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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독일 흑림에서 띄우는 <11월 초하루 시편지 > 본문
10월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올해도 2달이 남았군요. 하고싶은 말들이 은행잎만큼 많아서 샛노란 생각들 뿐이었었지만, 그냥 짧게 인사만 하기로 합니다. 11월, 너무 많이 쓸쓸해 마시고, 계획했던 한해의 숙제들 잘 마무리하십시오. 건강하십시오. Seebach 11월 /장 석 남 이제 모든 청춘은 지나갔습니다 덥고 비린 사랑놀이도 풀숲처럼 말라 주저앉았습니다 세상을 굽어보고자 한 꿈이 잘못이었다는 것을 안 것도 겨우 엊그제 저물녘, 엄지만한 새가 담장에 앉았다 몸을 피해 가시나무 가지 사이로 총총 히 숨어들어가는 것을 보고 난 뒤였습니다 세상을 저승처럼 둘러보던 새 이마와 가슴을 꽃같이 환 히 밝히고서 몇줄의 시를 적고 외워보다가 부끄러워 다시 어둠속으로 숨는 어느 저녁이 올 것입니다 숲이 비었으니 이제 머지않아 빈 자리로 첫눈이 내릴 것 입니다 눈이 대지를 다 덮은, 코끝이 시린 아침 나는 세상 에 다시 나듯 문을 열고 나서고 싶습니다 가시넝쿨 위로 햇 빛은 무덤처럼 내려쌓일 것입니다 신(神)은 그 맨몸을 흐르 던 냇가의 살얼음으로도 보이시고 바위틈의 침침한 어둠으 로도 보이시며 첫눈의 해석을 독려할 것입니다 살던 집의 그림자도 점점점 길어집니다 첫딸을 낳은 아 침처럼 잃었던 경탄을 되찾고 숲으로 이어진 길을 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아득한 숲길이 되려 합니다 햇빛 아래의 가 여운 첫눈이 되려고 합니다 누군가의 휘파람이 되려고 합 니다 밥과 국을 뜨던 소리들도 식어서 함께 바람소리를 낼 것입니다 Ortenau 비밀정원 /정용주 다래 덩굴처럼 산속으로 이어진 오솔길 죽어 쓰러진 나무들 스스로 껍질을 벗겨내고 있다 엉킨 덩굴에 매달려 쪼그라든 몇 개 산열매처럼 지워져가는 길의 가지 끝에서 돌무더기 쌓아놓은 흔적만 남아 있는 화전민들의 옛 집터 증거해야 할 아무 자랑도 없이 부서져 내리지 못하는 이끼 덮인 돌 위의 돌 언제부터 자란 오미자 덩굴이 쓸쓸한 흔적의 정원에 공중 그물을 엮었다 스웨터를 장식하는 구슬 같은 오미자 송이가 주렁주렁 열렸다 햇살의 정적을 빨아먹으며 몸을 붉혀가는 오미자 열매 스스로 제 고독을 완성시켜가고 있다 Ortenau 더 늙어서 만나자는 말 /이화은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네 더 늙어서 만나자는 말 한 번도 사랑한다 말 한 적 없는데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네 시작도 끝도 없어야 정말 사랑이라고 그래서 우리는 힘껏 늙어가는 중이네 시간의 흰 이마에 날마다 첫눈이 내리고 스무 살의 노인이 마침내 내게로 걸어오는데 이제 그만 늙어도 된다는 말 아무도 하지 않네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네 |
A5 Autobahn
짝
/황학주
어둑해져 도착한 마음은 붓끝을 꿈결에 두었다
감은사지는 뼈를 묻었는지
낮의 문장과 밤의 문장 사이 오래된 초승달이 떴다
가끔은 서로의 문장들 팍삭 깨지기도 하는
동탑과 서탑
심장을 싸맨 채 우는 날도 흔하겠으나
견딜 의사가 있는 자세로
돌 안에 악기를 둔 마음으로
낮의 문장과 밤의 문장 어느 쪽이든
저마다 감은사를 가졌답니다
세상에 나간 적 없는 바깥을 아득히 펼친
동탑과 서탑을 실로 묶듯
나는 눈에 안 띄는 문장으로 두 탑을 돌았다
차가운 11월 초승이라고는 하나
짝을 가진 그 밤
감은사라 부르기 전부터 지새우던
하룻밤이 타올랐다
탑 사이 행간엔 낮밤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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