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꽃 시를 쓴 이에 대한 기억 본문

수평과 수직 /사람과 사람사이

꽃 시를 쓴 이에 대한 기억

숲 지기 2022. 9. 15. 19:59

 

 

/기형도

 

 

영혼이 타오르는 날이면

가슴 않는 그대 정원에서

온밤 내 뜨겁게 토해내는 피가 되어

꽃으로 설 것이다

그대라면

내 허리를 잘리어도 좋으리

짙은 입김으로

그대 가슴을 깁고

바람 부는 곳으로 머리를 두면

선 채로 잠이 들어도 좋을 것이다

 

 

 

........................

 

 

 

 

......

 

위의 시를 쓴 기형도를 만난 적이 있다.

비 많이 내린 우중충한 늦가을 저녁 대학로에서...

지금은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연세대 강사 한분의 주선으로 

모르는 여럿이 모였고 

바벨탑 주민(언어가 달라 서로 소통이 불가능한)처럼

젖은 집단인 듯 앉아 있다가

목 뻣뻣하게 귀가했다. 

 

이 음습한 기억의 단편을

살아오면서 수 없이 되뇌이게 된다

여름의 끝에서 문득 긴소매 윗도리가 필요할 때면

비 내리는 어둠을 홀로 떠안을 때면.

 

 

 

 

 

 

이제 돌아가

다시 그의 꽃 시를 읽자.

 

 

 

 

 

 

 

 

 

 

 

 

사진은 발코니의 수국,

연녹색꽃을 샀지만 지금은 뭐라 단정할 수 없는 야릇한 색상이 되어버렸다.  .

다른 사진은 흑림이 비숲이 되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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