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독일에는 뱀이 없다? 본문

흑림살이 /수처작주隨處..

독일에는 뱀이 없다?

숲 지기 2020. 6. 18. 19:20

없는 게 많다 독일에.

몇 십년 전 처음 정착했을 땐 도무지가 없는 것 투성이였다.

배추도 고춧가루도 마늘도 귀했다.

길고 긴 겨울에 알 수 없는 우울함에 싸여있을 땐 그러니까,

한국인 정서의 양식인 김치재료를 구할 수 없을 때였지 싶다.

시절이 좋아진 요즘은 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배추를, 그것도 1년 내내 어디서나 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귀하디 귀한 된장마저도 엇비슷하게 담아 먹는 경지에 이르고 보니

외딴 숲마을에서도 전천후 한국인이 되어 있는 셈이다.

사실은 이런 얘길 하려던게 아닌데, 독일에 없는,

없어서 참 좋은 얘길 하려던 참인데

서두가 좀 길었다.

 

독일엔 뱀이 없다.

물컹번들한 나체달팽이만 스쳐도 기겁을 하는 편이라

뱀이 없는 게 여간 다행이 아니다.

 

 

뱀이 없는 대신 아래 사진처럼 지렁이보단 조금 큰 블린드슐라이헤(Blindschleiche)가 있다.

 

 

2017년 '이 해의 파충류'(Leptil des Jahres 2017)로 선정되었던 블린드슐라이헤. 인터넷에서 제일 안 징그러운 것으로 골라서 가져왔다.

 

오래 전 옆집에 살던 꼬마는 저 징그러운 것을 무슨 보물처럼 두손으로 감싸고

"나 귀한 뱀을 가지고 있어, 우리 마당에 서식 중이야."라며

오가는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던 게 생각난다.

동물원이 아니면 뱀을 볼 수 없는 나라의 사람들 사정이다.

그에 비해 나는 말이야,

월동시기만 되면 한길에서도 버젓이 또아리를 튼 뱀을 볼 수 있는

그야말로 '뱀의 나라'에서 온 사람이라구.

평생 안 봐도 그립지 않은 그 뱀 말이야.

 

 

  • 노루2020.06.18 21:53 신고

    한국에서 등산할 때, 초입의 냇가 길을 오르면서 잠깐 걸음을 멈추고
    동행들과 몇 마디 주고 받다가 발을 내려다보는데 뱀이 등산화의 발등
    위 부분을 스르륵 넘어가고 있었던 게, 그래서 순간이긴 했지만 다 지나간
    후에 발을 뗐던 게 생각나네요.

    여기는 산에 가면 뱀이 있는 곳이라는 경고판을 가끔 만나지만, 도시의
    주택가에서는 뱀을 본 적이 없어서 아마 다 없어졌나 보다 했는데 꼭 그렇지는
    않은 걸 지인의 이야기 듣고 알았지요. 호수에서 멀지 않은 벌판에 비교적 새로
    개발된 동네의 새 집에 이사간 지 얼마 안 되어서 안방에서 차고로 나가 차를
    타려다가 하마트면 뱀을 밟을 뻔해서 놀랐다고요. 원래 뱀이 많던 지역이었다는데
    어디로 이동하거나 사라지는 데에 몇 년은 걸리겠지요.

    답글
    • 숲지기2020.06.18 23:22

      헉!
      뱀이 신고 계셨던 등산화를 기어갔다시니, 상상만 하여도 간담이 싸아합니다.
      뱀이 지나가도록 꼼짝 앉고 지내셨다니요,
      저 같으면 어찌하였을까,
      상상을 해봅니다.
      아마 뱀을 확인한 즉시 '엄마야~~' 소리부터 질렀을 겁니다. 그 다음은 그냥 영혼이 반쯤 나가버릴 것같아요 ㅠㅠ

      미국은 큰 뱀이 많다고 어딘가에서 읽었던 것 같습니다.
      차고에도 뱀이 막 나타나면, 아 끔찍합니다.
      노루님댁 정원엔 없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뱀 지렁이 달팽이 등등과는 먼 곳에 살고 싶을 뿐입니다.

