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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10월의 마지막 밤을 친구들과 본문
약 2주 전부터 작정을 하고,
독일 와서 단 한번도 챙긴 기억이 없던 10월의 마지막 밤을 불태워보자 했다.
그랬더니 어떤 친구는 연주 녹음 있다 하고,
어쩐 친구는 주말 여행 예약했다 하고....
나만 한가했다.
아, 그나마 바덴바덴의 레나테가 시간이 널널하다 했다.
모임 장소로는, 마련해두고 단 한번도 제 구실을 하지 않은 자동차집(Wohnmobil).
앉을 자리가 4명이어서 레나테와 의논 끝에,
언젠가 우리의 저녁 산책 중에 만난 적이 있던 네팔출신 젊은 엄마 둘을 초대했다.
캠퍼스 커플로 있다가 덜컥 임신을 했던 모양인데,
육아의 어려움과 학업중단의 억울함을 가지고 사는 서른 초반의 진짜 젊은 여인들이었다.
시내 한복판 주차장의 이런 차에서
이렇게 테이블 세팅을 하는 사진을 보내며 기다리겠노라 했다.
부엌 그릇장 뒤져서 빈 접시며 와인잔 한 바구니,
케잌/쿠키 굽고 와인 몇병 채워 한 바구니,
이렇게 두 바구니를 옮겨와서 상을 차렸었다.
주렁주렁 안고 들고 온 레나테가 방금 내렸다.
주차하기 좋은 주차장파티의 매력에 빠진 듯한 모습이지만
사실은 본모빌을 찾지 못하여 주변을 빙글빙글 돌다가
전화로 좌회전 우회전 뉴턴 등등을 수없이 반복하고서야
이산가족 상봉하듯 만났었다.
차린 건 없어도 잘 놀자 얘들아.
잠깐잠깐씩 젊었던 날의 추억이 떠올랐지만
친구들 얘기의 주제는 '연애경험', '남자들'에서 맴돌았다.
그러던 중 레나테의 새 남친이 스프라이즈로 우릴 데리러 왔다
태국식당에 예약했다면서.
남자는 니더작센 즉 북독일 출신으로 옛날배우 크리스미첨을 살짝 닮았다.
소설을 쓰고 있다 하였다.
4년전 사별한 아내 쪽 가족이 유대인이었나본데
슈톨퍼슈타인* 으로 흔적만 흐릿하게 남은 가족사를 쓰고 있다 하였다.
사별한 아내 이름이 공교롭게도 레나테였단다.
'사랑하는 레나테(Liebe Renate)'로 시작하는 메일연서를 읽을 때마다
내 친구 레나테는 혹시나 그의 사별한 아내에게나 할 법한 표현인 것 같아
가끔은 혼란스러워 하였었다.
네팔에서 온 젊은 두 여인은 화장기 없는 순박한 얼굴에 심성도 깊었는데
그녀들이 가지고 온 네팔 전통차 맛과 닮았었다.
2번째 만난 그녀들과는 대화의 소재 고르기가 쉽지 않았고
건배를 하면서 한잔을 다 마신 와인 탓에 피곤이 몰려왔다.
레나테와 남친이 태국식당으로 떠난 22시 이후엔 그 정도가 심해졌다.
몰래 하품을 하다가 젊은 엄마들에게 몇 번이나 틀켰다 하하
같은 동양인이라 하지만
연령도 관심사도 살아온 배경도 다르다 보니 .....
다만 하나 몇년 전 있었던 지진피해자를 돕는 성탄기획행사에
나도 참여하기로 했다는 것.
그러고 보니 의견 일치를 보고 손뼉을 마주 친 적도 있었다.
네팔 지진이 얼마나 참혹했었는지에 대해,
김치가 얼마나 훌륭한 음식인지에 대해.
그래도 어쨌든 자정 직전에 소나기가 차 천정을 심히 두드릴 때까지
뭔 얘기든 했었다.
숲집에서 숲나무들의 비호 속에 레퀴엠이나 들었으면 더 나았을까.....
멋스럽게 찍혔으면 좋았겠지만,
차 안은 좁고 멋스럽지 않다.
굳이 표현하자면 인스턴트거실?
내집에서 먹고 자기를 선호하는 숲사람 생각이다.
*슈톨퍼슈타인
독일의 골목에서는 누군가의 집앞을 걷다가 문득, 발 아래 깔린 금속돌을 보고 놀랄 때가 있다.
히틀러 독재 시대 학살당한 유태인들을 기록한 침묵의 돌이다.
슈톨퍼슈타인(Stolperstein)이라 불리는 정사각형 금속 표면의 이 돌에는
'아무개가 이곳에서 살았다'라고 맨 위에 쓰고
생년월일,궁극에 끌려간 곳, 사망년도까지
간략하나마 한사람의 일대기가 새겨 있다.
https://blog.daum.net/immersommer/769 당신을 기억하리라, 슈톨퍼슈타인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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