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그리운 국수 본문

수평과 수직 /이 순간

그리운 국수

숲 지기 2020. 5. 4. 01:29

 

 

 

 

 

 

 

 

 

 

 

요 며칠 열무비빔국수가 눈에 아른 거렸다.

배가 고프다기보다는

정서에 허기가 왔던 것.

 

밭에 난 잡초를 한나절 뽑고,

재빨리 국수 한 접시 삶아 비볐다

요리랄 것도 없이 손에 잡히는 이것저것

기분대로 넣고.

 

 

 

 

 

 

 

혀에 맞는대로

끓는 물에 국수 넣고 끓어 오르면

찬물 조금 붓는 대신 각종 채소, 특히 채쓴 희고둥근무우와 청잎을 넣고

한소끔 더 끓인다.

쫄깃하게 익은 국수에 비해 , 채소는 살짝 설익은 채로 채에 걸러

채썬 오이 고추 각종 식용꽃을 넣고 새콤매콤한 초장으로 버무리면 끝!

 

마지막으로 국수 위에 호박씨등의 씨앗을 끼얹어 먹는다.

 

 

 

 

 

 

 

 

 

 

 

 

 

가득한 저 한 접시로는 아쉬워서

맥주를 곁들였다.

이 순간만은 코로나 대전 같은 건 까맣게 잊고서.  

 

 

  • 노루2020.05.03 21:28 신고

    밭에서 잡초를 한나절 뽑으셨다고요?
    뒤뜰 잡초들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곡괭이로 찍어내기를 커피도
    마셔가면서 한 시간 남짓이나 했나, 그러고
    들어와서 빵과 치즈, 커피로 점심을 먹으면서
    이 포스트를 보니, 무엇보다 저 그라스의
    맥주가 눈에 들어오네요.

    맨 위 두 장 사진 보고 또 여기 창밖 밝은 빛
    가득한 뒤뜰을 보니 거기도 화창한 날씨일
    거란 느낌이 들어요. ㅎ

    답글
    • 숲지기2020.05.04 00:54

      코비19로 인한 규제가 조금 풀려서 밭에 가보니,
      경악을 할 만큼 잡초가 자라 있었습니다.
      일은 좀 늘어났지만,
      적어도 그곳은 여전한 듯 하여 내심 기뻤습니다.

      노루님께서도 정원 잡초일을 하셨군요.
      곡괭이까지 쓰시다니요 ㅎㅎ
      저는 호미, 독일호미만 거의 씁니다요. ㅎㅎ
      저도 빵과 치즈, 커피를 점심 도시락으로 먹었지만,
      몸 쓰는 일을 한 늦은 오후엔 배가 배가 고팠습니다.
      요즘 같은 때엔 배고픈 기분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쵸, 무엇보다 시원한 맥주 한잔이 생명수예요.
      땀 흘린 뒤엔 말입니다.
      여긴 지금 새벽 1시가 되어가는 중입니다.
      미국 시간은 아무리 학습을 하여도 모르겠습니다.

  • 파란편지2020.05.04 01:27 신고

    "이것저것"이라 해놓으셨는데
    다 읽고나서 '이건 고급이잖아!' 싶었습니다.
    이것저것 '눈에 띄는대로', '손에 잡히는대로'
    요즘 텔레비전에서도 자주 보고 있습니다.
    그게 '시작'인가 싶기도 하고요.

    답글
    • 숲지기2020.05.04 16:20

      뭐든 이것저것 손에 잡아보는,
      '시작'이라는 말씀......

      이런 기분을 가진 적이 없어서
      여전히 어수선합니다.

    • 파란편지2020.05.04 16:30 신고

      제가 관찰하기로는, 매우 주관적이지만
      그런 요리가 유행하기 시작하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것저것'이고 보기에는 혹은 그렇게 하는 사람은 "아무거나"라고 하지만
      어느 정도 의도가 있는 것이지 결코 아무거나가 아닌 것 같고요.

      저는 그게 일단 반가웠습니다.
      우리가 그렇게 살아가는 것에 익숙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거든요.

    • 숲지기2020.05.04 16:40

      아, 그 뜻이셨군요.
      제가 사는 곳이 유럽이니 비교를 좀 하자면요,
      우리나라 여인들은 거의 예외없이 깊은 일가견을 가집니다요.

      제가 늘 자랑하는 것입니다만,
      한국에서 여중 여고를 나온 사람은
      그러니까 가정 가사 과목을 배운 사람은
      요리와 그 재료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일엔 특수 관련 교육기관 말곤
      우리나라의 가정 가사에 견줄 것이 없습니다.

      중학교땐 매 학기마다 요리 실습을 했고요,
      한복도 만들어봤고요,
      여고땐 생활관에서 합숙을 하며
      조리법과 부엌살림의 전체와 예의범절 등등을 집중해서 배우기도 했습니다.
      참 대단한 우리나라 여중 여고입니다.

    • 파란편지2020.05.05 01:07 신고

      초등학교에서는 실과라고 하지요.
      그 실과 시간에 책꽂이나 석쇠 같은 것도 만들고
      간단한 수도 놓고, 간단한 요리도 해보고..........
      제가 교육과정 담당관이었을 때 중고등학교 '기술'과 '가정'을 합쳐서
      어떤 학생이든 필수로 배우게 했거든요.
      요즘 세상에 남녀가 왜 구분되어야 하나, 앞으로는 남녀를 불문하고
      못도 칠 줄 알고 요리도 할 줄 알아야 한다, 뭐 그런 생각으로 그랬는데
      반대가 어마어마했습니다.
      결국은 과목은 하나인데 기술은 남 선생이 남학생을 대상으로,
      가정은 여 선생이 여학생을 대상으로 가르치더라고요. ㅎ~
      현장 선생님들이 그렇게 하니까 뭐 어떻게 할 도리가 없더라고요.^^
      지금도 아마 그럴걸요?
      안타까운 건 그런 실습이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줄어들어서
      그 비중도 점점 약화되어가고 있는 경향입니다.
      세상이 변해서 그럴까, 씁쓸할 뿐입니다.

    • 숲지기2020.05.05 13:20

      아, 실과 과목이 있었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어찌 교육하셨을지 상상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너무나 잘 써먹을 과목인데,
      그때 좀 더 잘 배워둘 걸,
      후회가 됩니다.

      학교에서 요리를 배울 기회가 없었을 남학생들에게
      미안할 때가 있습니다.
      의욕만 있다면 어디서든 익히지만 말입니다.
      저흰 시험도 보고 실습도 하고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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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쁜준서2020.05.04 12:28 신고

    밭에서 일 하시고 배가 고픈데 집에 오면
    누가 저렇게 비빕국수 한 접시 주신다면,
    금상첨화의 기분으로 잡수셨을텐데.... 하는 맘이 듭니다.

    저가 목표로 세운 것은 죽을 때까지 내 손으로 밥 해 먹자인데도,
    요즘 일을 과하게 해서 누가 차려 주는 밥 먹고 싶었거든요.
    아이들은 멀리 있고, 또 저가 가면 저가 밥 해먹고,
    누가 차려 주는 밥 친정 엄니 말고는 없었습니다.

    답글
    • 숲지기2020.05.04 16:29

      이쁜준서님 워낙 반듯하시고 현모양처이시니,
      누군가에게 따순 밥 해 먹이시는 모습,
      옥상의 파라다이스 정원을 일구신 모습이
      아름다우세요.

      좀 전에 님의 블로그에 들러서
      이웃과 정 나누시고
      마치 천상 같은 옥상정원의 꽃들을 감상하고 왔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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