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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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림살이 /수처작주隨處..

망년회/새해맞이(Silvesternacht)

숲 지기 2017. 2. 1. 00:27

 

 

 

지난 망년회와 신년맞이가 벌써 한달 전의 일이 되었습니다. 

마음만 있었을 뿐, 

그간 엄청나게 바빠서 블록 글쓰기를 뒷전으로 두어야 했네요.

하는 수없이 이제라도 지난 망년의 추억사진 몇장 올립니다.

 

작년 12월 31일,

해가 뉘엇뉘엇 지는 풍경을 뒤고하고 망년회초대에 임하기 위해 

헤르만 헤세가 태어난 고향의 바로 옆마을로 향해 갑니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에 아니나 다를까, 길은 꽁꽁 얼고 

신경을 곤두세워서 흑림 산을 몇 개 넘어서 운전을 했습니다.

그날따라 편두통까지 심해졌지 뭡니까.

 

어지간 하면 약속취소를 하지만,

1년간이나 그날의 만남을 위해 기다려준 친구부부를 실망시킬 수가 없었고,

만약 제가 빠지면 그날 행사가 무의미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강했지요.

 

친구네는, 오래 사귀기도 했지만

흑림 사람들 성격 그대로 순수하고 사람 좋고... 그를 뿐이거던요.

이날도 저는 채식주의자들인 이들의 기분을 맞추느라 

식물소재 옷만 입고 

모자 장갑 등등에 이르기까지 가죽 아닌 것으로만 두르고 갔습니다.

 

 

 

 

 

12월 말, 짧은 햇살에 벌써 저녁무렵이 되었네요. 나무 위엔 붉은 석양의 기운이 스렸지요.

 

 

 

 

 

 

산인 듯 언덕인듯 오르다 보면 나타나는 평원, 흑림의 마을이지요.

 

 

 

 

 

 

 

 

친구가 맞아 줍니다.

이 탁자에서 우리는 차려서 먹고 마시고 웃고 담소르ㅡㄹ 했지요.

어쩌다가 지난 번 망년회때 같은 곳에서 보고 꼭 1년만에 다들 다시 만나게 되었다는 거 아닙니까. 

올핸 더 자주 보자 했습니다. 

 

 

 

 

 

먹을 거 다 먹고, 자정 날짜가 바뀔 때까지 우리는 이것 저것 피아노로 뭐든 연주하다가 결국엔 이렇게 카드놀이도 합니다. 저는 처음 하는 놀이였는데, 엄청 재미있습니다. 방법은 어떤 카드그림을 보고 연상을 하고 이야기를 만들면 저 내려진 4개 카드 중에 어떤 것을 뜻하는 것인지 알아맞추는 것이지요.

작곡하고 저술하는 친구남편의 아이디어였답니다. 

 

 

 

 

 

 

벽난로 앞에서 우두커니 앉아도 있었고요(자정까지 워낙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니까요)

 

 

 

 

 

 

 

드디어 거꾸로 10,9, 8, ......  3,  2,   1,    0~!!!!!

우리는 미리 준비한 샴페인 잔을 마주치며  서로를 위해 축배를 듭니다. 그리고 포옹을 하지요.

"새해 복 많이 받아!!!"

"Alles Gute zum neuen Jahr!"

 

 

 

 

 

 

 

친구 집 마당에서 불꽃놀이를 하는데 옆집 앞집 뒷집 할 것 없이 폭죽을 터뜨립니다.

 

 

 

 

 

 

 

 

 

 

 

 

 

 

 

 

친구네 마당 새둥지 앞이군요.

파티는 이럭저럭 끝나고 귀가를 해야하는데, 얼음길이 걱정입니다.

제아무리 철저하다는 명성을 가진 흑림의 제설팀도, 

망년회날, 새해 새벽까지 비상근무를 할까 싶었지요.

넘어야 할 산봉우리가 한 두 개도 아니었고요.

 

친구는 초저녁부터 '자고 가라'고 하고 지네 손님방을 저에게 미리 보여주었던 터였고요.

고민이네......

 

 

 

 

 

 

 

하는 수없이, 그리고 계획에도 없이 하룻밤을 친구네서 보냅니다.

새해 첫날부터 외박을 하게 되었지요. 

 

 

 

 

 

빙판길은 전혀 예상을 하지 않았고 그래서 외박 준비도 없이 갔던 터였습니다.

이날 저는 친구의 잠옷에 친구의 새치솔에 친구의 비누에 샴푸 크림까지....... 완전 빌려서 밤을 보냅니다.

 

 

 

 

 

 

 

제 소지품입니다. 편두통때문에 준비했던 진통제와 간만에 둘렀던 장신구들(저는 평소에 반지도 안 낍니다), 안경, 그 외에도 이재연선생님의 <칸토르>가 있었습니다.이날 낯선 잠자리에서 참 잘 읽었어요 선생님.

독일의 유학생싸이트에서 제가 유일하게 주소를 트고 지내는, 존경하는 재독음악인이시지요. 그런데 소설을 쓰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거 아닙니까 하하 . 지난 크리스마스때 보내주셨지요.

