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겨울을 이긴 로마네스코 본문

촌부일기/한포기생명

겨울을 이긴 로마네스코

숲 지기 2017. 2. 20. 05:37

 

 

올들어 처음으로 밭에 나갔습니다.

햇살이 좋으니 산책하는 셈치고 갔었는데,

발걸음을 뗄 때마다 얼었던 땅이 녹아서 생긴 흙덩이가 신발에 달라붙는 바람에 꽤나 성가셨습니다.

흙투성이 걸음으로 질척이는 밭고랑을 돌며 

추운 겨울을 견디고 살아 남은 나물들을 찾아나섰습니다. 

 

밭을 둘러 보면, 밭주인인 저도 모르는 사이 신들이 내려와서 마치 한바탕 야단법썩을 하고 간 광경같았지요.

그렇습니다, 생존한 나물들은 우스운 모양을 하고 있어요.

웃다가 그리스 신화 속 여인들을 머릿속에 떠올립니다.

아름다운 아프로디테가 연상되는 꽃만큼 예쁜 한포기 나물도 보이고  

벌레와 추위에 대적했었던 듯 줄기는 꺾이고 이파지는 찢어졌네요. 누굴까요? 네, 격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승리의 여신은 아테나이지요.  

굵다란 뱀들처럼 구불구불, 나물의 머릿통이 어지럽게 산발을 한 메두사도 보입니다. 

닮았다고 극구 주장하며 봄날 나물밭에서 신화 한편을 짜 봅니다.

 

 

 

 

 

 

언제 저토록 잎들이 자라서 지난 겨울 극심했던 추위와 전쟁같은 나날을 보냈을까요.

바쁘다는 이유로 가을걷이도 제대로 못해준 게 마음에 걸렸는데, 

늠름하게도 잘 싸워 주었습니다.

 

 

 

 

 

 

 

 

로마네스코들의 속잎을 보여드릴께요.

잎의 가장자리엔 보라색이 선명합니다.

원래 이런 색인지 아니면 겨울을 지나면서 색을 입은 것인지 알 수가 없군요.

 

 

 

 

 

 

속에 연한 입들을 씹어보니 달착한 기운이 도는 나물맛이 났습니다.

우리나라의 봄동이라는 나물과 맛이 비슷했습니다.

 

 

 

 

 

 

 

 

같은 로마네스코이지만, 생김새는 가지가집니다.

이제 저 낡은 잎들은 어찌하나? 

새 잎이 나오면 저절로 떨어질까요?

 

 

 

 

 

 

 

 

다시 한번, 저마다 개성을 자랑하는 로마네스크들입니다.

 

 

 

 

 

 

 

 

 

 

 

 

 

 

 

 

 

 

 

 

 

 

로마네스코, 이런 모양으로 가게에 진열되어 있습니다.

저의 밭에서도 저런 예쁜 로마네스코를 수확할 수 있을지, 희망을 가져 봅니다.

 

아래부터는 밭에 남아서 겨울을 견뎌준 다른 고마운 식물들입니다. 

 

 

 

 

 

 

 

 

 그린콜입니다. 노란 색이 좀 보이긴 하지만 비교적 튼튼하게 겨울을 났습니다.

 

 

 

 

 

 

 

 

 

맞습니다, 미나립니다.

언 땅에서 버텨준 미나리가 고맙습니다.

프랑크푸르트 근처 타우누스의 원로 소설가님이 키우다 주신 그 미나립니다.

벌써 10년은 더 되었지요.

 

 

 

 

 

 

 

 

제 딴엔 돈나물이라고 여겨서 키우는데, 아닌 것도 같고 긴 것도 같고요.....

깜찍하게 봄인사를 합니다. 

 

 

 

 

 

 

 

 

 

아키쇼케입니다. 

벌써 3년째 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작년엔 2년생인 줄 알았고, 올핸 3년생짜리 식물인가 생각이 되네요.