  • 이쁜준서2020.06.18 23:37 신고

    사진의 뱀은 아닌 것이라도 눈 앞에 나타난다면 몸이 움츠려 들 것 같습니다.
    독일에 뱀이 없다니 텃밭에서도 뱀으로 놀랄 일은 없으시겠습니다.
    옥상까지 1층에서 우수관을 타고 지렁이가 올라 오기도 합니다.
    지렁이를 보면 장갑을 끼고 있어도 손으로는 못 잡고, 다른 것으로 스레바퀴에 올리고 집 앞 도로에
    던집니다.

    저도 민달팽이(산에서 간혹 보이지만), 지렁이, 애벌레들은 보기가 고역입니다.

    답글
    • 숲지기2020.06.19 12:39

      어머나,지렁이가 그렇게 높은 곳으로 기어 오르는군요. 대단합니다.
      그래도옥상정원은 문명화 된 미래의 정원입니다.
      달팽이도 뱀도 없을 것이고요,
      개미도 드물 것 같아요.
      파충류는 드물다 하더라도,숲에는 무는 날벌레가 꽤 있습니다.
      일전에 저도 쏘여서,
      지금도 왼쪽 발 종아리 아랫부위가 퉁퉁 부었습니다.
      쓰리고 가려운게 며칠은 더 갈 것 같아요.

  • 파란편지2020.06.19 01:20 신고

    대여섯 살 때 소를 몰러 갔다가 소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떼뱀을 보고 기겁을 한 적이 있습니다.
    소는 몰고 왔지만 그 길로 누워서 한 달을 앓았습니다.
    시골마을에서는 오래된 초가지붕 속에 구렁이들이 살았는데 마을 어른들은 그걸 지킴이라고 했습니다.
    구렁이를 잡아서 껍질을 벗기는 청년들을 어른들은 두려워했는데 그런 날은 꼭 비가 내렸습니다.
    1990년경 세계 여러 나라 어린이들의 글을 번역해서 출판한 적이 있는데
    그 글 중에 뱀을 기르는 아이가 있어서 의아해하던 일도 떠오릅니다.
    서정주 시인이 "배암" 어쩌고 하며 지은 시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뱀은 언제나 무섭습니다.

    답글
    • 숲지기2020.06.19 12:52

      뱀들을 보고 놀라서 한 달을 누워계셨다는 안타까운 말씀,공감합니다.
      제 고향 집 뒤란에도 지킴이가 산다고,
      언니들이 말해 주었어요.
      본 적은 없지만 본 것 보다 더 무섭게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조물주의 창조물 가운데 쓰임새에 의문이 가는게 몇 있는데,
      얼핏 꼽아 보면 그 첫째가 인간일 것 같고요.
      그 다음이 뱀 아닐까 싶어요.

      저는 이태리 해변가 가게에 진열해 놓은 가짜 뱀들에게 놀란 적이 있는데,
      아직도 그 충격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가짜에게 놀랐다는 것으로 자존심도 상하고 어디 가서 말도 못 합니다.

    • 파란편지2020.06.19 14:14 신고

      뱀 오륙십 마리가 축구공처럼 뭉쳐서 굴러가는 걸 상상해보십시오. 저는 그것보다 징그럽고 무서운 걸 본 적이 없거든요.^^

      마크 롤랜즈라는 철학자가 쓴 "철학자와 늑대"라는 책을 읽으며
      사람이 늑대(혹은 개)보다 확실하게 못한 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게 결코 시시한 점이 아니라는 걸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가령 사람이 사람을 속인다는 걸 저는 세상의 그 어떤 점보다 싫어하므로 그런 점에서 순간 인간의 빛이 사그라들어 이후로는 심지어 개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도 역겹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책을 잘못 읽어서 생긴 편견이라고들 할 것이지만 제 생각은 변함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 교수에 의하면 심지어 예술도 사기로부터 출발한다고 했습니다.

      조물주의 창조물 가운데 쓰임새에 의문이 가는 첫째 인간이라는 말씀에 충격을 받으면서, 그 학자가 떠올랐습니다.

      뱀이 두 번째라는 건 글쎄요, 그럼 악어 같은 건 어떻게 합니까, 지네는요? 하고 미소를 지으며 질문할 것 같고요.

      괜히 추가 댓글을 써서 귀찮게 해드리는 것 같네요.^^

    • 숲지기2020.06.20 00:14

      뱀이정말 공처럼 뭉쳐지고 굴러갑니까?
      본적은 물론 없고요,
      상상조차 힘듭니다.
      정말 끔찍한 광경일 것 같아요.

