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 산에 발을 디디고 본문

조지아, 선물같은 나라

신화 속 프로메테우스 산에 발을 디디고

숲 지기 2022. 2. 28. 20:18

 

 

 

산 아랫마을에서 그 유명한 카즈베기 산과 게르게티 성당을 올려본 광경

 

 

 

 

 

산 아랫마을에서 꼬불꼬불 눈길을 얼마간 올라오면

삼위일체 게르게티성당과 눈산이 그 뒤로 병풍이 되어 버티고 있다.

 

아래는 산을 찾아 오는 동안의 사진 몇점이다.

 

 

 

 

 

수도 트빌리시로부터 산으로 드는 길은 러시아로 향하는 군사도로*,

이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틀 후였고

트럭이 전용 차선에 볓백 킬로미터 씩이나 열을 지어 꼼짝없이 정차해 있었다.

안내자의 말로는 언제 내릴지 모를 통과허락을 기다리느라 교통 정체를 하고 있단다. 

 

 

 

 

우리는 트럭행렬 사이사이를 재주껏 추월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유명스키장인 구다우리근처

 

 

 

 

도롯가의 상점, 여기도 구다우리 근처였지 싶다.

 

 

 

 

 

 

 

 

 

 

여행 가이드 아저씨, 

하나라도 더 알려 주고파서 애를 쓰던 그는

조지아의 버섯연구가이자 화가, 시인. 

 

 

 

 

말 잘 듣는 학생처럼 내가 앉아 있다.

 

교통정체를 겪으며 이렇게 반나절 넘게 눈길을 달렸다.

가이드는 내가 말 잘 듣는 것을 알아버렸던지

책 몇 권을 읽어야 얻을 만한 이야기를 쉴 새없이 쏟아냈다.

러/우 전쟁 발발 며칠 후인 만큼 그간 쌓였던 할 얘기가 많았던 모양.

축약을 하면,

그는 러시아 통치시절(조지아 독립 전) 대학에서 어느 정도 안정된 연구원 생활을 했고

독립 후엔 여러 직업을 떠돌게 된다.

세바르드나제의 영어 통역을 한 경력도 가지고 그림도 그렸지만 돈이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경직된 러시아통치보다 빠듯한 경제사정이지만 조지아의 독립이 좋다고 여러 번 강조를 하긴 했는데

듣는 나는 꽤나 혼란스러웠다.

그는 고향에서 포도주 자가 제조도 한다는데, 그 마을 빈집을 헐값에 구매할 수 있다고 귀뜸한다.

조지아는 외국인의 부동산 소유를 법으로 금하거나 제한하는 게 아니냐고 되물으니,

'다 방법이 있다' 했다.

그의 이야기는 더 이어졌다,

조지아 출신 스탈린에 대한 오해(젊었을 땐 영웅으로 존경했지만 훗날 그의 비행을 할게 되었다 함)를 비롯한

조지아의 근대사, 문학, 문화 심지어 버섯학과 농작물 병리학까지.......

 

뿐만 아니다.

내가 눈길을 주기가 무섭게 그 산의 이름이며 해발 몇미터에 어쩌고 저쩌구.....

고적지 또한 마찬가지 몇 세기에 어떤 배경에서 어떤 목적으로 세워져서 누가 무너뜨리고 또 누가 어떻게 재건하고....

암튼 백만불짜리 가이드를 만났다.

 

 

 

 

 

러시아 쪽 국경으로 향하는 군사도로, 구다우리를 통과 중.

 

 

 

 

 

 

드디어 카즈베기 마을,

저 광경을 눈 앞에 두고 흥분하지 않을 자가 있을까.

마치 하늘 아래 첫 마을같은,

빼어난 산세를 전혀 훼방놓지 않은 착한 저 동네는 어떻고! 

 

 

 

 

 

카즈베기라는 이름의 근원이 된 알렉산더 카즈베기*의 동상 

그의 등 뒤로 카즈베기 산이 있고, 마을은 그 앞에 있다.

 

 

 

 

 

카즈베기산,

운이 매우 좋았다 구름에도 비에도 가려져 있지 않으니.

 

저 산 어딘가에 신화 속 벌을 받은 프로메테우스*가 쇠사슬에 묶여 있었을 것이다.

그는 인간에게 불을 주고 제우스로부터 형벌을 받아 

독수리에게 매일 간을 쪼아 먹히는 고통을 감내했었다.

 

 

 

 

 

 

 

 

 

 

오른 쪽이 게르게티 성당, 주차장은 차가 보이는 저 곳이지만

여기서부터 걸어 올랐다. 

단 얼마간이라도 이곳 정서를 내것으로 가지기 위한 이기적인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차 있는 저 곳부터 교회로 오르는 짧은 비탈길이 눈에 덮여 어찌나 미끄러운지 

그야말로 엉금엉금 기어 오르내렸다.

운동화는 맞지만 바닥에 미끄럼 미방지 ㅠ

 

 

 

 

 

 

눈 위에 섰다. 

이 곳에 한번은 다녀가실 애인을 위해

아직 밟지 않은 눈 평원도 넉넉히 남겨두었다.

 

사진은 거의 45도 기울고

카즈베기도 따라 슬쩍 누웠다.

 

 

 

 

다시 한번 , 카즈베기마을 입구.

 

 

 

* 러시아방향 국경으로 향하는 군사도로Militärstraße zur russischen Grenze

*알렉산더 카즈베기Aleksandre Qasbegi 조지아어로는 ალექსანდრე ყაზბეგი로 표기, 1848-1893)

카즈베기마을 출생, 조지아 독립의 정신적 지주이자 민족문학인.

그의 이름을 따서 카즈베기산이 카즈베기산으로 불림.

