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엉망진창 부채춤 본문

수평과 수직 /'경계'란 없다

엉망진창 부채춤

숲 지기 2019. 12. 13. 22:19

 

 

 

 

 

 

 

성큼성큼 걸어나온 등장부터 예사롭지 않았지요.
무용단은 저에게는 형부뻘 되는 독일남자들이거나 그들의 아드님인데,

우리끼리 하는 조그만 한독송년회에서 그 어렵다는 부채춤 공연을 했습니다.

 

 

 

 

 

 

 

 

부채춤이라는 게 뭡니까,

섬섬옥수에 부채를 든 여인네들이 종종걸음을 치며 추는, 

우리 고전무용의 극치를 이루는 그런 춤 아닙니까.

이들 독일형부들의 춤은 그러나 

고전미 대신 근육미가 두드러졌다 할까요.

이분 무용수들이 평소에 얼마나 근엄한 분들인지 아는 저는 처음엔 도무지 믿기질 않았죠.

어디 저 뿐이겠습니까, 무대 아래 관객들의 반응도 마찬가지였죠. 

 

 

 

 

 

 

열심히 연습한 흔적도 역력했습니다.

그럼에도 어찌되었든 주거니 받거니 한사람은 언제나 틀리고,

치마 또한 질질 끌렸죠. 

누가 보아도 서툴었던 이들이 실수를 할수록 이상하게도 관객들은 좋아했고

혹자들은 배꼽을 잡고 넘어갔지요.

 

 

 

 

 

 

이걸 해내더라고요! 하하

무용단의 너무나 대견한 피날레장면입니다.

기존 부채춤과 달랐지만

웃음을 주는 데는 으뜸이었던 엉망진창 부채춤 공연이었습니다.

 

 

 

 

 

 

 

  • 파란편지2019.12.13 15:07 신고

    "엉망진창 부채춤"
    최고입니다! 보나마나입니다!
    저는 정말이지 숨막히게 딱 딱 맞는 걸 정말 싫어합니다.
    제가 교장이었던 그 학교는 병설유치원이 있었는데, 유치원 학예발표회를 보았더니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고 저는 그게 너무나 좋아서
    학교 홈피 '학교장 칼럼'에 "엉망진창 유치원 학예회"라는 글을 썼더니
    세 분의 유치원 교사 중 두 분은 섭섭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었고,
    한 분은 아무리 달래어도 펑펑 울어서 정말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몰랐습니다.
    그 글에는 그게 좋더라는 의미가 너무나 직설적으로 나타나 있는데도
    그 선생님들은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지금도 그 선생님들은 저를 원망하고 있을 것입니다.
    나 참 기가 막혀서..........

    답글
    • 숲지기2019.12.13 15:30

      최고를 보시는 교장선생님의 학교,
      어떤 분위기였을지 짐작이 갑니다.
      유치원 꼬맹이들은 뭔 짓을 해도 이쁜데,
      엉망일수록 더 생동감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극찬하신 교장선생님의 진의 파악 여부를 떠나서요,
      '펑펑 우신'교사분은
      유치원 아이들의 순수함에 눈을 맞준 분이시구나 싶습니다.

      하하 기가 막힌다 하신 교장선생님,
      왜케 웃기시는지(죄송합니다) ㅋㅋ

  • 이쁜준서2019.12.13 17:30 신고

    근엄하신 연세도 높으신 분들이 어떻게 한복까지 입고 부채춤을
    추실 생각을 하셨을까요?
    피날래 장면 얼추 비슷하게 잘 하셨습니다. 하하
    숲지님 행복 만땅 이셨지 싶어서 저도 웃게 됩니다.

    답글
    • 숲지기2019.12.13 22:25

      연세로 보면 만만하게 대할 분들이 아니시지요.
      그럼에도 기꺼이 여러 사람들 앞에서 무너지십니다.
      저 독일분들 가운데는 한글학교를 다니며 시를 쓰는 분도 있습니다.
      '하늘은 푸르다, 친구가 보고싶다....' 그런 정도이지만
      이를 대단하다고 여기지 않는 한국인이 없습니다. .

  • style esther2019.12.14 00:44 신고

    즐거운 시간이 보이는데요 ㅎ~
    유쾌하고 진심어린 박수가 많이 나왔을 것 같습니다^^

    답글
    • 숲지기2019.12.14 12:55

      그야말로 배꼽이 다 빠졌죠 하하
      '꼰대' 의 요소를 찾아볼 수 없는 어르신들이시지요.
      이러시기가 쉽지 않으셨을텐데 손수 망가져 주셔서
      아주 즐거웠습니다.

  • shinilc2019.12.18 05:41 신고

    ㅎㅎㅎ 한국남자들이 했어도 배꼽 뺐을 건데, 독일 남성 분들이 ㅋ
    마치 어른이 재롱잔치 같았겠어요..그분들은 진지하게 연습하고 했을 텐데..
    좋은 시간 즐겁게 보내셨네요~^^
    현지에서 한국과 독일이 좋은 관계로 상생하길 바랍니다.^^

    답글
    • 숲지기2019.12.18 22:48

      '재롱잔치'라고 말해주면 좋아할 분들이시죠.
      그분들 나름의 내면적 권위가 있겠지만, 만나서 얘기하실 땐 아이들처럼 순수하시답니다.
      네, 아주 흥겨웠습니다.
      한구고가 독일의 상생, 아주 멋진 기원입니다. 고맙습니다.

  • 사슴시녀2019.12.30 09:25 신고

    아주 흥미롭습니다! ㅎㅎㅎ
    예쁜 젊은 처자들의 식상한 부채 군무보단
    이분들의 부채춤이 제겐 훨 신선합니다!??

    답글
    • 숲지기2019.12.30 11:24

      잘 봐주셨습니다.
      저에겐 잊지 못할 무대였습니다.
      맞습니다, 아주 신선했습니다.
      생각만 하여도 웃음이 절로 나고요 하하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