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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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일기/한포기생명

"나도 고추다" (추수를 했어요)

숲 지기 2016. 11. 23. 08:29

 

 

 

 

나도 고추다! 

 

찍을 땐 몰랐는데, 

사진을 볼수록 자신들도 고추라고, 또박또박 고함이라도 치는 듯 보인답니다. 

저 아이들은 올해 늦가을까지 기나려서 수확한 고추들이랍니다.

중간에 다 따먹고 남은 거라고요? 

물론 아니랍니다. 

 

고추꽃이 필 때부터 이렇게 수확을 할 때까지 밭의 보물처럼 여겼지만 

밭에 자주 가지 못한 사이 

집이 없는 누드달팽이가 고추밭에 세들어 살다시피 한 결과이지요.

 

그런가 하면 수확시기도 가능한한 늦췄습니다. 

마치 동맹이라도 맺은 것처럼,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깊어지는데도 

저 고추들은 한사코 초록색을 고집했습니다.

 

추위가 몰려 온다는 예보를 듣고서야 

저 고추들을 따서 

햇볕을 쬘 수 있는 베란다에 두었답니다.

고맙게도 며칠이 지나면서 하나 둘씩 붉어 있네요. 

 

 

 

 

 

 

 

 

아, 이제 저 고추들이 저도 모르는 사이 어떻게 섞여 놀았는지 보실까요?

 

위의 사진, 맨 왼쪽에 우리의 전통적인 꽈리고추입니다. 

두번째 줄은 헝가리고추(뭐라 하던데 이름 까먹었고요)인데 아주 딴딴하고 고추맛이 별로 없는 녀석이랍니다.

세번째는 헝가리고추와 꽈리고추가 놀고서 꽈리고추 쪽을 더 닮은 고추들이고요,

맨 끝줄은 피망과 꽈리고추가 섞인 고추입니다.

 

 

 

 

 

 

 

 

문제는 고추의 맛입니다.

열거한 고추들은 정도 차이가 좀 있을 뿐, 다 맵습니다.

그 가운데 맨 마지막 줄의 피망을 닮은 고추는 아삭하고 편안한 매운맛을 가졌더군요. 

 

 

 

 

 

 

 

그래서 내년엔 저 피망의 씨를 마구마구 뿌릴까 한답니다.

조금 걱정인게, 저 피망의 씨앗 속에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 사촌 육촌 팔촌의 유전자가 있으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랍니다. 

뭐, 다양한 양상의 가족이 나와도 재미는 있을 것 같습니다. 

 

고추들의 다음 세대가 궁금합니다.

유전법칙으로 유명한 사람이 멘델이었던가요? 

그가 여러 해 동안 완두콩을 기르며 얼마나 가슴 뿌듯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 푸른하늘2016.11.23 02:53 신고

    유전의 법칙에는 확율이 있었지요.1;2;2;1이 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분꽃에서도 완두콩에서도 ...때론 돌연변이도 나왔었지요.
    숲지기님께서 내년에 수확하실 고추의 모양이 저도 궁금해지는 군요.
    저는 한국고추,꽈리고추,청양고추,아삭이고추 4가지를 심었었는데,
    올해는 남편이 싫컷 고추를 올해는 따서 먹을수 있었습니다.
    화분 14개에 심어서 가꾼 덕분이 었지요.
    이사를 가게 되면 제대로 밭농사를 해볼 생각입니다.
    숲지기님 ,혹시 고추농사 씨교환은 어떨까요?불법.....
    한번 해본 소리지만 제가 좀 관심이 갑니다.
    저도 고추씨가 여러 종류라서....ㅎㅎ

    답글
    • 숲지기2016.11.24 00:52

      어머나......
      언제적 생물수업인데 확률까지 기억하시다니요? 놀랍습니다 푸른하늘님.
      그리고 고추농사를 어쩌면 그리도 잘 지으시는지 그 또한 놀랍습니다.

      저는 모종을 합하여 한 마흔 그루 심었는데
      두더지가 뿌리 쪽으로 지하도로를 내면서 꽤 잃었습니다.
      달팽이도 만만찮았고요, 한그루에 딱 하나 달렸다가 달팽이가 먹어버린 것도 있고요.


      씨교환 좋은 생각이셔요!
      다만 저 고추 속에 씨가 있어야 하는데요 ㅎ
      하하 불법입니까?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우린 문익점선생님의 후손이지요 ㅎㅎㅎ

      손전화로 컴의 글을 쓰자니 서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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