 

러시아 황제의 이 지역 통치시절, 그의 증조할아버지가 게르게티교회 지역 영주를 지냈으며 

아버지 미하일 카즈베기의 외아들이었던 안렉산더는 일찌기 러시아어와 불어에 능한 조지아의 지성으로 성장하였다.

아버지가 사망하자 산 속으로 들어가 7년 여 동안 양치기를 하면서 

집중적으로 집필생활을 하였는데, 그때 쓴 책들이 Zizka(1880),Eliso(1882),Stammeseldeste Gotscha(1884) 그의 대표작들이다.

양치기 생활을 마친 카즈베기는 수도 트빌리시로 와서 활발한 저술활동을 하였고

조지아 최초의 전업작가가 되어 성공과 부를 함꼐 얻었다.

그럼에도 그는 마치 양치기 시절을 이어 살듯 매우 검소하게 살았다 한다. 

 

*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brachte den Menschen das Feuer, das den Göttern gehörte.
Infolgedessen wird er angekettet und von einem Adler bestraft, der ständig seine Leber frisst.
Dieser Ort war der Kaukasus.

 

  • 노루2022.03.01 23:17 신고

    ㅎ 저 성당까지 기어코 오르셨네요!
    카즈베기 마을은 꽤 큰 마을이네요.
    호텔이나 산장이 있겠거니 했거든요. ㅎ

    답글
    • 숲지기2022.03.01 23:22

      묵을 곳이 있다 했지만 저는 새벽에 가서 밤 늦게 돌아왔습니다.
      날씨를 보니 바로 한파 직전이었고요.

      여전히 남아서 인간에게 영향을 주는 신화의 산,
      벅찬 경험이었습니다.

  • joachim2022.03.02 00:26 신고

    Vor 10 Jahren war ich auch einmal in Georgien,allerdings nur in Tiflis und Umgebung,schoenes Land.Geniese deinen Aufenthalt in ueber 5000 mtr. Hoehe

    답글
    • 숲지기2022.03.02 06:10

      Auch warst du schon lange in diesem mythischen Land, das wusste ich nicht.

      Heute bin ich nach Batumi gekommen, einer küstenstadt am Schwarzen Meer.
      Leider hat dir die regenzeit begonnen.

  • 파란편지2022.03.02 02:54 신고

    남의 블로그에 와서 사진을 이렇게 자세히 보기는 처음입니다.
    감명깊다는 말이 아무래도 좀 미흡한데 실제로 본 숲지기님이 부러웠습니다.
    그 사람, 가만있어 보세요, 아! 알렉산더 카즈베기네요^^ 사람만큼 동상도 멋있구나 했고
    프로메테우스가 고생한 그 산이었다니
    저 같으면 그 신화를 역사로 편입시켜버리겠습니다.
    정말로 거기에 가보고 싶었습니다.

    답글
    • 숲지기2022.03.02 06:13

      교장선생님께서 오시면
      저 신화의 산들도 무척 반길 것입니다.
      저는 지금 흑해의 해양도시 바투미에 와 있습니다.
      이곳은 장마가 시작되어,
      비가 내립니다.

  • style esther2022.03.02 14:43 신고

    참 괜찮은 가이드를 만나셨네요^^
    너무나 신비롭고 강한 느낌이
    전해져요, 마지막 사진.
    얼마전에 후지산을 가까이서 보고 왔는데
    이 신화의 산맥에 비하면 아주 귀여웠던 것 같아요..

    답글
    • 숲지기2022.03.02 22:27

      저산을 향하는 길과 산밑에서 올라가면서 많은 영상과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 산에 오르면서,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숙제를 한 격이고요,
      신화의 땅에 발 디디며
      남 모르는 흥분을 했었습니다.

      후지산을 직접 본 적이 없지만 경사가 완만한 매우 상징적인 산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카즈베기는 날카롭고 주위의 카우카수스 산맥에 휩싸여 있습니다.

      복이 많아서 좋은 가이드를 만났습니다.

  • 산울림2022.03.03 00:52 신고

    소중한친구님!
    사랑과축복의 계절!
    꽃피는 3월에는
    행복도 사랑도 만땅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3월!
    산과들에 꽃이 활짝
    피어나듯 우리벗님들의
    삶에도 그동안 풀리지 않던
    모든 일들이 술술 풀려서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우는 행복한 3월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답글
  • Chris2022.03.04 12:58 신고

    민감한 시기에 근처 지역을 여행하시게 되었네요.
    모쪼록 안전한 여행되시기 바랍니다.
    인간에게 불을 주고 간을 쪼이는 형벌을 영원히 받는다.
    인류 문명의 원천적 힘이된 불의 축복과 함께 인류에게 다가온 불의 저주가 오버랩 됩니다.
    지구 도처에서 널럼대는 불길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답글
    • 숲지기2022.03.07 11:10

      눈이 휘덮힌 산맥을 오가면서
      고생을 했을 프로메테우스를 생각했습니다.
      신들에게도 간이 있(었)구나 싶고요.이러한 신화가 이 먼 산맥까지 전해서 심은 이들 덕분에
      몇 천년 후, 모래알보다 작은 제가 발 디디게 되었구나 싶죠.
      민감한 시기 맞습니다.
      저는 조지아 국회 앞에 기회가 될 때마다 나가죠 시위하러.

    • Chris2022.03.07 21:41 신고

      뭔가를 하고 계심이 좋아 보입니다.
      저는 입만 동동 띄우며 사는 것 같아 속으로 민망합니다. 건투를 빕니다.

    • 숲지기2022.03.08 04:28

      아효,
      저 같은 집순이가 없는데요
      코로나 겪다보니 몸과 정신을 가누기가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결심을 했는데 잘 했다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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