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성탄절에 야곱의 길(Jakobsweg 순례자의 길)을 걷다 . 본문

흑림살이 /수처작주隨處..

성탄절에 야곱의 길(Jakobsweg 순례자의 길)을 걷다 .

숲 지기 2016. 12. 27. 10:01

 

 

성탄절이었던 어제 25일, 

언니뻘 되고 천사처럼 착한 안네그레텔씨 부부 초대를 받고

그들의 평화로운 마을 키빙엔을 방문했습니다.

키빙엔(Kiebingen)은 튀빙엔대학교 근처의 네카강의 근원지쯤 되는 마을입니다.  

마을엔 아주 조그만 실개천이 흐르는데, 아 글쎄 이름이 네카입니다.

실개천 옆의 식당이름이 '네카강의 테라스(Terrasse am Neckar)',

마치 하이델베르크 성 앞의 식당이름 쯤 되는 것 같지요.

 

명절마다 거의 초대를 받는 통에 연례 행사처럼 이 곳을 지나다니면서도 

이 식당은 아직 못가봤군요 그러고 보니..... 

 

키빙엔 마을은 멀리 지평선이 보일만큼 평평한 지대에 있는데, 

유독 동쪽으로 언덕이 하나 솟아 있고 그 위에 근사한 카펠레가 보입니다.  

이 곳에 올 때마다 꼭 한번 가보고 싶던 차에 

이날 산책삼아 오르게 되었답니다.

  

제가 손님으로 갔던 안네그레텔씨 댁에서 거나하게 늦은 점심을 먹고 

가볍게 산책이나 하자며 카펠레를 찾아 언덕을 올랐지요.

그런데 그 길이 순례자들에게 익숙한 야곱의 길이었네요.

운이 좋았습니다!

 

서둘러 나왔음에도 겨울해가 짧았던 탓에 

저의 딋모습을 지켜 보던 해는 이미 석양빛이었습니다.

언덕 위에서 마주한 풍경을 보아야 할텐데

마음은 급하지만 가파른 오르막길이라 뛰어 갈 수도 없었었지요.

포근했던 날씨는 해가 지면서 기온도 떨어지고, 위로 올라갈수록 칼바람까지 붑니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일어났답니다.

바람이 차가와질수록 

해가 지평선으로 넘어갈수록 

언덕의 경사가 기울수록

마음은 차분해지고 더 경건해지더라는 것입니다.

 

알고 보니, 

카펠레 앞마당 무덤이 있는 곳까지 가는 이 언덕은 

예수님이 고난의 십자가를 끌고 올랐던 골고다 언덕과 유사하여서 

예수 고난주 즈음에는 십자가를 끌고 카펠레까지 오르는 

예수님의 행렬을 매년 시연해 보인다고 하네요.

 

한번은 꼭 와서 봐야지...

 

 

 

 

 

 

 

 

 

바라다 보이는 카펠레는 부르머링어 카펠레(Wurmerlinger Kapelle)이고, 아래는 포도밭 언덕이 펼쳐져 있습니다. 지금은 황량하지만 여름엔 경치가 꽤나 아름답다고 하네요.

 

 

 

 

 

 

 

 

 

 

사진 오른 쪽에 푸른 바탕의 노란색을 한 야곱조개가 보입니다.

순례자의 길을 나타내는 상징이지요.

 

 

 

 

 

 

 

 

 

 

 

 

 

 

 

 

 

 

카펠레까지 다 올라 왔습니다. 해가 지평선으로 넘어가기 직전인고로 건물 풍경도 어둡습니다.

 

 

 

 

 

 

카펠레의 간략한 역사와 개방일정, 문의처 등등이 나와 있습니다. 이날은 문을 굳게 닫았었답니다. 

 

 

 

 

 

 

 

 

함께 갔던 분께 저 건물 지붕의 기와양식(평평한 기와를 3겹으로 겹쳐 이는)에 대해 들었는데, 이름은 또 까먹었군요. 3겹이어서 바람이나 여타 기후에 맞서 튼튼하지만, 지붕 무게가 상대적으로 무겁다네요. 아주 오래된 지붕양식이라서 요즘은 아무도 저 기와로 집을 짓지 않는다는군요. 

