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뜻밖의 일이 하루에도 몇 개씩, 행인지 불행인지..... 본문

흑림살이 /수처작주隨處..

뜻밖의 일이 하루에도 몇 개씩, 행인지 불행인지.....

숲 지기 2015. 12. 4. 03:24

 

 

 

 

제목에 썼듯이 믿기지 않을 일이 일어 났어요. 

아침 일찍 서둘러 약속 장소로 향하고 있었지요. 

운전 중이었고, 약간 교통이 밀리는 상황이어서 번잡한 3차선 대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양쪽 좌우 회전 차선이 있었고 저는 직진을 할 중간차선에,

그 훨씬 앞엔 전철들이 좌우행으로 지나는 중이었어요.

 

갑자기 제 왼쪽 차선의 큰 트럭 운전수(조수였을 거예요 아마 오른쪽으로 내다 봤으니)가 오른쪽 창문을 열고 제 차선 앞앞앞에 정차한 오토바이 경찰에게 저를 보면서 뭐라 하는 거예요.

반사적으로 거울을 보았지만, 제 얼굴이나 차림도 크게 잘못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지요. 

  

바로 그때, 앞의 그 경찰이 갑자기 주황색에 번쩍이는 선이 그려진 안전 조끼를 입더니 

정차한 차들 사이를 걸어서 뒤쪽으로 옵니다.

순간, "앗! 뭐지???"

그런데 경찰이 제 차의 타이어를 가리키며 

"당신 차의 타이어가 빵꾸났습니다" 라는 거 있죠.

 

그 말과 동시에  경찰이 제 차 오른 쪽 옆으로 서니 차들이 이리저리 알아서 앞 뒤로 조금씩 비켜납니다.

경찰 아저씨, 옆 도보 쪽으로 제 차를 정차하도록 길을 만드는 겁니다.

좀 과장을 하면 모세의 기적과 같았지요.

 

저는 경찰아저씨께 눈짓으로 물었어요,

'제 타이어로 옆 도로까지 갈 수 있나요?'

알아차린 경찰 아저씨, 낮은 어조로 말해 줍니다.

"짧은 거리이니 괜찮아요, 두려워 말고 천천히~....."

 

아저씬 제 차의 바퀴와 주변 차들의 정지상태를 동시에 보며 안내해 주었고, 저는 

옆 인도 위에 임시 주차를 할 수 있었답니다. 

 

그제서야 안전조끼를 벗으니, 머리가 희끗했던 경찰아저씨 얼굴이 또렷이 보입니다. 

아저씬 

"당황하지 말고 천천히..." 이 말을 아주 여러 번 해주었고, 

저는 지인에게 전화부탁을 하는데, 처음엔 전화번호도 생각나지 않을 만큼 머리 속이 하얗게 되었지요.

 

경찰아저씨, 용무가 바쁜 듯 연신 전화신호를 받으면서도 

갈아끼울 타이어가 있는지, 그 옆에 연장들까지 다 체크해 주셨지요. 

 

아참 저는 임시타이어를 확인하기 위해 뒷 트렁크를 열다가 모서리에 머릴 꽈당 박았습니다.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아프다고 '아-' 소리 한번 못했답니다.

아 진짜 %^&*@#$%^&*

 

 

경찰 아저씨, 끝까지 저를 도와주고 홀연히 떠났어요.

가실 때 고맙다는 말도 못해드리고........

 

글을 쓰는데, 다시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물론 정수리에도 만지면 아직도 많이 아픈 큰 혹이 생겼지요.

 

차를 임시 주차한 저 인도가 올리브 칸이 결혼식을 올렸던 바로 그 교회앞이랍니다.

물론 지금은 도로 공사하느라 잡동사니들이 그 앞에 가렸지만, 

시내에서 교통량이 제일 많은 곳은 맞습니다.

 

 

 

 

 

 

 

 

 

 

 

 

 

 

 

 

참 당황했던 날, 

귀가를 하니 대문 앞에 뭔가를 싼 포장지가 있어서 보니 

크리스마스 촛대 화환인 어드벤츠크란츠Adventskranz가 

저를 기다립니다.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그 누군가가 누군지 아는),

참 애틋한 크리스마스 인사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글의 맨 위에 있는 그 촛대화환이고요,

매주 촛불 하나씩을 더하여 4주간을 밝히면서 축복의 크리스마스를 기다릴 것입니다.

 

경찰아저씨, 트럭운전사님, 길 열어준 옆차량 운전자님들, 차 바퀴 갈아준 분

그리고 몇 년간 변함없이 저의 대문에 촛대를 두고 가시는 님.....

고맙습니다. 

 

 

  • Helen of Troy2015.12.04 20:52 신고

    안녕하세요
    제가 좋아하는 독일의 남부 Schwarzwald 에 사시는 군요
    먼저 친구신청을 해 주셔서 반갑습니다.

    저는 독일 서부에 god father 가 아직 살고 계셔서
    2년에 한번 꼴로 독일을 방문한답니다.
    앞으로 좋은 이웃이길 바래 봅니다.

    어려울 때 누가 댓가를 바라지 않고 선뜻 도와주면
    정말 세상 살 맛이 나기 마련이지요.
    제가 살고 있는 곳은 겨울이 길고 혹독하게 추워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아주 위험하기에
    사람들이 나서서 서로 도와준답니다.

