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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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라거펠트,죽어서까지 재회하고팠던 연인은

숲 지기 2021. 7. 12. 22:16

목동 둘이 외로움을 이기며 서로를 나눴던 이안 감독의 영화를 본 뒤

어느 특정 부류에 대한 시각을 대폭 수정한 적이 있다.

라거펠트의 연애이야기도 그래서, 여느 절절한 연애얘기와 다를 바 없이

가슴을 울린다.

이 이야긴 라거펠트 사망소식을 알리면서 마치 엠바고*에서 해제되기라도 한 것처럼

그의 연애사는 언론사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었다.

익히 뒷얘기를 아는 독자도 있었겠지만, 

우리 시대 패션 거장의 숨기고 싶었던 사생활을 알 턱이 없었던 나에게는 

이 이야기가 꽤나 놀라웠었다.

 

 

 

왼쪽에서 오른 쪽으로, 칼 라거펠트의 변천 사진이다. 흑발에서 백발로, 보통-뚱뚱-날씬, 부채를 들었다가 부채 내려놓았다가....

 

 

칼 라거펠트는 우유제조업을 하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 났다. 

독일의 나치시대때 가업을 키우던 선친(할아버지라고 들었던 것도 같고)은 

히틀러 독재정치 아래 기업을 하는 게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나치들도 사람인데,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할 게 아닌가 라고 되받아 쳤다는 것이다.

라거펠트는 유년에 피아도레슨을 받았던 모양인데 하루는 그의 엄마가,

"얘 시끄럽다, 소질도 없는 건 때려치고 하고싶은 그림이나 그리는 게 낫겠다." 라고 했단다.

그날 이후 그는 지겹던 피아노 연습으로부터 해방되었다나.

이 일은 평생을 통해 존경했던 어머니가 미리미리 길 안내를 해준 결단력있는 선견지명이었다고

카러펠트는 회상하였다.

 

 

 

한때 유명했던 모델들과 칼 라거펠트 

 

 

이제 연애얘기를 시작하자.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났지만 파리로 이주를 하고 

패션업계에 입문을 하고 브랜드 샤넬의 총망 받는 신예가 되었을 때 칼 라거펠트는

파리 사교계에서 1972년 자끄 드 바쉐 Jacques de Bascher를 알게 된다.

이들은 자끄가 1989년 에이즈로 사망할 때까지 공식적인 커플이었는데,

독서광이자 절제된 완벽주의 성격을 가졌던 칼에 비해

자끄는 18세 연하였으며 사생활은 무절제하였고, 술과 쾌락과 마약에 심취해서 살았다.

술이나 마약은 커녕 담배조차 피지 않았던 칼 라거펠트가

어찌하여 자끄 같은 망나니와 짝이 되었을까.

이런 의문점에 대해 "우린 연인관계라기보단 이를테면 부자관계 비슷한 것이다."라고

칼은 자주 얼버무렸었다.

 

 

라거펠트(왼쪽)와 연인 쟈끄(오른쪽)

 

 

 

연인 쟈끄가 문란했던 것은 이미 밝혔고, 여러 차례 상대를 바꾸며 바람을 폈는데

한번은 그 상대가 입생 로랑Yves Saint Laurent이었다.

입생로랑은 당시 칼의 업계 동료이자 절친 즉 흔히 말하는 베스트 프랜드였는데,

연인 자끄와 불륜관계를 맺는 바람에 칼 라거펠트와 입생로랑은 절교를 해버린다.

이런 얘기가 영화얘기도 아니고,

내노라 하는 패션 거장들의 실 사생활이었다니......

 

 

 

 

바람둥이에 약쟁이 쟈끄는 자신의 문란했던 사생활만큼

38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에이즈에 걸려 세상을 뜨게 된다.

절친 입생로랑과 자끄의 불륜을 표면적으로는 극복하였지만

불륜 사건이 있러나 고부터 이들은 성교를 하지 않았다 한다,

사실 이런 것까진 알고싶지 않았지만.....

죽을 병에 걸렸던 자끄의 병상을 연인으로서 돌본 라거펠트는

생의 마지막까지 함께 하였다.

쟈끄 사망한 후, 칼은 하염없이 살이 쪘다.

파트너를 잃은 내면적 슬픔의 외적  발로였다고나 할까,

훗날 라거펠트도 이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땐 심적으로 몹시 힘들었고, 자포자기 한 상태였었다고.

오랜 시간이 지나 그는 다시 홀쪽하게 다이어트를 하였는데 이것은 

쟈끄를 잃은 슬픔을 드디어 극복했다고 알리는 간접 신호였다.

 

라거펠트는 그러나 그의 전 생을 통해 쟈끄와 연결된 끈을 놓지 않았던 듯 하다.

몇년 전 고향인 함부르크에 집을 장만하면서 자끄의 집Villa Jako이라 이름 지었고, 

유언으로는 쟈끄 곁에 묻어 달라 하였다. 

 

 

*Embago

특정 기사의 보도를 일정 시간까지 유보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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