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바야흐로 뜨게질의 계절! "뜨게질인지 명상인지Stricken als Meditation)(...". 본문

흑림살이 /수처작주隨處..

바야흐로 뜨게질의 계절! "뜨게질인지 명상인지Stricken als Meditation)(...".

숲 지기 2016. 11. 21. 03:24

 

 

 

 

 

 

 

 

뜨게질이 그리웠었다.

추위가 닥쳐서 손이 시린 게 아니고, 

장식품처럼 목이든 손에 둘둘 감고 싶은 그 어떤 결과물이 필요했던 것은 더욱 아니다.

순전히 뜨게질이 그리웠었다

 

책상 위에 쌓인 책들을 잠시 못 본 척하고,

무상무념의 고요 속에서 손가락 10개만 오롯이 움직이는 그런 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기계처럼 단순하게 손가락을 움직이다 보면 머릿속은 자주 멍~해지곤 한다, 

그러므로 뜨게질은 곧 명상이 아닐까. 

 

 

 

 

 

 

 

 

 

 

언제나처럼 충동적으로(!) 뜨게실을 사러 갔다.

오며 가며 봐둔 가게에서 양털 75퍼센트인 고운 색실 몇 타래를 입맛대로 골랐다.

이 실들 몇 타래면 눈 내리는 장작난롯가에서 한해 겨울쯤 거뜬히 보낼 수 있겠다. 

 

 

 

 

 

 

 

 

 

솜씨가 좋으면 더 근사한 작품(?)에 도전도 하겠지만, 

욕심내지 않고 애초에 목적했던 '딱 즐기는 정도'에서 그칠 줄 안다.

(사실은 단순뜨게질 외엔 아는 것이 없으므로~)

 

 

 

 

 

 

 

 

틈틈이 며칠간 뜨게질을 했던고로 그럭저럭 뭔가가 완성되면 

비록 개미발싸개 정도일망정 고이 포장하여 모임에 가져가기도 하고,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 두기도 한다.

이 작고 형편없는 것에도 감탄해 주는 지인들이 있음에 감사하고.....

 

바야흐로 뜨게질의 계절! 

뜨게질을 명상의 수단으로(Stricken als Meditation)

 

 

  • 푸른하늘2016.11.20 20:36 신고

    아이고~.개미발싸개가 아니고,거지발싸개 말은 제가 들어 보았지요.
    당연히 이렇게 정성들여서 짜주시는것을 감동 안받으면 말이 안되는 거지요.
    저도 뜨개질을 좋아 하는데 이상하게 올해는 발동이 아직 안걸립니다.
    제가 짜야 할것들이 줄섰어요.이제 꼬맹이들이 자꾸 늘어나서요.
    숲쟁이님 저런 정도로 부군되실 분 쉐타나 짜두셔요.
    어디 계실까요?저도 무지 보고 싶네요.
    남편이 잠깐 나가자고 합니다.
    이번주 수요일에는 손주들이 목요일이 땡스기빙데이라 옵니다.
    뭐라도 사서 준비하고 있어야지요.이를티면 스윝포테이토 같은것,,,,

    답글
    • 숲지기2016.11.20 21:07

      푸른하늘님 일상이 참 아름다우세요.
      스윝포테이토가 단감자인데 뭐죠?
      아하,, 고구마군요 ㅎㅎ잠시 왔다갔다 했습니다 ㅎㅎ
      그게 독일말로도 단감자(Süßkartoffel)인데 영어와 독어 표기가 이렇게나 다르군요 .
      제가 고구마를 아주 좋아해서 그 단어를 쓰고 나니 기분이 좋습니다.
      고구마요리 나중에 꼭 보여주십시오 푸른하늘님.

    • 푸른하늘2016.11.20 22:50 신고

      한국 고구마가 아니고 이곳 고구마인데 속이 주항색입니다.
      얌이라고도 부르데요.아이들하는것보니까 삶아서 으깨어서
      브라운슈가 넣고,계피가루와 마쉬멜로우를 녹여서 넣더라고요.

      제가 만들어본적은없고,으례 추수감사절에는
      큰딸과 둘재딸들이 서로 나누어서 상을 차렸는데,올해는 모르겠어요.
      둘째는 크리스마스때나 온다고 합니다.

      어제는 섭씨21도였는데.오늘은 완전 겨울같아요.
      바람이 윙 윙 훼오리바람처럼 소리를 내고 섭씨8도여서
      몇년전 뜨개질한 머플러와 벙어리장갑끼고 나갔다 왔네요.

      프로듀스졍션(뭐든지 한보따리씩담아서 한백에$2.$3씩받고 파는곳이지요.)
      사다보니 큰 바나나박스로 2개 사들고 왔네요.셀러리도 한봉투만 필요한데
      3 봉투 주고 $2 하는데 두봉투가 남는군요.셀러리나물도 맛있어요.