    답글
    • 숲지기2015.12.06 22:24

      대부께서 독일에 계시는군요. 반갑습니다. 이번 일로 깨달았습니다, 제가 얼마나 남을 돕지 않고 살았다는 것을요. 앞으론 저도 ㅎㅎ

      겨울이 긴 곳, 저도 공감합니다. 이곳도 아래 라인강변에 비하면 겨울이 일찍 들고 늦게 떠나지요. 제 블로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 푸른하늘2015.12.06 19:09 신고

    다 도움을 주시는분들 이군요.
    독일 사람들도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잘돕는사람들이군요.
    미국에서도 타이어에 문제가 생기면 다들 잘 도와 주더라고요.
    돈 있는 한국사람들이 미국에서 좋아 하는 밴츠차군요.
    독일에서는 일반차라고 누가 그러기는 했어요.
    어쨋튼 여자분이 바퀴에 이상이 생기면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되지요.

    택사스에 사는 둘째가 차에 이상이 생기면
    꼭 남편을 찾아서 얘기를 합니다. 바로 가까이 살면
    남편이 바로 차로 가보겠지만 멀어도 너무 멀리
    살고 있으니 도와 주지도 못하고 아주 속상하지요.
    자동차 바퀴 구멍난것 때문에 차트렁크 모서리에 머리를 찧으실정도로
    당황하시는 모습에 제 둘째딸이 생각났읍니다.

    남편은 잠깐 집고치는데 필요한것 사러 나갔습니다.
    아빠를 찾는 둘째의 전화가 계속 울리고...남편은 전화를 놓고 나갔습니다.
    둘째는 남편을 저보다 더 좋아합니다.모든일을 아빠에게 얘기하는데,
    제게 아빠 어디계시느냐고 전화가 왔기에 어디갔다고 했는데,안되니까
    자기 지금 상황을 아빠와 나누고 싶다면서 17마일 마라톤을 완주하고
    그 완주한 것을 아빠와 나누고 싶어하는 딸입니다.

    제 큰딸은 하루에도 여러번 카톡하며 지내는데,둘째는 자기아빠하고 합니다.
    마음 한쪽에서는 사알짝 서운하려고 하다가도 그럴수도 있다는 너그러운 결론을
    어렵게 내리고 둘째가 친탁을 많이 했다는 사실은 어쩔수 없다는생각을 하게됩니다.
    왜 혼자 지내셔요?제 둘째딸 처럼 박사논문 심사기다리십니까?남자친구가 없어서
    걱정입니다.같이 어떤남자와 사진을 찍었기에 누구냐고 물으니까 게이라고 하네요.
    지금 32살입니다.저희 부부는 걱정을 하는데,마라톤에 잘 참석을 하며 지내는군요.

    답글
  • 푸른하늘2015.12.06 20:17 신고

    지난번 초간단케잌 보여주셨던 촛대하고 많이 닮았네요.
    약간 색이 더 진하고 방울색이 하나는 은색 또하나는 블루색입니다.
    캔들 색이 블루인것에 무슨의미가 있나 봅니다.

    답글
    • 숲지기2015.12.06 22:18

      푸른하늘님, 글 너무 재미있습니다 ㅎㅎㅎ 많이 웃었습니다요 ㅎㅎㅎ 따님들 두 분이 똑 같지 않으신 게, 그게 솔직하고 인간적이라고 봅니다. 살짝 서운하신 둘째따님께선 복도 참 많으신가 봅니다. 어머님 뿐 아니라 아버님 사랑도 독차지 하시니..... 박사논문 발표 기다리시니 스트레스며 대화의 소재, 대상도 높은 수준이셔야 될 거구요. 참 부럽습니다 푸른하늘님고 따님들요.

    • 숲지기2015.12.06 22:20

      별 의미가 없지 싶고요, 다만 이 촛대를 보낸 사람이 저런 샤갈블루의 눈을 가졌습니다. 마지막 만나본지 벌써 5년이 되었지만 눈색깔은 그대로일 것 같습니다 ㅎㅎ

    • 푸른하늘2015.12.06 22:38 신고

      왜 그 분에게 의미가 없다고 하시는지요?
      저렇게 보내시는 정성이면....파란눈이라...

      저희집 길건너 로렌네가 얼마전 저희와 같이 집지어서 이웃으로
      26년넘게 살다가 이사 간다고 저희 집에 인사하러 와었지요.

      파란눈을 가진 로렌엄마가 그 예쁜 보석같은 눈에서 눈물이 줄줄
      쏟아 지면서 울다 갔지요.제가 그때야 깨달았지요.

      진작 집에 초대해서 음식도 나누면서 친하게 지낼것을...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가슴이 따뜻하더라고요.

      로렌은 제 큰딸친구이고 ,그 집 둘째 제시카는 저희 둘째딸 친구였지요.
      그저 오며 가며 인사만 하고 지냈는데 ,제가 서운하다는말을 두번 했는데,
      그때마다 로렌엄마 수잔이 울어서 제가 참 미안했어요.
      저렇게 감성이 있는 여자인줄 알았으면 좀더 친하게 지낼것을...후회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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