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박각시 오는 저녁/백석 본문

수평과 수직 /이 순간

박각시 오는 저녁/백석

숲 지기 2019. 2. 2. 22:33

박각시 오는 저녁

/백석

 

 

당콩밥에 가지 냉국의 저녁을 먹고 나서

바가지꽃 하이얀 지붕에 박각시 주락시 붕붕 날아오면

집은 안팎 문을 횅 하니 열젖기고

인간들은 모두 뒷등성으로 올라 멍석자리를 하고 바람을 쐬이는데

풀밭에는 어느새 하이얀 대림질감들이 한불 널리고

돌우래며 팟중이 산옆이 들썩하니 울어댄다

이리하여 하늘에 별이 잔콩 마당 같고

강낭밭에 이슬이 비 오듯 하는 밤이 된다

 

 

박각시 : 박각시나방.

주락시 : 주락시나방.

돌우래 : 도루래. 땅강아지

팟중이 : 팥중이. 메뚜기의 한 가지.

 

 

 

 

골짜기의 숲 도랑, 보기완 다르게 꽤나 졸졸거려서 멀리서도 그 소리가 들린다.

 

............

 

시 '박각시 오는 저녁' 박가지꽃을  2월 눈발로 대신한다.

는개가사방을 쏘다니니 돌우래 감히 울 생각이나 할 건가.  

대림질감 같은 산꼬대  이밤 산허리를 두를 것이라니 

박각시 오신 잔콩 마당에도 주락시는 이불 속. 

- 흑림에서 백석처럼

 

 

 

는개-안개 같은 아주 잔 비

산꼬대-밤중에 산골짜기로 부는 한풍

 

 

 

  • 노루2019.02.02 15:05 신고

    한겨울에 백석의 이 시를 읊는 맛이
    참 좋으네요. 오이 냉국에 국수 말아
    먹으면서면 더 그만이겠지만요. ㅎ

    답글
    • 숲지기2019.02.03 01:50

      내일 당장 오이냉국에 그렇게 먹어봐야 겠습니다.

      백석의 시어들이 심심산골 아낙들의 그것 같아요.
      이곳 블랙 포르스트 정서와 아주 잘 맞습니다.

  • 파란편지2019.02.06 02:52 신고

    백석은 가슴이 서늘해지게 하고,
    숨을 멎게 할 것 같고,
    옛 시절의 그 정경을 더 아름답게 회상하게 하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나 싶게 하고,
    백석은..................

    답글
    • 숲지기2019.02.07 01:03

      백석이 북한이 아닌 이곳 흑림에 살다 간 게 아닐까 싶을 때가 많습니다.
      독일에도 북한 못지않은 산골 사투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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