      푹 삶아서 잘게 찢어서 무쳐먹거나 후라이펜에 놓고 볶으면 맛있어요.
      우리동네에 친정과 큰딸이 살고 있으면 하나씩 나누어 줄텐데.
      싼대신에 너무 덩치가 커서 항상 남아요.오늘 남편이 $75썼다고 합니다.

      땡스기빙데이 상을 올해도 차릴지 모르겠어요.
      큰딸이 입덧을 한다고 하네요.
      차리면 스윗포테이토도 사진찍어서 보여 드리지요 숲지기님.
      저녁 4시50분쯤 되었는데 벌써 어둑해지고 있습니다,편히 쉬셔요.

    • 숲지기2016.11.21 15:54

      따님들이 만드신 고구마식탁, 몹시 궁금합니다. 기회되면 꼭 좀 부여 주셔요 푸른하늘님.

      그리고 전에 보지 못하던 특별한 주황색고구마에 대해 생각이 많았는데 어머나, 이제서야 의문이 풀렸습니다. 그게 얌이군요. 삶으니 물고구마처럼, 도무지 맛에 대해 정리가 되지 않았었답니다. 저흰 여기 포르투갈에서 주로 생산된 것이 들어옵니다. 작년에도 올해도 저는 그 얌이라는 것을 흙에 묻고 인터넷으로 공부도 하며 고구마 재배를 하려 했는데, 싹이 나질 않았습니다. 이유를 모르겠고요.
      고구마를 거의 숙명적으로 좋아해서 여러모로 노력을 했음에도 성과가 없습니다 .

      장갑과 목도리는 아무래도 뜨게질로 한 것이 시각적으로 더 포근해 보입니다. 그런 거 아는데도 저는 가죽장갑 뿐인 거 있죠 ㅎㅎ 멋이 없지요, 그럴 재주도 없고요.
      요즘 유럽엔 양털실로 양말을 뜨는 사람들이 많아요.
      언니뻘되는 독일인은 그냥 수시로 1년 내내 양말을 짭니다. 직업이 약사인데, 약국에도 뜨게질바구니를 가지고 출근한다더군요. 저도 한켤레 선물로 받았는데, 제가 만든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아주 전문적입니다.
      아 이분은 뜨게질 외에도 유화그리고, 케잌 잘 굽고요...... 장성한 아이들을 셋이나 뒀지만 마음도 순수하고요. 마치 푸른하늘님을 뵙는 듯하지요.

    • 푸른하늘2016.11.21 16:52 신고

      아침6시넘어서 아래층부엌으로 내려가서 막내학교보내고 ,
      아침챙겨주고,도시락쌓고,남편과 마실 채소쥬스 갈고,
      막내방을 아래층 임시로 다이닝룸에서.다시 원래자리
      (게임룸이거나 도서실용도)로 작은가구들을 옮기고.
      침대 시트씌우고...또 이층에 둘째딸방에 가서 4박스에
      담아두었던 책들을 다시 책꽂이에 꽂고나니 지금은 10시45분입니다.

      남편도 지금껏 쉬지 않고 집 구석구석치우고 베큠하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집수리 한다고 이리 저리 옮겨놓은 가구들과 살림집기들이 제자리를
      아직껏 못찾았네요.손주들이 큰손님이기는 한모양입니다.
      제가 감기기운으로 조금 아직도 어지러워서 쉬어야겠다고
      남편에게 말하고 이층으로 왔네요.

      손재주가 좋으신분을 저랑 비교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 숲지기2016.11.22 01:16

      바지런하시고 식구들에게 헌신하시는 푸른하늘님의 일상이 아늑하게 읽힙니다.
      좀 전에 집 바닥 공사하시는 사진을 보고 온 터라, 비디오처럼 상상도 가고요.
      저는 그런데 많이 부럽습니다.
      장작패는 기계와 장작을 만들 통나무들, 그리고 여러 건축 자재들 다 있어도
      외부 사람들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단 한곳도 진행이 안되는 저도 있답니다.
      장작은 그냥 속편하게 사서 쓰지만, 건축자재들은 그냥 쌓여만 있습니다.

      암튼 푸른하늘님네 천생연분이신 두분, 뵙기 참 좋으셔요.

  • Helen of Troy2016.11.21 23:51 신고

    저도 요즘 음악들으면서 짬이 나는대로 뜨게질 한답니다.
    개인적으로도 반복적인 동작이어서
    마치 묵주알을 굴리는 것 같아서 기도처럼 맘도 편해지고
    맑아진답니다.

    답글
    • 숲지기2016.11.22 01:18

      헬렌님 연주하시는 손으로 뜨게질도 하시는군요.
      맞아요, 묵주알을 돌리는 듯도 하군요.
      저는 이런 단순 육체노동이 참 좋습니다.체질인가 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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