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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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림살이 /동화·신화·재생

카프카의 그림

숲 지기 2022. 2. 12. 01:44

카프카 그림, 예루살렘 국립도서관 소장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인데,

결핵을 앓던 카프카는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고,

절친 막스 브로트에게 부탁을 하였다.

"친애하는 막스, 내 마지막 간곡한 부탁이 있네 Liebster Max, meine letzte Bitte"라고 시작한  

그 유명한 한마디는 카프카 자신의 모든 원고를 없애달라는 것이었다.

절친 막스는 그러나 카프카가 사망하고도 카프카의 작품을 없애지 않았으니

카프카의 유언을 지키지 않았던 셈.

뿐만 아니라 막스 브로트는 체코를 탈출하여 팔레스티나로 향한 비행기 짐 속에 

친구 카프카의 유작을 고이 넣었었고 유작 속엔 그림도 있었다.

 

 

 

 

 

 

 

카프카 그림, 예루살렘 국립도서관 소장

 

 

 

프라하대학 법대생들이었던 카프카와 막스브로트,

둘은 소위 죽이 잘 맞았다.

 

이 시절(1901년부터 1907년 사이) 카프카는 자신의 글솜씨 만큼 그림에도 재능이 있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했을 정도라니.

그래서 종이만 보면 마치 낙서를 하듯 뭔가를 그리곤 했나본데,

선견지명이 있었던지 절친 막스브로트는 카프카의 그림을 그때그때 모으게 되었다.

 

 

 

 

운동성이 느껴지는 이 그림들은 찢겨진 상태.

 

 

 

카프카 그림, 예루살렘 국립도서관 소장

 

 

 

막스 브로트의 남은 삶은 카프카가 남긴 작품들 알리기로 점철이 되다시피하였다.

카프카의 작품들을 차례로 출판하며,

세상을 떠날 땐 그의 오랜 개인비서였던 일제 에스터 호페 Ilse Ester Hoffe에게 증여했고

종국엔 그녀의 딸이 또 유산으로 받았다. 

막스브로트와 유대했던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은 이스라엘 법정에서는

유산 상속자와 카프카 유작의 소유권 논쟁으로 최근까지 시끄러웠다.

 

짧고 조용하게 살다간 카프카의 사후가 이렇게 시끄러울 줄 미리 알고서 

자신의 유작을 다 없애라고 했던 것일까.

 

 

 

 

 

명함의 뒷면에 그렸다는 그림

 

작년 2021년 뮌헨에서 출간된 카프카의 그림집

 

 

 

아래부터는 카프카의 스케치들,

그의 글 만큼이나 아리송하고 난해하다.

 

 

 

 

 

 

 

 

 

 

 

 

 

 

 

 

 

 

  • 노루2022.02.12 17:29 신고

    멋지고 귀한 포스트입니다!
    그가 그림도 그렸다는 건 읽었으니 어디서 그의 그림
    한 점쯤은 봤을 것도 같지만, 이 포스트가 아니면
    이렇게 커프카의 여러 그림들을 어디서 못 볼 테니요.

    카프카의 작품을 Walter Benjamin 은 인간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읽은 반면, 십대 적부터 밴야민을
    따르던 친구 Gershom Schlem 은, 겉으로나 그렇고
    그게 아니라고 희망적으로 읽었다는 얘기를 얼마 전 읽은
    기억이 나네요. 그림이나 소설이나 저는 그냥 보고 읽으며
    즐기기나 하는데, 그걸로는 만족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ㅎ

    답글
    • 숲지기2022.02.12 21:55

      발터 벤야민과 그보다 여남은 살 더 많았을 카프카,
      지금보다 1백여년 전쯤에 생의 전성기를 살았을 거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입니다.
      지금과 비교도 안 되겠지만 어쩐지 그때가 정신적 사상적으로 훨씬 부유했던 것 같아요.

      그림을 보고 느낀 바를 일부러 자제하며 옮겼습니다.
      카프카가 여러 면에서 독특했을 거라 생각되는데 그가 그린 그림에서도 역시 카프카 특유의 모호함이 묻어납니다.

  • 숲지기2022.02.13 00:46

    선입견 없이 스케치들을 봐달라고, 일부러 그림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였다.
    스케치는 완성도가 그리 높지 않지만 우리가 아는 카프카의 몰랐던 일면을 볼 수 있다.

    내가 보기에 카프카는 일생을 전쟁터에서 살았다.
    그는 실패한 사랑과 대적했고 고루한 관료주의를 한시라도 빨리 끝내고 싶어 했으며
    종국엔 결핵과 대적하다가 전사하였다.
    그의 생각이 머물던 문학적 소명에 대해 오늘날의 전문가들 견해도 통일되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
    인간의 의지와, 그 의지의 모순에 집중하였고,
    그 모순의 저변을 성공적으로 설명하지 못하였다(그러므로 성공한 문학작품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작품에서 그는 그를 괴롭히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려 애썼는데 혹자는 이것을 문학적 사명감이라고 명했다.
    그랬을까?
    그는 자신의 문학적 생산품(?)에 만족하지 못하였다.
    실패한 작업에 대한 단죄로 죽기 직전에는 믿었던 친구에게 '세상에서 없애버려라'고 명했을 정도인데......

    나쁜 친구였다.

    답글
  • style esther2022.02.14 16:20 신고

    원래 잘 알지도 못했지만
    그나마 다 잊고 있던 카프카...
    20대때 국립극장에서 연극 '변신'을 봤는데
    너무 어려웠던 기억 (내용을 알고 갔는데도 ㅎㅎ)

    귀한 그림과 글을 읽으며
    저는 저대로 또 추억에 참겼다 갑니다..

    답글
    • 숲지기2022.02.14 20:47

      변신을 저는 고등학교때 읽고 내용과 전개가 너무 충격적이었지만
      누구와 얘기할 대상이 없었습니다.
      에스더님께서 그 작품을 연극으로 보셨다니,
      무대가 어떻게 꾸며졌을지 궁금합니다.

      카프카 생애는 의문투성이입니다.
      체코태생이면서 체코어가 아닌 독일어로써 작품을 썼습니다.
      유태인이면서 유태인 티가 참 안나는 작가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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