 

 

 

 

 

 

 

해발 478미터, 별로 높지 않지만 워낙 주변이 평지이다 보니, 사방으로 먼 곳까지 다 보입니다. 앞에 보이는 기와는 '수녀와 수사'라는 지붕 건축 양식입니다. 위로 올라온 게 수사 밑에 움푹 파인 게 수녀... 그렇답니다.옛 수도원의 담장은 모두 이 방법으로 지었다네요. 

 

 

 

 

 

 

 

 

카펠레의 뜰은 묘지더군요. 혼자가면 꽤나 무섭겠지요 ㅎㅎ

 

 

 

 

 

 

 

 

 

내려오는 길에 만난 어느 여인과 그녀의 개.

그녀가 바라보는 왼쪽 아랫마을 풍경이 참 예뻤답니다.

 

 

 

 

 

 

 

 

 

마을에 불빛이 들어오고 있군요. 부지런히 하산을 해야겠지요. 

 

 

 

 

 

아래는 독일에 새로 생긴 순례자의 길(야곱의 길)입니다.

길들은 모두 산디아고를 향해 걷도록 되어 있고,

이날 걸었던 길은 14번이며 흑림에 난 야곱의 길도 여기에 속합니다.

사브작사브작 앞으로 자주 걷게 될 것 같아요.

 

아주 늦은 밤 귀가를 했더니 

학교때 친구가 좋아했던 가수 조지 마이클의 비보가 기다리더군요.

그의 명복을 빕니다.

 

 

 

 

 

 

 

  • 김영래2016.12.27 04:03 신고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늘도 마음이넉넉한
    좋은날 되시며
    기쁘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

    답글
    • 숲지기2016.12.28 23:47

      고맙습니다 김영래님.
      행복한 겨울날 보내시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푸른하늘2016.12.27 04:45 신고

    아하~.독일식 걸음 걸이는 사브작 사브작이로군요.
    왠지 '사뿐히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김소월의 시를
    독일말로 한다면 사브작 사브작이 될것 같습니다.
    노란야곱의 조개가 청색 바탕에 있는것도 독일식인가 봅니다.
    독일에도 야곱의 길이 있다는 것을 숲지기님으로부터 알게 되었습니다.
    선이 단조롭고 간결한 독일식 건물들을 보면서 독일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지적이고,실리적인 생각인 사람들의 손으로 지어진 건물들에는
    예술의 기교가 군더더기처럼 보이는 독일식과 일맥상통한다고 볼수도 있을까요?
    사실 전 독일식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있지도 못합니다.
    그냥 그럴 것이다로 이 댓글을 쓰고 있으니
    비록 미흡하더라도 이해해 주셔요,숲지기님.
    전 무조건 숲지기님 사진은 제게는 멋진 잡지책같은 화보입니다.
    와~ 나도 저런 카메라가 있으면 좋겠다 이렇게 맹합니다.
    카메라가 저절로 사진을 멋지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인데 제가 이렇게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저도 잘 찍어 보고싶다~~~~~
    친구가 좋아했던 그분은 크리스마스시즌에 돌아 가셨군요.
    살아있는 사람만이 고인의 명복을 빌어 줄수가 있지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답글
    • 숲지기2016.12.29 00:08

      푸른하늘님께서 정확히 보셨지 싶습니다.
      독일식은 비교적 곡선보다는 직선, 장식보다는 실용에 근접하지 싶습니다.
      꼭 써야할 공간만 사용하고 꼭 필요한 선만 긋다보니
      재미가 없고 건조하며 의무적이지요.

      저는 위에 열거한 특징을 특별히 선호하지도 또한 배척하지도 않습니다.
      "그런가부다"라고 생각할 따름입니다.

      독일의 건축양식은,
      특히 제가 사는 남부독일은 프랑스의 그것과 사조가 흡사합니다.
      수많은 양식이 있지만 특히 좋아하는 것이 아르누보(독일에서는 유겐슈틸Jugendstyl)식 건축입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딱 10년 정도 유행했다는데, 의외로 이 건축양식의 골목들이 많지요. 대부분은 정부나 시의 보호대상으로 묶여 있습니다.

      제 카메라는 평범한 것 보다 좀 못하고요,
      그듭 말씀드리지만 운이 좋았습니다 하하 ...
      잘 봐주신 덕분이고요, 푸른하늘님께 고마울 따름입니다.

      살아있는 사람만이 고인의 명복을 빌 수 있다시는 말씀에 목이 메입니다.
      고국에 노모가 계시고 저는 오늘 또 불효를 짓고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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