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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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림에서 띄우는 3월 초하루 시편지

숲 지기 2017. 3. 1. 00:16






3월의 인사를 드리게 되었네요.여기는 요즈음 폭풍이 자주 이는데봄을 먼저 데려가려는 바람들끼리 세력을 다투는 것이라고 미루어 생각합니다. 

시 몇 편 골라보면서 3월을 앞당겨 느껴 보는데 나쁘지 않군요.

늘 건강하시고 행운의 3월을 맞으십시오.

 

 

 

 

 

 

 

 

 

 

 

봄의 직공들

/이재무

 

 파업 끝낸 나무와 풀들

녹색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줄기와 가지 속 발동기 돌려 수액 퍼 올리랴

잎 틔우랴 초록 지피랴 꽃불 피우랴

여념이 없는 그들의 노동으로 푸르게 살찌는 산야

이상하게도 그들은 일할수록

얼굴빛 환해진다고 한다 

 

시집슬픔에게 무릎을 꿇다(실천문학사, 2014)

 

 

 

 

 

 

 

 

 

 

 

봄꽃의 주소

/반칠환

 

숨어 핀 외진 산골 얼레지 꽃대궁 하나

양지꽃 하나

냉이꽃 하나에도

나비가 찾아드는 건

봄꽃 앉은 바로 그 자리에도

번지수가 있기 때문

 

때로

현호색이 보낸 꽃가루를

제비꽃이 받는 배달사고도 있지만

금년 온 천지 붉고

내년은 또 노오랄 것은

봄꽃 앉은 바로 그 자리에도

번지수가 있기 때문 
 
가방도 아니 멘 나비 때가 너울너울

모자도 아니 쓴 꿀벌 떼가 닝닝닝

자전거도 아니 탄 봄바람이 돌돌돌

금년 온 천지 붉고

내년 또 노오랄 것은

바로 저 우체부들 때문

 

 

 

 

 

 

 

 

 
어쩌자고
/최영미
 
날씨 한번 더럽게 좋구나
속 뒤집어놓는, 저기 저 감칠 햇빛
어쩌자고 봄이 오는가 
사시사철 봄처럼 뜬 속인데
시궁창이라도 개울물 더 또렷이 졸졸
겨우내 비껴가던 바람도 
품속으로 꼬옥 파고드는데
어느 환장할 꽃이 피고 또 지려 하는가
 
죽 쒀서 개 줬다고
갈아엎자 들어서고
겹겹이 배반당한 이 땅
줄줄이 피멍든 가슴들에
무어 더러운 봄이 오려 하느냐
어쩌자고 봄이 또 온단 말이냐 
- 시집『서른, 잔치는 끝났다』(창작과 비평사, 1996)
 
 
 
 

 

 

 

 

바람들다
김연성



기흉이라는 병을 아는가?
다시 말하면
허파에 바람이 들었다는 말인데
그 지독한 통증을 아는가?
 
지하철을 타고 갈 때나
만원버스 속에서나 갑자기
재채기가 나오면 억지로 참아야한다
생리현상을 억누르면
몸 한구석이 탈이 나기 마련이다
 
그날, 내가 그랬다
수많은 낯선 얼굴 속에서 침 튀기며
검은 내부까지
설명할 수 없어 애써 참았던 것인데
그때 온몸에 바람이 든 것이다
 
처음엔 사소하였으나
그 자그마한 기포가 생긴 후부터
흉곽이 따끔거리고
나중에는 호흡조차 힘든 것이다
 
최초의 연애도 그랬다 서툰
사랑도 몹쓸 이별까지도 그랬다
삶이란 갈수록 기가 막힌 것이다
어느 날, 내 영혼엔 애증의 바람 숭숭 들었다
긴 통증이 몰려올 것이다
오래 그치지 않을 것이다
 


- 시집『발령 났다』(천년의 시작, 2011)





 

 

푸른하늘2017.02.28 16:45 신고

이제 또다시 봄이 오고 있는데 그냥 지나칠수는 없지요.
사진마다 예쁜 꽃들이 눈을 황홀하게 하네요.
그래야지요.봄이면 봄꽃은 봄꽃을 화려하게 보여 줘야지요.
그래야 저같은 게으름쟁이도 꽃때문에 눈비비고 일어나서
봄맞을 차비를 하게 될테니까요.참 제가 쓰면서도 "너 웃긴다."
제가 제게 하는 소리입니다.계절감각이 둔한 것이 어디 한두해 뿐인가요?
그래도 올봄은 좀 봄을 느끼고 싶어요.
항상 그런 소리를 했던것 같아요.
올봄엔 숲지기님 정원이랑 밭에는
더 멋진 화초들과 나물들과 약초들이 잘자라겠지요.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답글
  • 숲지기2017.02.28 21:12

    어느 것이나 마찬가지이지만, 봄은 쟁취하는 사람의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 말이 없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여튼 봄은 먼저 가져가는 사람의 몫입니다.
    푸른하늘님께 봄을 맞으시면 가족분들께 꽃을 피우시는 것이니까요.

    2월이 워낙 짧게 지나버려서 3월은 좀 느긋하게 보내고 싶습니다.
    주변에 분주한 봄싹들도 좀 보고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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