 꺼내 놓았었다..

가장 달콤한 시간대를 밭일에 쓰려고 아껴두었던 것인데 왠걸,

하루 종일 손님들이 끊이지 않았다.

 

이웃할머님, 이웃꼬맹이들, 친구커플 등 3번의 방문이 있었지만 서로 성격도 다르고

다들 오랫만에 보는 사람들이었다.

커피/와인에 이것저것 즉석요리에 수다까지 올려서 한상 떠들었는데,  

모두 예정에는 없던 것이었다.

 

 

 

 

라일락 풍경은 매년 거의 엇비슷하다. 

저 많은 꽃들에게 일일이 인사만 하기에도 하루가 모자랄 판인데

그 아래서 감자까지 심겠다고는 야심까지 가졌지만 

심지 못한 감자는 다시 창고로 모셨다.

 

 

 

 

숲사람들은 숲시계를 따른다.

숲시계는 그 어떤 시계보다 느린 듯

1년 걸려 나무 둘레에 동그라미 하나만 친다.

즉 나이테이다.

 

 

 

 

 

"오늘 못 하면 내일 하면 되고, 내일 못하면 더 훗날,,

그리고 훗날에도 하지 못하면 내년에 하면 된다."

 

불쑥 집에 찾아오는 것도 그렇다,

"약속은 무슨,

그냥 찾아 가서 얼굴 보면 되는 것을."

 

숲에 산다고 하였지만

숲처럼 사는 이들과는 여전히 멀다 나는.

 

 

 

 

고양이박하(Katzenminze)와 그 뒤엔 타임(Thym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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