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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7월초하루 시편지 본문
시작이 너무 많이 남았다
/박무웅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사람에게
주어진 시작과 끝의 횟수가
동일하지 않다는데
내겐 시작이 더 많았을까
아니면 끝이 더 많았을까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런 궁금증을 뒤져보면
남아있는 끝의 개수는 알 수 없고 다만
시작은 꽤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시작은 지금 당장 실행해도 될 것 같고
또 어떤 시작은 때를 조금 더
기다려야 될 것 같은데
새로 발견한 시작 하나를 들고
이 봄밤을 잠 못 이루는 것이다
지나온 생을 돌아보면
험난했던 시작들과
영예로웠던 끝이 적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아직 시작을 찾고 또 찾는 것이다
끝은 더 이상 내 몫이 아니다
팽팽하고 질긴 시작 하나를 골라서
시위를 매고 힘차게 당겼다 놓으면
시작은 저 멀리까지 순식간에 날아가 꽂힌다.
나보다 더 나를 앞질러가는
끝을 저 멀리까지 보내놓고 나는 또
천천히 그곳까지 걸어가는 것이다
모든 가을은 봄에서 시작되었고
또 모든 봄은 겨울에서부터 걸어온 것이니
꽃피는 일을 시작하고
열매 따는 끝을 기다리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두근거리는 시작 하나를 골라 들고
오랜 궁리를 싹틔울 생각을 하는 것이다
- 시와정신 2022, 여름호
숲의 낙인
/권옥희
바람을 지고 사는 오래된 숲은 늘 젖어있다
누구든 기대어 먹고살라고 문도 열어놓는다
두터운 각질 몇 겹으로 두른 나뭇등걸에 소복하게 붙어사는 초록이끼는 오래된 질문이다
나무가 겪었을 숱한 답변들이 푸르게 녹아있고
언제나 넉넉하고 조용했던 그늘의 순리를 바람은 따라가지 못 한다
당신이 머물다 간 자리도 내 안에서 그렇게 영역을 넓혀갔다
쓸모없이 뿌리째 뽑혀간 인연들
접촉할 수 없는 뿌리의 경계를 필두로 새로운 무늬가 생길 때 마다
당신도 햇살처럼 그리움의 낙인을 찍어주었다
숲을 나무가 껴안는 것일까, 나무를 황금 같은 날들이 껴안는 것일까
팔베개처럼 편안하게 이제 당신의 세월을 누이고 싶다.
- 웹진´시인광장` 2022년 6월호
꽃
/함민복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서
담장을 보았다
집 안과 밖의 경계인 담장에
화분이 있고
꽃의 전생과 내생 사이에 국화가 피었다
저 꽃은 왜 흙의 공중섬에 피어 있을까
해안가 철책에 초병의 귀로 매달린 돌처럼
도둑의 침입을 경보하기 위한 장치인가
내 것과 내 것 아님의 경계를 나눈 자가
행인들에게 시위하는 완곡한 깃발인가
집의 안과 밖이 꽃의 향기를 흠향하려
건배하는 순간인가
눈물이 메말라
달빛과 그림자의 경계로 서지 못하는 날
꽃철책이 시들고
나와 세계의 모든 경계가 무너지리라
...... 내 살아 온 날들에 줄자를 대어보는 격이랄까
3편 시들을 번갈아 읽으며 묘한 연결감을 느끼는 것은 나 혼자 만의 생각일까.
쓴 사람도 시의 내용도 다르지만 한 지면에 옮겨 보았다.
시인들께 결례가 되었다면 양해 부탁드린다.
2022년 전반 6개월이 지났다
올해의 반을 썼다 해도 남은 반이 아직 두둑하게 남았다.
...... 석달 후 블로그와 헤어진다(그 이유는 다음 글에..).
우리(나와 블로그)의 한 때는 꽤 괜찮아서
밤잠을 설칠 때도 허다했고, 참새가 드나든 방앗간에 비유할 만 했다.
그러나 때가 되어 내려놓고 또한 잊히더라도 수긍하고
아쉬움 또한 최소화 해야 할 것이다.
블로그를 접더라도
보름 밤마다 울부짖는 늑대처럼
찾아드는 시의 굶주림을 견디고 또 채우게 될 터,
지금까지 함께 읽고 감상을 나눈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무수히 꽃들이 피고 또 지고 있다.
그곳들이 다 경계인 줄 이제서야 알겠다.
...... 사진들은 숲집으로 가는 길섶,
운전 중에 핸드폰으로 찍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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