      예술이 '사기'로부터 출발한다 하심에
      괜히 기분이 좋습니다.
      저는 그들의 가격책정에 의구심을 가져왔습니다.
      '객관적인 평가'를 기준으로 했다고 하지만
      그분야는 사람의 주관적인 견해가 중요합니다.



    • 파란편지2020.06.20 01:42 신고

      ㅎㅎㅎ~
      사기에 대한 숲지기님 생각은 참 재미있네요.
      롤랜즈가 들으면 폭소를 터뜨리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것 같고요.

      떼뱀은 그야말로 지옥(이라는 것이 있다면)의 축소판이었습니다.
      음........ '땅꾼'이라고 하지요? 그 땅꾼의 뱀주머니 속에서 우글거리는 뱀 무더기가 굴러가는 모습? 땅꾼의 그 주머니 속에는 여러 가지 뱀이 들어 있지만 떼뱀은 한 가지 뱀이라는 건 다른 점이죠.
      한낮의 햇볕에 번들거리는 뱀 무더기.........

    • 숲지기2020.06.20 14:34

      뱀이 몸을 뭉쳐서 정말 굴 하나 봅니다 마치 공처럼...
      정말 뭐 상상이 안 됩니다.
      친구들 가운데는 예술가들이 있습니다.
      화가이거나 악기연주가이거나 ,
      그들의 공통점은 한가지 외엔
      다른 일에 관심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없습니다.
      그러한 그들의 요즘 관심사는
      개최 되지도 않고 또는,팔리지도 않는 공연료나 그림 값에 많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해가 되지만, 일반 돈벌이인들의 월급 이야기와는 또 다르게 들립니다.
      다를게 하나 없는데 말입니다.
      예술의 값을 매기는 일을,예술가 스스로 하는 것은 참 그렇습니다.

  • shinilc2020.06.23 05:54 신고

    뱀이 없는 곳이 부럽네요..ㅎ
    저는 최근에 낙동강 자전거종주 여행할 때도 3번 정도 보고 옆을 지나치기도 하고
    최근에 죽이기 까지 했는데..
    독이 있어서 무섭기도 하지만 과거 옛날 이야기나 무서운 전설 등이 들려져서 더 그렇죠..
    저는 싫어하지만 파충류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구요..
    흑림에 혹시 야생동물이 내려 오진 않은지 모르겠네요..곰이나 늑대..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시간 보내세요..

    답글
    • 숲지기2020.06.25 10:57

      같은 생명인데 뱀의 입장에서는 좀 억울할 것 같아요.
      그건 생각했을 때고요 직접 보면,
      너무나 끔찍하고 징그럽습니다.
      파충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집에서 돌보고 기르기도 합니다.
      동물 백화점의 파충류 코너를 가보면
      주변에 둘러서 구경하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눈엔 뱀이 그냥 고양이나 개처럼 보이는가 보더라고요.

  • 열무김치2020.06.23 11:31 신고

    보기와 달리 뱀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고 합니다.
    뱀이 사라지면 천적이 사라진 또다른 파충류들이 득세하고 결국 인간에게 큰 해악을 끼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학자도 있습니다.
    뱀은 자신을 공격하지 않으면 절대로 먼저 사람을 물거나 달려들지 않습니다.
    독사 종류는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어서 듣기만 해도 소름끼치는 독종들이 많지만 한국엔 독사나 살모사 말고는 독성이 강한 뱀은 그리 많지 않아요.

    독일에 왜 뱀이 없을까요?
    뱀이 없어도 자연에 큰 영향이 없나봅니다.
    한국도 하도 잡아서 시골에 가도 여간해서 뱀을 볼 수 없어요.
    사실상 뱀이 없는 독일이나 처지가 같게 되었습니다.

    답글
    • 숲지기2020.06.25 11:10

      열무김치님 말씀 읽으니,
      큰 생태계에서 뱀이 담당하는 지대한 역할이 가늠됩니다.
      생명이라 하면 다 쓸모가 있을텐데 말입니다.
      이유도 없이 무조건 뱀을 미워한 것에 대해서
      미안한 마음까지 듭니다.

      좀 유치한 생각이지만 뱀을,
      무섭고 징그러운 그 뱀을 어떻게 잡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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