 

 

 

 

 

 

 

오른쪽에 토비남부어라고 하는 돼지감자가 묻혀있습니다.

막대로 꽂혀 있는 것은 돼지감자의 꽃대들이고요.

 

 

 

 

 

 

 

 

매년 겨울마다 활짝 피는 에리카입니다.

여름에는 펑퍼짐한 모양이 싫어서 싹뚝 잘랐는데 지난 겨울엔 더 선명한 꽃을 피웠군요.

 

 

 

 

 

 

 

 

살바이입니다. 잎겨드랑이에서 작은 잎들이 피는 것을 보니, 곁가지들을 칠 모양입니다.

목이 쏴아할때 차를 끓여서 마시기 위해 박하향이 나는 잎을 한줌 뜯어 왔어요.

 

 

 

 

 

 

 

 

 

 

 

  • 푸른하늘2017.02.20 03:33 신고

    각종 나물인지 채소를 독일어로 알고 게시는 숲지기님.
    제가 한국에서는 제법 식물이름을 많이 알고 있던 편이었는데,
    지금은 알았던 한국 이름도 어떤 것은 가물 가물합니다.

    더군다나 미국 이름은 외우기 쉬운것만 조금 알고 그냥 이름은 몰라도
    집어서 사오는데 지장없이 미국서 40년넘게 살았네요 .
    보면서 잊어 버리는 이름이 태반입니다.^^

    로마네스코---연두색꽃인지 브로콜리처럼 보이는 모양이
    여러 연두색소라를 거꾸로 놓은듯 하네요.
    참 신기하게 생겼어요.

    그린콜은 미국서 본듯도 하고,아닌 것도 같고...파셀리잎이
    몽쳐 있는 듯도 하지만, 생긴 모양이여간 예쁜게 아닙니다.

    모르고 지나칠 뻔한 식물 하나 하나를 이렇게 설명을 해주시니
    그들이 제게 인사하면서 잘 지내자고 하는것 같네요^^

    답글
    • 숲지기2017.02.21 00:42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여기말로 쓰는 게 손쉬워서 말이죠.
      로마네스코는 찾아보니 한국에서도 그렇게 부르더군요.
      맛은 브로콜리랑 비슷한데, 요리할 땐 조금 더 예민한 것 같더라고요.
      저는 저거 한포기 사면 아무리 빨리 먹어도 1~2주는 먹나 봅니다.
      볶음, 셀러드(살짝 데쳐서) 등에 마구마구 넣습니다.
      모양이 예뻐서 어디에 넣어도 요리의 격을 살리는 것 같지요.

      그린콜은, 우리나라이름이..... 까먹었습니다, 잠시만요 찾아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케일(kale)"이라고 한답니다, 미국에서도 이렇게 부르지 싶습니다.
      잎은 보시다시피 주름지고 아주 두껍고요, 저는 저 야채를 먹었다 하면 소화를 시키는데 애를 먹습니다. 적절한 요리법을 아직 못 만난 거지요.
      키우기도 아주 쉬워서, 씨만 뿌리면 저절로 컸던 것 같아요.

      오늘은 가게에 오크라(Okra)가 나와서 비트 몇 뿌리와 같이 사왔습니다.
      단지 색상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에 좋아하는 감도 사고요.


  • 푸른하늘2017.02.21 00:54 신고

    참 저식물이 케일인가요?
    쥬스로 갈아서 먹으면 암에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도 저 로마네스코를 찾아서 키워 보고 싶네요.
    저 연두색 소라가 너무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답글
    • 숲지기2017.02.21 01:10

      번역하면 케일이라고 한다는데, 종류가 살짝 다른 것 같지요?
      갈아서 먹기엔 좀 부담이 가는 식물일 것 같습니다만..... 제가 위장이 예민하긴 합니다.
      로마네스코 씨앗을 구하셔서 한번 뿌려 보세요, 은녹색의 싹이 아주 튼튼하게 자랍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