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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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과 수직 /사람과 사람사이

특이한 사람, 요하네스

숲 지기 2016. 10. 16. 08:27

 

 

 

 

 

요즘 들어 부쩍 "친구"에 대해 생각합니다.

단 한번을 만났든 또 긴 세월을 통해 알아온 소중한 사람들이든

누구 한사람 고맙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가깝게는 우연히 이 곳에 들러 글을 읽어주실 분들부터 

인생이라는 긴 여행길에 동행을 해주는 이웃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랍니다.

 

농장에 오래된 사과나무 두 그루가 있습니다.

그 곳에 달리는 사과는 아주 잘잘하고 매우 셔서, 뾰족한 용도를 찾아내지 못한 그런 나무들입니다. 

언제 한번은 따서 주스를 내어 본 적도 있고, 또 한번은 증류하는 방법으로 아주 독한 술을 만든 적도 있고요.

사과가 아까워서 이것저것 해보아도 지금까지는 크게 성과가 없었답니다.

오래 전에 만들어 둔 술이나 주스병들도 여전히 창고만 채우고 있으니까요.

유난히 많이 달린 올해의 많은 사과들은 어찌할까.

고민입니다. 

 

 

 

 

 

이 사진은 아델하이데 할머니네 사과군요. 

 

 

 

 

나무 아래로 떨어져서 붉게 깔리는 사과들을 모아 친구 B의 친구 요하네스를 생각했습니다. 

사과얘길 한 김에 이 친구 얘기를 한번 적어 볼께요.

이 친구를 저는 단 한번 보았습니다. 그것도 십년도 훨씬 전에. 

그럼에도 제 친구 B의 절친이기에

자주 만나온 사람처럼 가까운 안부를 전해 듣습니다.

 

이 친구는 흔히 말하는 채식주의자 입니다.

세상의 채식주의자들 가운데 가장 고약한(?) 채식을 합니다.

곡식도 시들어서 더 이상의 생명의 기척이 없는 것들을 먹고

사과도 나무에서 떨어진 것만 취합니다.

(제가 사는 도시 어딘가에 그런 가게가 있답니다.  

나무가 자의적으로 내려 놓아서 이미 생명이 다 한 수확물들만 파는 그런 곳 말입니다.

고객층은 주로 요하네스 같은 사람들이겠지요)

 

손가락이 길고 깡마른 체질의 그는 마치 로마 영화의 주인공처럼 생김새가 고전적인 분위기가 나지요.

독일인 엄마보다는 이탈리안 아버지를 닮아서이지 싶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그의 이런 취향을 "사치  luxuriose"라고 말 했다가 

몇시간 꼼짝 않고 그의 "썰"을 들어야 했습니다.

 

 

 

 

 

 

 

 

아델하이데할머닌 저 사과들로 뭘 하실까? 다음에 꼭 여쭤봐야겠습니다.

 

 

 

그 외에도 요하네스는, 안톤 부루크너의 잔문가예요.

그의 작품에 관해서는 작곡배경과 조성은 물론이고,누가 지휘/연주했고 음반은 어떤 게 있으며 등등, 

사는 데는 아무짝에도 도움이 안되는 지식들을  마치 가구장식처럼 거느리고 사는 사람(어디까지나 제 의견)입니다. 좋아하는 분야를 이야기할 땐 수다장이도 그런 수다장이가 없습니다. 

참 이상한 것은 부르크너 외엔 알려고 하지도 않고 알지도 못한다는 요하네스 젠틸레(Johanes Gentile)는 

물리학자입니다. 

 

 

 

  • 푸른하늘2016.10.16 16:30 신고

    정말 고약한 채식주의자들은 왜 생기는지 모르겠네요.
    세상에 얼마나 맛잇는 재료가 동식물간에 많은데,
    자기들의 고집으로 음식을 차별하는 것이라니요.
    그런 사람도 있으니 그런 부류의 비지니스도 생기는 것이고
    세계경제가 돌아가는데 일획을 긋는 일이 되고 있나 봅니다;
    그저 그런가보다 하고 살아야지요.
    하도 이상한 사람들도 많고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라서 그러려니 해야지요.
    사과로는 보통 애플사이다를 만들어 마시는것 같아요.
    애플쥬스도 많이들 마시지요.

    답글
    • 숲지기2016.10.16 21:54

      ㄱㅔ을러진 탓인 것 같습니다. 쥬스로 짜서 식초로 발효까지 해보곤 했는데 맛이 기대만큼 썩 좋지 않으니,여전히 창고 귀퉁이만 차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디 외식을 하기보다는 초대하여 대접하기를 좋아하는데,
      요 몇년 못했더니 술고에 술들이 줄지를 않습니다. 매년 습관처럼 와인을 사두기만 한 것 같아요. 아참 와인얘기가 아니고 사과증류주 얘기를 해드린다는게 ㅎㅎㅎ
      증류주는 독하니 더 줄지 않습니다.

      그리고 채식주의자들을 존경합니다 저는.
      그들의 영롱한 채식이론을 들으면 그 속에 생명 특히 동물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지 감동하게 됩니다. 어떤 친구는 영양결핍까지 감수하면서 자신의 철학을 지켜내기도 합니다.
      푸른하늘님 막내따님께도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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