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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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과 수직 /사람과 사람사이

시로 토해낸 남자를 소재로 쓴 시

숲 지기 2022. 9. 22. 21:01

 

'시인' 피카소 작(1911) 캔버스유화 131.2×89.5 cm  구겐하임 베네치아 소장

 

 

 

몹쓸 팔자 백석의 팔자

/​최서림

딱 한 번 여자 '란蘭'에 빠져버렸다.

조선식 여자 난의 고향까지 가서 퇴짜 맞았다.

동행한 친구한테 사모하는 여인을 뺏겨버리고

바람이 되어 조선 팔도를 떠돌아다닌 남자,

난을 못 잊어 일본, 만주, 내몽골까지 유랑했다.

난을 잊어보려고 이 여자 저 여자 품어보았다.

심장에서 창자에서 난을 몰아내려고 시로 토해낸 남자,

몰아내려 할수록 온몸 구석구석 뿌리 내린 난의 허상,

이 허상이 키운 시인 백석을 읽는 밤이다.

이 허상을 먹고서 살아 견뎌낸 시인이 사랑한 땅,

나라가 없었던 땅, 조선이란 땅의 팔자를 생각한다.

/계간 시인시대 2022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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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에 얽힌 이야기는

시대 물결에 소모된 전설이며 신화가 되었다.

백석은 소문으로 들었을 때 제일 신비로왔다.

글로 읽고, 목소리로 듣고, 영상으로 일거수일투족을 볼 수 있었다면 

신비로움이나 궁금증은 일시에 해갈이 되었을텐데. 

 

시대든 강물이든

물결의 속성은 일방통행이다. 

라인강 수영 중 철교까지 단숨에 휩쓸려 간 적이 있다.

이러다 내 생도 끝인가 싶은 아찔한 순간이었다.  

어찌어찌 살아남은 나는 그때 이후 

물결에 대해서 만큼은 거스르지 않는 착한 아이가 되어버렸다.

 

백석은 얼마나 자주 오디세이가 되어 환향하고싶어 했을까.  

하늘 끝이나 바라보았을 그의 늙은 눈길을 

나무 빼곡한 숲마을 먼산 구름에 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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