 

 

 

 

 

 

 

해가 중천에 떴습니다.

새해 첫날부터 외박에 늦잠까지 자게 되었지요.

자고 난 뒤, 친구의 일손을 돕기 위해 이렇게 이불보를 세탁이 용이하도록 따로 빼서 개켜둡니다.

친구는 저의 하루 외박을 위해 이불보에 다림질까지 말끔히 해두었었지요.

 

 

 

 

친구네 마당엔 여전히 붉은 빛을 잃지 않은 겨울장미가 피었더군요.

 

 

 

 

 

늦잠을 자고 맞은 새해아침 식탁

 

 

 

 

 

어제 망년회를 하던 그 식탁 맞아요.채식주의자들은 아침에 뭘 먹나???

여기 올려진 것들은 동물성이 없습니다.

 

 

 

 

 

 

 

지대가 높아서 날씨가 맑습니다. 아래 계곡엔 얼고 안개껴서 낮에도 침침하기만 한 때였는데요

 

 

 

 

 

 

여기가 밧빌트밧(Bad Wildbad), 헤세 고향인 칼브(Calw)와는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졌지요.

그간 햇볕 허기가 졌던 저는, 친구부부를 설득하여 새해 산책을 갑니다. 

 

 

 

 

 

 

흑림 골짜기엔 그 어디나 이런 도랑이 흐릅니다.

 

 

 

 

 

골짜기는 얼고 중턱부터는 햇살이......

 

오늘은 여기까지만 올리지요.

 

 

  • 푸른하늘2017.01.31 17:12 신고

    아름다운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지인이 있으셨군요.
    식탁이 4인용 이던데요?또 누군가도 초대를 하셨었나 봅니다.
    사진기의 요술은 아니겠지요? 식탁도 멋지고 식탁위에 붉은 꽃도 아름답습니다.

    집 밖에 피어 있던 겨울장미라니요?
    겨울에 피는 장미는 금시 초문입니다.
    참 칸토르라는 책도 금시 초문입니다.
    하기사 독일과 미국은 동서가 다르니 금시초문인 것들이 더 많이 있겠지요.

    무엇인지 모르지만 익숙해진 숲지기님 마음속에 흐르는
    글을 읽는 이 블로그글은 빼고요.
    금시초문이라는 많은 것들은 너무 아름답습니다.
    실짝 밖에 간밤에 눈이 내렸는데 남편이 운동가자고 하네요.,^^

    참 !!'있는그대로'란분이 제 블친중에 있어요.
    아보커도씨로 티를 끓여 마시면 2주만에 8kg이나 체중이 빠진다고 합니다.
    그것 따라해도 괜찮을까요?

    답글
    • 숲지기2017.01.31 18:27

      푸른하늘님, 예리하십니다. 우린 넷이었습니다.
      엄동설한에 본 장미는 여름의 그것과 느낌이 달랐습니다.
      창문을 열고 보고 싶었지만 너무 추워서 그냥 방 안에서 찍었고요.

      <칸토르>라는 소설 아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음악가 바흐의 직업이 칸토르였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저분은 독일에서 현직 칸토르로서 일을 하시는 것이지요.
      소설은, 제목 칸토르에서 보시듯
      교회음악과 그 음악을 매개로 일어나는 일들을 소재로 한 허구였습니다.
      넌픽션이 아닌 픽션이었지요.
      이 분이 헤르만헤세를 깊이 읽는 분인데, 부분부분 헤세 문장인 듯 저는 착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아보카도씨를.... 잘 모르지만 그 정도면 마약수준이군요 ㅎㅎ
      솔직이 그것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습니다.

      여기에서는 아마씨를 비슷한 용도로 섭취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마씨가 설사를 유도하니까요.
      그런데 자칫 섭취용량을 초과하면 부작용이 생기는데 변비거던요.
      심하면 체질까지 변합니다.
      장이 예민한 사람들은 역효과를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어떻게 한다는 ...ㅎ

      푸른하늘님, 지금 충분히 아름다우시니 체중감량은 안 하셔도 되실 듯 합니다.

  • snooker2019.01.29 13:50 신고

    우와~ 제가 정말 저기 있네요.
    고맙심더~!!!^^

    답글
    • 숲지기2019.01.29 13:59

      아주아주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슈뉴커님과 하시는 일에 응원보내드립니다.

  • snooker2019.01.29 13:54 신고

    머릿말에 픽션이라 적었지만,
    실은 픽션이 아니라 넌픽션입니다... 에휴~~
    홀프 목사 요새 고생하고 있어요.

    후기 :
    카톨릭 학교로 직장을 옮긴 뒤 거기 터줏대감들이랑 쪼매...
    지가 왕초 하고프면서 왜 하필 거기로 옮겼는지...
    [비밀댓글]

    답글
    • 숲지기2019.01.29 13:58

      네, 저도 그 정도는 눈치를 챘습니다요
      실존인물이라는 거 .
      참 콕 막힌 분,
      근데 그걸 어찌 글로 생생히 다 묘사를 하셨는지...ㅎ [비밀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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