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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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과 수직 /사람과 사람사이

겨울 편지를 쓰는 밤

숲 지기 2023. 1. 14. 09:36

겨울 편지를 쓰는 밤 
/ 박남준

무서리가 눈처럼 하얗게 내리던 날들이 지나갔다
툇마루에 떠다 놓은 물이 꽁꽁 얼음이 되는 날들도 있었다
그 겨울밤 문밖에 나서면
쩡쩡거리는 소리가 들릴 듯한 푸른 별들 부끄러워서
고개를 묻던 날들이 있었다 반문처럼
그 별들에게 보이지 않는 길의 나침반을 묻기도 했었다

불쏘시개로 쓰던 잔 나뭇가지들이며 소나무 잎들 다 떨어진 지도 십여일에 가깝다 나무청의 나무들은 한 사흘은 버틸 수 있을까 새벽부터 구들장이 한기를 느끼게 한다 새우처럼 웅크린 채 미적거린다 새들이 또 흉을 보고 있겠지 갈퀴와 큰 자루를 찾아 들고 앞산에 오른다
노란 소나무잎들 어느새 저렇게 수북하게도 떨어져 내렸구나 나 여기 숲에 살며 그간 나무 한 그루 심지 않은 채 나뭇잎들 긁어가거나 새파랗게 살아 있는 나무들 베어 오지 않았던가 내 한 몸 따뜻한 잠자리를 얻고자 그 나무들 깜깜한 아궁이 속에 들이밀고 불을 때며 살아왔는데
갈퀴를 내려놓고 한동안 우두망찰로 앉아 있었다 해가 뉘엿거린다 너 뭐 하니 저만큼에서 직박구리가 꾸짖음처럼 날카로운 비명을 지른다 그래 나무하러 왔었지 갈퀴나무 한 짐을 지고 서둘러 내려온다

툇마루에 앉아 담배 한 대 불을 댕긴다
뜰 앞에 무성하던 지난여름의 풀들이,
나무들의 낙엽들이 경배를 하듯 낮게 엎드린 채
다시 돌아올 거름으로 돌아가고 있다
언젠가는 나도 그 길을 갈 수 있겠지
무엇에게인가의 거름이 되어 돌아갈 수 있겠지
하루해가 진다
새들이 돌아간 겨울 저녁 숲에 적막처럼 어둠이 깃든다
되뇌어본다
이 겨울 나의 오늘이 참되지 않고 어찌 내일의 참됨을 바라랴

편지를 써야겠다 세상의 모든 그리운 것들을 위하여
올겨울 길고 긴 편지를 써야겠다
내가 나에게 써야겠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고 어찌
세상의 그리운 것들에게 떳떳할 수 있겠는가
뉘우침의 편지를 그리움의 편지를 쓰는 그 겨울밤
밤새 세상을 하얗게 눈은
흰 눈은 내릴 것이다 그 눈길 위에 첫발자국을 새기며 걸어
편지를 전하러 갈 것이다 그 발자국을 따라 그리운 것들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올 것이다

- 박남준, 『적막』(창비, 2005)

 

 

 

 

박남준(朴南濬[1], 1957년 ~ )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은둔의 시인’, ‘자연의 시인’[2], ‘지리산 시인’이라 불린다.[3]

이력[편집]

1957년 전라남도 영광군 법성포에서 태어나 전주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4년 ‘시인’지에 〈할매는 꽃신 신고 사랑노래 부르다가〉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4]

1991년 박남준은 모악산에 전업작가로 살아가겠다고 들어갔다. 경제적으로 궁핍했지만, 텃밭을 일구며 시를 쓰고, 한 달에 단 두 편의 원고를 써서 받는 30만원 정도로 생활했다. 그나마도 생활비 15만원을 빼고 남은 돈은 모두 기부한다. 그의 통장에는 ‘관값’이라고 불리는 200만 원이 들어 있으며, 혹 통장에 200만 원 이상 들어 있으면 나머지 돈은 찾아서 또 기부한다.[2]

2003년 9월, 박남준은 12년 동안 살아온 모악산방을 떠나, 경남 하동의 악양면 동매리로 거처를 옮겼다. 동매리는 지리산 자락의 외진 마을이다.[2]

승려 도법이 이끄는 생명평화탁발순례에 1년간 참여하기도 했고, 새만금 간척에 반대하는 삼보일배에 동참하기도 했다. FTA 반대운동에 참여하기도 하면서 사회운동에도 참여해 왔다.[2] 2008년 봄에는 종교인·일반 시민·동료 시인 이원규와 함께 ‘한반도 대운하 건설 반대’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일대를 100일 이상 걸었다.[5]

전주시 예술가상과 거창 평화인권문학상, 천상병 시문학상, 아름다운 작가상 등을 받았다.[4]

 

박남준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박남준(朴南濬[1], 1957년 ~ )은 대한민국의 시인이다. ‘은둔의 시인’, ‘자연의 시인’[2], ‘지리산 시인’이라 불린다.[3] 1957년 전라남도 영광군 법성포에서

ko.wikipedia.org

-위키백과에서 가져왔음

 

 

 

 

 

 

 

 

박남준 시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위키백과에 물었고 그 내용을 가져 왔다.

시 쓰고 농사하며 사회운동도 가끔한다고 줄여 읽었다.

한때 알고 지내던 한 전업작가와 그 즈음 고민했던 바들이 연상되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피상적으로 읽어도 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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