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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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새해 초하루, 흑림에서 띄우는 시편지

숲 지기 2017. 1. 2. 02:51

 

 

 

 

 

 

2017년이 열립니다. 

 

해가 바뀌자 낭만시인 바이런*은 

"다시 새해가 왔구나, 우편마차의 말을 바꿀 운명의 때가 되었다."라고 했습니다. *

마차도 마부도 우체국도 아닌, 마차를 이끌어 갈 말()만 바꾼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과연 무엇이 마차이고 무엇이 말이었을까요?  

 

희망의 새해, 복 많이 받으시오. 

 

 

 

 

 

 

 

 

                                                                                                 

새해 첫 기적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 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여행에의 초대

/김승희

 

 


모르는 곳으로 가서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것이 좋다,

모르는 도시에 가서

모르는 강 앞에서

모르는 언어를 말하는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모르는 오리와 더불어 일광욕을 하는 것이 좋다

모르는 새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여기가 허드슨 강이지요

아는 언어를 잊어버리고

언어도 생각도 단순해지는 것이 좋다

모르는 광장 옆의 모르는 작은 가게들이 좋고

모르는 거리 모퉁이에서 모르는 파란 음료를 마시고

모르는 책방에 들어가 모르는 책 구경을 하고

모르는 버스 정류장에서 모르는 주소를 향하는

각기 피부색이 다른 모르는 사람들과 서서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며

너는 그들을 모르고 그들도 너를 모르는

자유가 좋고

그 자유가 너무 좋고 좋은 것은

네가 허드슨 강을 흐르는

한포기 모르는 구름 이상의 것이 아니라는

그것이 좋기 때문이다

그것이 좋고

모르는 햇빛 아래 치솟는 모르는 분수의 노래가 좋고

모르는 아이들의 모르는 웃음소리가 좋고

모르는 세상의 모르는 구름이 많이 들어올수록

모르는 나의 미지가 넓어지는 것도 좋아

나는 나도 모르게 비를 맞고 좀 나은 사람이 될 수도 있겠지

모르는 새야 모르는 노래를 많이 불러다오

모르는 내일을 모르는 사랑으로 가벼이 받으련다

 

 

 

 

 

 

 

 

 

 

 

 

* "Auf! Abermals ein neues Jahr… Wieder eine Poststation, wo das Schicksal die Pferde wechselt."

-Lord George Gordon Noel Byron(1788 - 1824), englischer Dichter der Romantik

 
  • 푸른하늘2017.01.01 23:37 신고

    저 위에 김승희 제 여고 친구입니다.
    저도 모르는 시였네요.독일어를 전공했지요.

    맨처음 겨울 눈속에 나무 숲은 시같은 그림입니다.
    너무 좋아서 저 숲을 계속 바라보고 싶습니다.

    숲지기님 카메라는 꼭 제가 좋아하는 사진만 찍습니다.
    새해에도 변함없이 이곳에 놀러 오겠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답글
    • 숲지기2017.01.02 00:34

      김승희시인께서 참 멋진 친구님을 두셨습니다.
      두번 우정이 아름다우세요.
      그분의 어두운 정서가 낯설어서 한 때는 쓰고 외우고 했었던 것 같습니다.
      맞아요,"왼손을 위한 협주곡"이라는 시집이었어요.

      저는 헤세고향마을에 사는 채식주의 친구 부부와 어제 망년회를 하고 길이 얼어서 초하룻날부터 외박을 했습니다. 친구남편이 시쓰고 철학하고 해서 죽이 맞아서 몇년째 섣달그믐날을 함께 보냅니다.
      그래도 잠은 처음 잤고요 그댁에서. 워낙 제가 까다롭다보니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바깥잠을 못자고요. 어제도 뜬눈으로 보내고 아까 낮에는 걔네 동네 산에 올랐습니다.
      녹초가 되어 잠을 보충하려고 초저녁부터 누웠지만 , 뜻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푸른하늘님께도 빛나는 한해를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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